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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of the Elect

Tears of the Elect

Yes, Seeker

8월 5,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시커와 손을 맞잡고 걸었다. 평소 같으면 앞으로 달려가 그가 자신을 쫓아오게 만들고 싶은 익숙한 충동이 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아름은 아무리 봐도 그 풍경이 질리지 않았다. 멀리 산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그 물은 아래 시냇물로 흘러들어 계곡을 따라 굽이치고 있었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시커는 다른 손에 작은 벨벳 상자를 숨기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궁금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슬며시 시커를 바라보며 웃음을 삼켰다. 그는 떨고 있었다. 가엾은 사람.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주먹 하나로 불한당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던 사람이, 이제는 어깨에도 채 닿지 않는 여자 하나 때문에 떨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 잘하고 있어. 시커는 처음 둘이 함께 앉았던 그 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모든 모험이 시작된 곳이었다. 그녀가 실수로 남편이라는 말을 내뱉었던 곳. 돌이켜 보면,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밀밭에서 그가 처음 자신을 향해 미소 지어 주던 순간부터였다. 그는 그녀를 보아 주었다.

시커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정말이지, 가끔은 너무 우스웠다. 너무 뻔한 장면 아닌가.

“아름.” 시커가 입을 열었다. “나와…”

아름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응? 그녀는 기다렸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더는 못 참겠다. 그녀는 처음 둘이 함께 앉았던 그 돌 위에 털썩 앉았다. 자기 샌드위치를 나누어 주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생각해 보니, 그는 그것을 한 번도 이상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그녀는 시커의 손을 잡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일부러 시간을 끌며 신발을 벗고 발끝을 시냇물에 담갔다. 시원한 물결이 발을 감싸고 흘렀다. 이번에는 시커의 장화도 벗겨 그의 발을 자기 옆으로 물속에 담가 버렸다. 물이 튀어 온몸을 적셨지만 상관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람 애를 태울 생각인 거지?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아름은 그의 손에서 반지 상자를 홱 빼앗았다.

“이걸 주려고 했던 거예요?” 그녀는 뚜껑을 열었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지였다. 순금으로 만든 섬세한 반지 위에는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빛을 머금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고, 그녀의 발끝에서 춤추는 물결처럼 반짝였다. 아름은 하나씩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일곱 개였다. 이걸… 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아니. 상관없었다. 이제 이건 자기 것이었다. 아름은 몸을 기울여 시커에게 입을 맞추었다.

“네, 시커. 당신의 아내가 될게요.”

시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거기 그렇게 바보처럼 앉아만 있지 말고…” 아름은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지 끼워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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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Adorns Herself

7월 29,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물병에서 대야에 물을 따르고 수건을 적셨다.

그리고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조심스레 닦아 냈다.

머리를 정성껏 빗은 뒤, 잠시 손을 멈추었다.

검지손가락에 곱슬머리 한 가닥을 빙글 감아 보았다.

시커는 그녀의 곱슬머리를 정말 좋아했다.

침대 위에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드레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화려한 옷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은목걸이에 걸린 반지가 손끝에 스치자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름은 다크랜드의 작은 집 바닥을 쓸고 있었다.

곧 어머니가 들에서 돌아오실 것이고,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준비한 뒤,

아버지가 바다에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막 빗자루를 한쪽에 세워 두었을 때,

현관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 앞에는 소박하면서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짙은 왕실 푸른색 망토를 걸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목에는 왕의 인장이 달린 가느다란 사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시크릿.

높은 곳에 거하는 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왕께서 당신을 순례자로 뵬라 땅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어린 여자아이일 뿐인데…

어떻게 혼자 뵬라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함께 갈 친구나 가족은 없습니까?”

시크릿이 물었다.

“저는 막내예요.”

아름이 대답했다.

“오빠들과 언니들은 오래전에 모두 떠났고,

부모님은 그들을 따라가기를 거절하셨어요.”

그녀는 치맛자락을 살며시 움켜쥐었다.

“제게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

“친구들도…

아무도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을 거예요.”

시크릿은 왕의 초대장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봉인에는 왕의 인장이 찍혀 있었고,

그 위에는 아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들어 작은 벨벳 주머니를 올려놓았다.

안에는 검은 오닉스가 박힌 황금 반지가 들어 있었다.

분명 그녀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손가락에는 너무나도 컸다.

시크릿이 미소 지었다.

“왕께서 당신과 함께 걸어갈 이를 보내실 것입니다.

그 반지는 그의 것입니다.”

아름은 깊이 허리를 숙였다.

“왕께 전해 주세요.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녀는 손바닥 위에서 반지를 천천히 굴려 보았다.

“그를 만나면…

이 반지를 건네드릴 거예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를 사랑할 거예요.”

그녀의 눈이 뜨겁게 빛났다.

“오직 그만을.”

시크릿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동의해서가 아니었다.

그녀의 맹세를 증인이 되어 받아들이는 몸짓이었다.

그는 정교하게 장식된 작은 나무 상자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평안히 가십시오.

왕의 딸, 아름.”

그리고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아름은 미리 꺼내 두었던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시커를 처음 만났던 날 입고 있었던,

빨간색과 검은색 드레스였다.

목걸이를 머리 위로 넘겨 걸고,

반지를 가슴 가까이 드레스 안으로 넣었다.

이제 그 반지는 시커의 것이었다.

아직 본인만 모르고 있을 뿐.

왕께서 주신 정교하게 조각된 향수 상자에서 향수를 살짝 손목에 찍었다.

달콤한 백합 향기가 방 안 가득 퍼져 나갔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 번 더 빗으며

머리카락 한 올까지 가지런한지 확인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를 얼마나 오래 기다리게 했을까?

상관없었다.

그를 만나는 순간만큼은…

완벽해야 했다.

마침내 공동 거실로 들어서자,

시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아 주었다.

밀밭에서 처음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바로 그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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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s Return Home

7월 24,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구원자의 품에 몸을 기댄 채 함께 걸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얼굴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었고, 눈은 일주일 내내 흘린 눈물 때문에 퉁퉁 부어 있었다.

불한당들 때문이 아니었다.

시커에게서 돌아선 그날 이후로, 그녀는 울음을 멈춘 적이 없었다.

머리도 엉망이었다.

킨드의 이야기를 들으러 몰래 나오기 전에 빗질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베일을 썼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

하지만 시커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의 구원자.

그녀는 오래전 크리스티아나가 그랬던 것처럼 왕께 부르짖었다.

그리고 왕께서는 그녀의 기도를 들으셨다.

아름은 단 한 번도 그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왕께서 그를 보내 주셨다.

그 생각에 온몸이 가볍게 떨렸다.

자신과 함께 걸어 주라고.

문득 크리스티아나가 안쓰러워졌다.

그녀는 끝내 크리스천과 나란히 걸어 볼 수 없었으니까.

아름은 시커의 손을 더욱 꼭 움켜쥐었다.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오두막 앞에서는 페어글랜스와 명랑 양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페어글랜스는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명랑 양은 활짝 웃고 있었다.

“엉망이네요, 아름.”

시커가 말했다.

“그래도 아름은 아름이에요.”

그의 눈에 장난기 어린 빛이 스쳤다.

“나한테는요.”

그러더니 짐짓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기다릴게요.

그동안… 단장하고 와요.”

아름의 성미가 순간 욱하고 치밀어 올랐다.

아주 잠깐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장난기와 다정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이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름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눈을 감았다.

기다렸다.

다시 눈을 떴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정신 좀 차려!

그녀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입술을 끌어당겼다.

바로 오두막 앞에서.

“다녀와요.”

시커가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애기.”

이번에는 아름도 반박하지 않았다.

애기.

그 말이 좋았다.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이제 그 말은…

그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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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ew Beginning

7월 16, 2026 by K. Blackthorn

시커는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지팡이를 집어 들고 길을 나섰다.

이럴 때는 킨드가 늘 가장 옳은 말을 해 주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지도 벌써 일주일.

생각해 보면 더 일찍 찾아가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분명 킨드에게 한소리 들을 것이다.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고, 하늘은 먹구름으로 잔뜩 흐려져 있었다.

시커는 좁은 길을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회색 드레스에 베일을 쓴 한 여인이 홀로 걷고 있었다.

그때 거친 사내 셋이 나타나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시커의 몸이 굳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그는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아름의 책에서 읽었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크리스티아나와 머시가 길 위에서 습격당했던 장면.

험상궂은 사내는 “너희를 영원히 여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협박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왕께서 구원자를 보내 주셨다.

이번에는 없었다.

그에게는 전도자도 없었다.

굿윌도.

해석자도.

그리고 그녀에게도 구원자는 오지 않을 것이다.

오직…

자기뿐이었다.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사내들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시커는 지팡이를 치켜든 채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온 힘을 실어 휘두른 일격이 가장 가까운 사내의 머리를 정확히 강타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는 돌처럼 쓰러졌다.

다른 사내 하나는 베일 쓴 여인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있었다.

“이 꼬맹이부터 처리하고 나면 네 차례다.”

그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는 여인을 땅으로 밀쳐 버리고 시커를 향해 몸을 돌렸다.

시커는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사내는 그것을 막아 내더니 지팡이를 손에서 튕겨 냈다.

순간 우둔이와 맞섰던 기억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자신은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는 무기조차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뒤로 힘껏 당겼다가 온몸의 무게를 실어 내질렀다.

사내의 코가 그대로 주저앉으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시커는 몸을 숙여 떨어진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돌아섰을 때—

마지막 남은 사내는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

시커는 땅에 주저앉아 떨고 있는 젊은 여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으세요, 아가씨…”

그녀는 천천히 베일을 벗었다.

헝클어진 검은 곱슬머리가 한꺼번에 흘러내렸다.

눈은 울어서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은 눈물과 흙먼지로 엉망이었다.

“아름?”

엉망진창인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아름이었다.

아름은 벌떡 일어나 시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사랑해요, 시커.”

시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대로 굳어 버렸다.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름의 눈에 번개가 번뜩였다.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이 바보!”

화를 내는 모습조차 너무 사랑스러웠다.

“언제부터였어요?”

시커가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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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uet of Restraint

7월 2,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침대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 자국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시커가 만들어 준 손가방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그의 방으로 가고 싶었다.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녀는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다.

딱 일주일이었다.

더는 하루도 기다릴 수 없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그러다 걸음을 멈췄다.

아니.

기다리자.

***

시커는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왔다 갔다.

또 왔다 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책도 읽을 수 없었다.

목록은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한 글자도 쓰이지 않은 채.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라면 백 가지도,

아니, 천 가지도 적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단 한 줄도 적지 못했다.

그는 음악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잔잔한 선율이 방 안의 침묵 속으로 흘러나왔다.

일주일이었다.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미칠 만큼.

한 달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그는 문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녀에게 가자.

사과하자.

하지만 무엇을?

그녀를 사랑한 것을?

그는 그대로 멈춰 섰다.

손은 여전히 문손잡이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한 달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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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Did This Happen?

6월 18,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옅은 서리가 땅 위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양들은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모닥불은 거의 꺼졌지만, 숯불에서는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시커의 팔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아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조금 더 몸을 기댔다.

시커가 눈을 뜨고 미소 지었다.

아름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크고 갈색인 눈.

한없이 다정한 눈.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가볍게, 오래도록 입을 맞추었다.

시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눈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사랑해요.”

그가 말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왜 하필 그런 말을 해서 이 순간을 망치는 거지?

그녀는 약속했었다.

평생 단 한 사람에게만 사랑한다고 말하겠다고.

키스는 나중에 덧붙인 조건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입 맞추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걸.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그녀는 시커를 사랑했다.

온 마음을 다해.

하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안 된다.

아직은 안 된다.

‘사랑해’라는 말은 영원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

어떤 말은 함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시커도 그걸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녀의 마음쯤은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 말을 직접 들어야만 믿을 수 있는 걸까?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순간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뜨겁고 갑작스럽게.

하지만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가까스로 눌러 버렸다.

“언제부터였어요?”

겉으로는 차분하게 물었다.

하지만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당신이 벽을 넘었을 때요.”

시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날 속여서 그 말을 하게 했을 때요.”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랑해.”

아름은 눈을 감았다.

정말이지.

“사랑이 뭔지는 알아요?”

그녀가 따져 물었다.

“왜 나를 사랑하는지 이유를 전부 적어 보세요.”

잠시 머뭇거린 뒤 덧붙였다.

“한 달 후에 가져와요.”

그리고 조금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잠시 떨어져 있는 게 좋겠어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하필 한 달이라고 말한 걸까?

한 달은 너무 길었다.

영원처럼 느껴질 만큼.

일주일이면 충분했을 텐데.

생각하기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이건 전부 시커 때문이었다.

아름은 주먹을 꽉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차가운 회색 숯불 곁에 시커를 남겨 둔 채 걸어가 버렸다.


시커는 얼어붙은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시선은 식어 버린 숯불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떠나 버렸다.

한 달.

어쩌면 영원히.

눈이 따끔거렸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 냈다.

절대로 흘러내리게 두지 않았다.

우는 건 애기들이나 하는 거니까.

그는 스스로 맹세했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절대로.

바로 그때 티르자가 천막에서 나왔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아직 여기 있었어요, 시커?”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아름 양은 어디 있어요?”

시커는 씁쓸하게 웃었다.

“완벽했던 밤을 내가 망쳐 버렸어요.”

그는 시선을 떨구었다.

“우스운 건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제 그녀는 떠났어요.”

티르자는 홱 돌아서더니 시커를 노려보았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요, 시커!”

그녀가 쏘아붙였다.

“아름 양은 시커를 사랑해요.”

“그건 모두가 알아요.”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시커만 빼고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시커를 가리켰다.

“그 사람은 절대로 시커를 떠나지 않아요.”

“절대로요.”

하지만 시커의 마음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

티르자만큼 확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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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ristmas Kiss

6월 17, 2026 by K. Blackthorn

마침내 크리스마스 전날이 찾아왔다.

아름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음악 상자를 좋아할까?

그녀는 들키지 않으면서도 그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끔 시커는 정말 뻔한 것도 놓치곤 했다.

물론 그는 음악 상자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아름도 새 손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분명 예전 가방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녀의 전사 시인은 장인이기도 했다.

대체 언제쯤 그녀를 놀라게 하는 걸 멈출까?

아름은 킨드의 가족과 함께한 저녁 식사가 무척 좋았다.

예배도 좋았다.

그 여운은 아직도 마음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시커와 함께 크리스마스 별 아래 앉아 있었다.

모닥불은 거의 꺼져 가고 있었고, 희미한 숯불만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완벽한 밤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름은 입술에 닿는 감촉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커의 입술이었다.

그건 계산에 넣지 않아도 됐다.

먼저 키스한 건 시커였으니까.

아니.

그녀도 원하고 있었다.

아름은 몸을 기울여 부드럽고 확신에 찬 입맞춤으로 답했다.

그건 계산에 들어갔다.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입을 맞췄을 때—

이번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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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 Chapter 1

6월 2, 2026 by theauthor

아름은 그날 아침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그녀는 쿵쿵거리며 공동실로 내려갔다. 늘 그렇듯 이야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그게 싫었다. 좋다. 오늘은 모험을 떠날 것이다. 필요하다면 혼자서라도.

늘 먹던 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명랑 양이 고기와 치즈를 남겨 두었다. 마치 아름에게 계획이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아름은 빵 두 장 사이에 고기 한 장, 치즈 한 장을 턱 집어넣었다.

남편 것 하나도 만들어.

아름은 홱 돌아보았다.

누가 말했지?

아무도 없었다.

그냥 자기 머릿속이었다. 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분명 너무 심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새 두 번째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녀는 그것마저 정성껏 천으로 감쌌다.

새들이 먹겠지.

여기서 친구라고는 새들뿐이니까.

뭐… 새들 말고도 그레이셔스. 그리고 스테드패스트. 킨드. 페어-글랜스. 그리고—

아름은 밀밭 사이를 거닐며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개울?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계단은 끔찍하게 길어 보였다.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 노래에 맞춰 손가락으로 밀 이삭을 톡톡 두드렸다. 새들이 멈추면 그녀도 멈췄다. 이삭을 하나 뽑아 박자 사이에 휙 던져 버렸다.

그래도 심심했다.

그때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그를 보았다.

저 사람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는 거지?

그녀는 돌아보았다. 머리카락이 얼굴 앞으로 휘날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자기에게 웃고 있다는 것을.

그는 계속 웃고 있었다.

이건 좀 어색해지고 있었다.

아름은 곧장 걸어가 그의 배를 콕 찔렀다.

남편.

그 단어가 막을 새도 없이 머릿속을 가로질렀다.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전 아름이에요.”

대체 부모님은 왜 자기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네, 정말 아름다우세요!”

그가 말했다.

놀리는 건가?

아름은 킥 웃어 버렸다.

그녀는 벌써 그의 유머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개울 보러 갈래요?” 그가 물었다. “내일이라도?”

도대체 무슨 문제지?

자기가 오늘 심심하다는 걸 모르는 걸까?

그는 오늘 모험에 딱 맞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가 폐허를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뭐… 동행인이 떠난 뒤에.

그전에는 길 잃은 강아지처럼 동행인만 졸졸 따라다녔지만.

내일?

아마 계단을 못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뿐.

좋다.

보여 주겠다.

“오늘은 뭐가 문제죠?”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같이 갈 것이다.

좋든 싫든.

“따라와 봐요!”

아름은 계단 꼭대기에서 속도를 늦추었다.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뒤처지는 시커를 보며 씨익 웃음이 났다. 다음번에는 자기를 얕보지 않을 것이다.

맨 위 계단은 미끄러웠다. 발이 갑자기 미끄러지며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그녀는 허우적거리며 손을 뻗어 아무거나 붙잡으려 했다. 그가 그녀를 붙잡았다. 아름은 민망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 아래까지 한참이었다.

그는 보기보다 힘이 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손을 잡는 방식이 그랬다. 너무나 다정했다.

아름은 손을 빼려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좋았다.

물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손을 잡아 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애도 아니고.

그의 든든한 손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안정되자, 아름은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이런 계곡은 처음이었다. 푸르고 야생적이었다. 폭포는 힘차게 쏟아져 내렸고, 물은 가느다란 층계를 따라 흘러내렸다. 맑고 자유롭게 바위 위를 춤추며 흘러갔다.

아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모험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름은 시커와 나란히 개울가에 앉아 수정처럼 맑은 물에 발끝을 담갔다. 시커. 이름이 그랬던가?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동행인이 그렇게 부르는 걸 들은 것 같았다.

개울 건너편에는 장엄하고 웅장한 궁전이 우뚝 서 있었다. 저곳을 탐험한다면 정말 멋진 모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는 가 보자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자기가 개울을 건너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물에 빠질 거라고.

솔직히 말하면, 계단에서 거의 굴러떨어질 뻔했던 걸 생각하면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그는 늘 오두막 근처 폐허를 탐험하고 있었다.

대체 거기 뭐가 있길래 저렇게 관심을 갖는 걸까?

알아낼 것이다.

내일.

누가 오늘로 모험이 끝나야 한다고 정했단 말인가?

아름은 가방을 내려놓고 열었다. 그 낡고 헤진 모습이 시커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면서.

안에는 천으로 곱게 감싼 샌드위치 두 개가 들어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철렁했다.

남편 것 하나도 만들어.

설마 그 말을 정말 입 밖으로 내뱉은 건 아니겠지?

너무 창피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제발 못 들었기를.

그러면 분명 자기를 바보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모험도 끝이다.

남편.

그 단어는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사실 자기 이상형도 아니었다.

시커가 물통을 건네주었다.

아름은 그것을 알아보았다.

동행인의 것이었다.

그녀도 저런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커 입가에 붙은 빵 부스러기가 자꾸 눈에 거슬렸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그것을 닦아 주었다.

훨씬 나았다.


그는 어딘가 정신이 팔린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아름은 자신이 절망의 수렁에 빠졌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이제 그는 자기를 덜렁거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궁전도 끝이었다.

그런데 그는 듣고 있었다.

정말로 듣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판단이나 비난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 이야기했다.

계속 떠들어 댔다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두운 땅에서의 어린 시절.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에겐 사람을 믿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든든한 무언가가.

아름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순간 가슴속에서 거부감이 치밀어 올랐다.

“울지 마요.”

그녀는 날카롭게 말했다.

그녀는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소리치는 건 봤다.

화를 내는 것도.

하지만 우는 것?

한 번도.

“우는 건 애기들이나 하는 거예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그는 자기 때문에 울고 있었다.

그건 약함이 아니었다.

그를 비웃을 이유도 없었다.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어떻게 방금 한 말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애기.

그 말은 다정한 뜻일 수도 있었다.

사랑스러운 뜻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시커도 그렇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앞으로는 애기라고 부를 거예요!”

그녀는 거의 스스로를 설득할 뻔했다.

“서둘러요, 애기! 해가 지고 있잖아요!”

아름은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자기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차례였다.

“키스해도 될까요?”

그 말에 아름은 순간 당황했다.

계단 꼭대기에서는 그의 손을 놓게 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했다.

강하고.

조심스럽고.

다정했던 손.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입 맞추기를 원했다.

그런 사람은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었다.

단 한 사람에게만 입 맞추겠다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만.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그 사람에게만 하겠다고.

한 번 그 말을 하고 나면, 다시는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남편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정말 멋진 하루였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첫날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그녀는 단 한 사람에게만 입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름은 시커에게 뺨을 내밀었다.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입 맞춘 적이 있다면, 그건 그의 일이었다.

그의 입술이 피부에 닿은 자리에서 간질거림이 퍼져 나갔다.

“보고 싶을 거예요.”

시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뇨, 안 그럴걸요.”

아름은 빙긋 웃었다.

“내가 꿈에 찾아갈 거니까요.”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소년은 정말로 그 말을 믿었다.

아름이 눈을 떴을 때도 하늘은 아직 어두웠다. 은빛 기운이 희미하게 지평선 끝을 스치고 있었다.

그녀는 촛불을 밝히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빗어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하룻밤만 자도 머리가 명랑 양만큼 엉망이 되다니.

뭐…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같은 옷을 또 입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진 옷도 별로 없었다.

시커에게 잘 보이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폐허를 탐험하기에 적당한 옷이 필요했을 뿐이다.

시커는 보통 언제 아침을 먹을까?

잘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일찍 가는 편이 좋겠다.

그녀는 식기를 두 개 꺼내 놓았다.

하나는 자기 것.

그리고 바로 옆에는 하나 더.

기다리는 동안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접시가 두 개?

자기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시커가 보면 자기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바로 알 것이다.

아름은 황급히 접시 하나를 치우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시커가 문간에 나타났다.

“좋은 아침이에요, 애기.”

그녀는 애써 두 번째 접시를 보지 않으려 했다.

대신 하루 묵은 빵을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사과는 아니지만, 이걸로 만족해야겠네요.”

혼자만 아는 농담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커는 두 번째 접시 앞에 앉았다.

그러니까—

눈치챘다는 뜻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향해 움직였다.

“여기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어쩌면 그냥 놔둬도 되었을지 모른다.

꿈속에서 그의 손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직도 기억나니까.

하지만 결국 그녀는 손을 빼 버렸다.

“시커, 그 탑에서 대체 뭘 하는 거예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너무 궁금해하는 티가 났다.

분명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역시나 그도 눈치챘다.

당연히 그랬다.

자기가 전에부터 그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금 흘려버렸으니까.

아름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다들 알아요, 우리 애기.”

그녀는 일부러 우리를 넣었다.

애기라는 말이 너무 다정하게 들리지 않도록.

“그럼 와서 봐요, 애기.”

시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감히 자기를 애기라고 부르다니.

“저를 애기라고 부르지 마요!”

아름은 작은 모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너무 들뜬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앞장서는 건 시커에게 맡겼다.

그도 그게 좋은 모양이었다.

“여기가 먼지 낀 응접실이에요.”

시커가 말했다.

그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둘은 무너진 돌무더기에 막힌 문 앞에 도착했다.

“해석자는 저 너머 방들에서 크리스천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 주었죠.”

그가 말했다.

자기가 이 폐허의 역사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끔은 정말 얄미울 정도였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나에게도요.”

아름이 덧붙였다.

시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좋았다.

그가 모르는 걸 자기는 알고 있었다.

저녁이 지나면 보여 줄 것이다.

“여기서 안내는 끝이에요.”

시커는 자기 키보다도 낮은 무너진 벽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까지 데려와 놓고 끝이라고?

좋은 것은 언제나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그는 그것도 모르는 걸까?

좋다.

보여 주겠다.

아름은 한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팔에 힘이 들어가고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했다.

그래도 도움을 청할 생각은 없었다.

절대로.

그녀는 반대편으로 내려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올 거죠, 우리 애기?”

그녀는 씨익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여 줬을 것이다.

“애기라고 부르지 마…”

시커가 말하다 말았다.

아름은 킥킥 웃었다.

끝까지 말도 못 하는구나.

그녀는 탑 문이 있는 계단까지 냅다 달려갔다.

잠겨 있었다.

설마 이게 끝인가?

모험이 벌써 끝났다고?

그녀는 문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무 빨랐다.

아직 끝날 수는 없었다.

시커는 언제나처럼 태연하게 걸어왔다.

그리고 배낭에서 주머니칼을 꺼내더니 딸깍 소리와 함께 펼쳤다.

처음 보는 칼이었다.

그건 확실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꿈속에서는 그가 이미 자신에게 보여 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는 칼을 문틈 사이에 밀어 넣었다.

마치 천 번도 넘게 해 본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아름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체 자기가 모르는 모습이 얼마나 더 있는 걸까?

그녀는 손을 내밀고 기다렸다.

그런데 시커는 이미 자기 혼자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름이 말했다.

정말 눈치가 없었다.

손을 잡고 싶은 건지 아닌 건지.

시커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손이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손을 맞잡은 채 둘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생각보다 훨씬 좁았다.

아름은 거의 그의 등에 기대다시피 해야 했다.

그래도 손은 놓지 않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천천히.

규칙적으로.

그리고 강하게.

그 울림이 그녀의 몸으로 전해졌다.

이상하게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심장도 그에 답하듯 뛰었다.

한 박자도 어긋나지 않게.

도대체 탑 꼭대기에 무엇이 있길래 저토록 집착하는 걸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책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사이자 시인이었던 건가?

어쩌면 정말 자기 취향일지도 몰랐다.

말도 안 돼.

요 며칠 자신은 완전히 이상해져 있었다.

아름은 책등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었다.

『한 사람의 척도』

『숨겨진 샘』

『멍에와 쟁기』

정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러다 한 권이 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자로 적혀 있었다.

“이건 뭐예요?”

그녀가 물었다.

“신약성경이에요.”

시커가 대답했다.

“그리스어로 쓰여 있죠.”

전사이자 시인.

마치 오디세우스처럼.

물론 그리스어도 읽을 줄 알겠지.

하지만 확인해 봐야 했다.

“그럼…”

아름은 반 박자쯤 머뭇거리다가 불쑥 물었다.

“‘사랑해’는 어떻게 말해요?”

그건 괜찮았다.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 바보 같은 소년은 말했다.

“아가파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아름은 그 말을 듣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해 준 건 처음이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속으로 킥 웃었다.

점점 능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시커에게만큼은.

그날 밤, 아름은 다시 꿈속에서 시커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일부러.

시커는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당신이네요?”

아름이 나직이 속삭였다.

시커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을 지켰군요.”

아름은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바로 오두막 앞에서.

여기는 꿈이었다.

그들의 꿈.

그들의 규칙.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여기서는 손 잡아도 돼요.”

그녀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

“여기 말고는 안 되고요.”

시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계단을 따라 계곡 쪽으로 달려 내려갔다.

아름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따라 흩어졌다.

그녀는 미끄러질 걱정도 없이 개울을 건넜다.

바위에서 바위로 가볍게 뛰어다녔다.

웅장한 궁전이 곁에 우뚝 솟아 있었지만 그녀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래된 궁전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그녀에게는 오디세우스가 있었다.

둘은 계곡을 따라 걸었다.

개울은 옆에서 장난치듯 튀어 오르며 함께 흘렀다.

시커는 매끈한 바위 위에 털썩 앉아 발을 물속에 담갔다.

그리고 웃으며 손짓했다.

“이것도 해 봐요!”

아름은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치마도 신발도 신경 쓰지 않았다.

빛나는 물은 시원했다.

밝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했다.

물은 바람처럼 그녀를 감싸며 흘렀다.

손가락 사이로.

발목 주위로.

하지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아름은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둘은 폭포 아래에서 함께 춤을 추었다.

주변의 물은 부드럽고 살아 있었으며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내 아름은 시커 곁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단단했다.

든든했다.

따뜻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히.

하지만 결국 헤어질 시간이 찾아왔다.

시커가 몸을 기울였다.

입맞춤하려고.

이건 그녀의 꿈이었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진짜이기도 했다.

중요했다.

의미가 있었다.

아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술을 마주하는 대신—

조용히 뺨을 내주었다.

아름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해는 이미 하늘 중턱까지 올라와 있었다.

애기처럼 푹 자 버렸다.

그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시커가 뭐라고 생각할까?

그녀는 허둥지둥 머리를 빗었다.

얼굴에는 물을 끼얹었다.

공동실은 비어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름은 목초지로 냅다 달려갔다.

거기에 시커가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킨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름은 킨드의 눈빛에서 꾸밈없는 호감을 읽을 수 있었다.

킨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나쁜 사람일 리 없지.

그렇지?

킨드는 늦었다고 그녀를 놀렸다.

공정한 지적이었다.

아름은 원래 시간 감각이 형편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자기 잘못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그렇게 밤새도록 저를 붙잡아 두면 안 돼요.”

아름은 시커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뺨이 뜨거워졌다.

제발 킨드가 못 들었기를.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

“낮에는 함께 있잖아요. 그거면 충분하죠.”

하지만 나한텐 충분하지 않은데.

그 말은 현명하게 삼켰다.

방금 킨드가 두 사람을 왕자님의 탄생 축하 행사에 초대한 건가?

아름은 말없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킨드는 미소를 지었다.

“아름도 시커도 언제든 내 천막에 놀러 와도 돼.”

그가 말했다.

“둘 다 말이야.”

그는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름이 고개를 돌리자 그레이셔스가 웃고 있었다.

시커가 무슨 말을 한 모양이었다.

동행인이 분명 나쁜 영향을 끼친 게 틀림없었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전날이 찾아왔다.

아름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음악 상자를 좋아할까?

그녀는 들키지 않으면서도 그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끔 시커는 정말 뻔한 것도 놓치곤 했다.

물론 그는 음악 상자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아름도 새 손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분명 예전 가방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녀의 전사 시인은 장인이기도 했다.

대체 언제쯤 그녀를 놀라게 하는 걸 멈출까?

아름은 킨드의 가족과 함께한 저녁 식사가 무척 좋았다.

예배도 좋았다.

그 여운은 아직도 마음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시커와 함께 크리스마스 별 아래 앉아 있었다.

모닥불은 거의 꺼져 가고 있었고, 희미한 숯불만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완벽한 밤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름은 입술에 닿는 감촉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커의 입술이었다.

그건 계산에 넣지 않아도 됐다.

먼저 키스한 건 시커였으니까.

아니.

그녀도 원하고 있었다.

아름은 몸을 기울여 부드럽고 확신에 찬 입맞춤으로 답했다.

그건 계산에 들어갔다.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입을 맞췄을 때—

이번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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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nce’s Birthday

5월 31, 2026 by K. Blackthorn

세월이 꿈처럼 흘러갔다. 시커와 아름은 낮 동안 늘 함께였다. 그녀는 그가 공부할 때 곁에 앉아 있었고, 둘은 함께 그녀의 책을 읽었다. 가끔 아름은 그의 꿈을 찾아가는 유혹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커는 언제나 그녀가 다음 날 아침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히 쉬게 해 주었다.

마침내 성탄 전야가 찾아왔다. 그들이 킨드의 천막에 도착하자, 리오라가 따뜻하게 시커를 안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아름 양.” 티르자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날카로운 회색 눈을 시커에게 돌렸다.
“이제야 좀 됐네요.”

그들은 촛불 아래에서 소박한 식사를 함께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근처 모닥불가에는 이미 목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킨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 무렵, 허영의 통치자는 온 세상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 요셉은 약혼한 아내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기 위해 성실로 올라갔는데, 마리아는 아이를 가진 몸이었다.

그들이 그곳에 머무는 동안 해산할 때가 되어, 마리아는 첫아들을 낳아 구유에 눕혔다. 여관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즐거운 산들에는 밤에 양 떼를 지키고 있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빛나는 이가 그들에게 나타났고, 왕의 영광이 그들 주위를 비추었다. 그들은 크게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빛나는 이가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모든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좋은 소식을 전하노라.

오늘 성실에서 왕자께서 태어나셨다. 그분이 자기 백성을 구원하실 것이다.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 될 것이다. 너희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수많은 무리가 빛나는 이와 함께 나타나 왕을 찬양하며 노래하였다.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는 왕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요, 사람들에게는 선하신 뜻이로다.”

빛나는 이가 떠난 뒤, 목자들은 가서 그 아기를 찾았고, 그가 말한 그대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았다.

—

킨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야기하는 동안 하늘에 나타난 밝은 별을 가리켰다.

—

임마누엘께서 성실에서 태어나셨을 때, 동방의 현자들이 그분의 별을 따라 먼 곳에서 왔다. 그 별은 그들 앞에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멈추었다.

그들이 집에 들어갔을 때, 아기는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엎드려 그분께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

목자들은 작은 선물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시커는 직접 손으로 만든 손가방을 아름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아름은 시커에게 오르골을 선물했다—그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오르골이었다.

목자들은 하나둘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킨드와 리오라는 시커와 아름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며, 원한다면 얼마든지 불가에 더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들은 불이 완전히 꺼진 뒤에도 한참 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숯불만 희미하게 붉게 빛났다. 아름은 그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고, 시커도 그녀 곁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커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서 몇 치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밀밭을 닮은 그녀의 향기가 그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느리고 고른 숨결이 그의 얼굴에 부드럽게 닿았다.

그는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부드럽게 입맞춤했다.

그는 천천히 물러나 잠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눈. 입술. 아, 그 입술.

그녀가 눈을 뜨고 미소 지었다—그가 너무도 사랑하는 그 미소였다. 하늘이 환해지는 것 같았고, 성탄의 별조차 그 빛 앞에 희미해 보였다.

그녀는 몸을 기울여 그에게 입맞춤한 뒤 천천히 물러났다.

그들은 서로의 눈빛에 빠져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다가가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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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t Too Long

5월 28, 2026 by K. Blackthorn

그날 밤, 아름은 다시 시커의 꿈을 찾아왔다. 그들은 함께 이야기하고 웃었고, 초원을 거닐고, 개울가에 기대 쉬었으며, 폭포 아래에서 춤을 추었다. 몇 시간이 몇 분처럼 흘러갔다. 시커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시커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햇빛이 방 안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공동실로 내려갔지만, 아름은 없었다. 그는 기다렸다.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의 고개가 떨어졌고, 무거운 한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혹시 그녀가 자신을 아낀다는 건 다 착각이었을까? 그는 말없이 아침을 먹고 목초지로 향했다.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킨드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고, 그는 막 가르침을 마치고 있었다.
“스스로 서 있다고 생각할 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스테드패스트와 그레이셔스가 무리 속에 서 있는 것이 보여 그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오늘 아침 아름 본 적 있나요?” 그레이셔스가 물었다.

설마 알고 있는 걸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 못 봤어요.”

그는 스테드패스트를 향해 갑자기 말을 내뱉었다.
“아름이 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몇 시간이나 같이 이야기했거든요.”

스테드패스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자네는 아직 그 아이를 잘 모르는 거야. 그 애는 말하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 그레이셔스한테 물어봐도 알 거야.”

시커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킨드가 급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시커! 시커! 자네 어디 있었나?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

시커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킨드, 겨우 이틀밖에 안 됐잖아요.”

킨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끔은 이틀도 아주 길게 느껴질 수 있지.” 그의 눈이 반짝였다.
“리오라가 자네를 왕자의 탄생 축하에 초대하고 싶어 하더군. 우리 목자들에겐 큰 행사야—그분을 기리며 잔치를 열고 선물도 주고받지.”

킨드가 시커 옆을 흘끗 바라보았다.
“자네의…”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친구도 데려와도 좋네.”

“또 늦었군요, 아름 양.” 킨드가 짐짓 난처한 척 말했다.
“그 버릇은 정말 고쳐야겠어요. 시커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오늘 좋은 이야기였는데 말이죠—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시커는 듣고 있지 않았다. 아름이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숨을 약간 헐떡이며.

그녀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제 밤새도록 그렇게 날 안 재우면 안 돼요.”
그녀는 킨드가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러고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낮 동안은 당신 거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하죠.”

스테드패스트와 그레이셔스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웃음을 참으며 스테드패스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맞네요. 아름은 절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레이셔스가 들을 만큼 충분히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작게 웃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아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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