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시커는 아무리 피곤하거나 속이 메스꺼워도 억지로 밥을 먹는 법을 금세 배웠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일이 두 배는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루 지난 빵은 값이 절반이었다. 겨우 동전 세 닢. 하지만 그 정도면 하루를 버틸 힘은 되었다. 가끔 안락이 점심때 샌드위치를 가져다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앉아 식사를 했다.
그는 매일 시간을 세었다. 그리고 요일도.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주일이면 쉬었다. 책을 읽기도 했고, 가끔은 계곡 아래로 내려가 시냇가에 앉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몇 달이 흘렀다. 몸은 점점 강해졌고, 일도 처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그래도 늘 피곤했고, 온몸은 늘 쑤셨다. 옷은 점점 해졌고, 수염은 자라났으며, 무엇보다 그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는 매일 밤 꿈속에서 아름을 만났다. 함께하는 순간 하나하나를, 입맞춤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늘 부족했다. 밤마다 그녀는 “사랑해요.” 하고 속삭였고, 그러면 그는 다시 눈을 떠 끝없이 이어질 발디딤 바퀴의 하루를 맞이해야 했다.
시커는 돈을 아주 신중하게 관리했다. 될 수 있는 한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금화 일곱 닢. 땅 계약금으로 꼭 필요한 돈이었다.
아름은 늘 그를 타일렀다. “맨날 그렇게 심각하게만 있지 말아요. 맛있는 것도 좀 사 먹고 그래요.” 그래서 그는 그녀를 기쁘게 해 주려고 가끔은 정말 그렇게 했다. 또 이따금 행상이 마을에 들러 책을 팔았다. 그 행상은 시커를 마음에 들어 해서 언제나 좋은 값에 책을 내주었다. 때로는 책 한 권을 사려고 한 끼를 거르기도 했다. 그래도 그 덕분에 행복했다.
가을이 겨울로 바뀌자 방앗간은 문을 닫았다. 시커는 위험의 숲 가장자리에서 나무를 했다. 어떤 것은 기쁨의 새집을 짓는 데 쓰였고, 어떤 것은 오래된 집들을 덥히는 장작이 되었다. 힘든 일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변화를 반겼다. 적어도 방앗간처럼 단조롭지는 않았다. 숲에서는 늑대 울음소리가 메아리쳤지만, 짐승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시커는 꿈속에서 아름과 함께 성탄절을 보냈고, 그녀의 생일도, 자신의 생일도 함께 보냈다. 성탄절은 이제 한 번만 더 혼자 보내면 된다. 그러면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
봄이 오자 그는 통역자의 영역에서 밭을 갈고, 손으로 씨앗을 뿌렸다.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 들판에서 아름를 처음 만났으니까. 그녀는 마치 오래전부터 거기에 있었던 사람처럼 밀밭 사이를 걷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밀을 심고, 거두고, 맷돌에 갈아, 자기가 매일 먹는 빵을 만든다는 사실을 그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달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꿈도 조금씩 희미해졌다. 색채는 점점 바랬고,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으며, 얼굴도 점점 또렷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름의 초상화를 몇 시간씩 바라보며 그 선 하나하나를 기억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수확철이 찾아오자 그는 들판에서 곡식을 베었다. 한 문장이 계속 그의 머릿속을 맴돌며 마음을 괴롭혔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름이에요.” 바로 이곳이었을까? 그녀가 처음 그의 배를 콕 찌르며 웃었던 곳이. 저 멀리 통역자의 탑이 그를 부르고 있었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웃는 얼굴이 그려진 기쁨의 자루들이 곡식으로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짚단은 묶어야 했으며, 수레도 실어야 했다.
수확이 끝나자 그는 다시 방앗간으로 돌아갔다. 이제 일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밀 냄새는 끊임없이 아름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꿈속에서는 이제 그녀의 향기마저 맡을 수 없게 되었다.
마침내 일 년이 흘렀다. 그는 한 주의 일을 마치고 안락에게 품삯을 받았다. 드디어 금화 일곱 닢이 모였다. 이제 그 땅은 그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 일 년만 더. 그러면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갈 집을 짓기 시작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