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아침, 안락은 시커를 작업반장에게 소개해 주었고, 그는 다리 건너편 방앗간으로 시커를 데려갔다.
“점심은 정오. 종이 울리면 일이 끝난다.” 작업반장이 말했다.
시커는 커다란 바퀴의 밀대 앞에 자리를 잡고 힘껏 밀기 시작했다. 보기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바퀴는 삐걱거리며 천천히 돌아갔다. 밀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아름 생각이 절로 났다. 그는 바퀴가 도는 횟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열. 스물… 아흔. 아흔여덟. 아흔아홉. 백. 끝없이 원을 그리며 돌다 보니, 어느새 몇 바퀴를 돌았는지도 잊어버렸다.
곧 피로가 몰려왔다. 발바닥은 불이 나는 것 같았고, 허리는 쑤셔 왔다. 그래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몇 분이 몇 시간처럼 길게 늘어졌다.
첫 번째 종이 울렸다. 그는 신음 소리를 내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근육들까지 모조리 쑤셔 왔다. 물통을 들어 길게 한 모금 들이켠 뒤 숨을 헐떡이며 물통을 내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눈을 한 번 깜빡인 것 같은데 점심시간이 끝나 있었다. 아직도 몇 시간이 남아 있었다. 울고 싶었다. 우는 건 아기들이나 하는 거야.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이 눈물이라고 상상했다. 그래도 그는 계속 걸었다. 끝없이. 계속.
마침내 두 번째 종이 울렸다. 그 소리는 자비처럼 들렸다. 시커는 자기 방까지 걸어갈 힘이나 남아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방앗간을 나서자 안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시커의 손바닥 위에 은화 한 닢을 올려놓았다. “수고하셨어요.” 그녀가 말했다. “첫날이 제일 힘든 법이니까요.”
두 사람은 함께 마을로 돌아왔다. “곧 익숙해질 거예요. 약속해요.” 그녀가 말했다. “내일을 위해서라도 꼭 식사는 하세요.” 헤어지기 전, 그녀는 갓 구운 빵 한 덩이를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하지만 시커는 그녀의 충고를 무시한 채, 죽은 사람처럼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
시커는 꿈속에서도 온몸이 쑤셨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지만 아름을 보는 순간, 그 모든 고통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것이 되었다. 그는 다정하게 그녀에게 입을 맞춘 뒤 손을 내밀었다.
아름은 깜짝 놀라 숨을 삼키더니, 조심스레 그의 두 손을 자기 손으로 감싸 쥐었다. “어머, 시커… 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거예요?”
그의 두 손은 온통 물집투성이였다.
아름은 그의 손등과 손바닥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다. “아이고, 우리 불쌍한 시커.” 그녀가 안타깝게 말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그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눈물이 닿는 곳마다 물집이 하나씩 사라졌다.
“많이 아파요?” 그녀가 물었다.
“조금.” 시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러다 어깨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이리 와요.” 아름은 그의 허리를 감싸 안고 마을을 벗어나 무화과나무 아래 조용한 곳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먼저 앉더니 시커도 곁에 앉게 했다. 그리고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의 등을, 어깨를, 팔을, 다리를 부드럽게 주물러 주었다. 마침내 그는 완전히 새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 정도라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