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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of the Elect

Tears of the Elect

K. Blackthorn

Beautiful Adorns Herself

7월 29,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물병에서 대야에 물을 따르고 수건을 적셨다.

그리고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조심스레 닦아 냈다.

머리를 정성껏 빗은 뒤, 잠시 손을 멈추었다.

검지손가락에 곱슬머리 한 가닥을 빙글 감아 보았다.

시커는 그녀의 곱슬머리를 정말 좋아했다.

침대 위에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드레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화려한 옷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은목걸이에 걸린 반지가 손끝에 스치자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름은 다크랜드의 작은 집 바닥을 쓸고 있었다.

곧 어머니가 들에서 돌아오실 것이고,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준비한 뒤,

아버지가 바다에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막 빗자루를 한쪽에 세워 두었을 때,

현관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 앞에는 소박하면서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짙은 왕실 푸른색 망토를 걸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목에는 왕의 인장이 달린 가느다란 사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시크릿.

높은 곳에 거하는 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왕께서 당신을 순례자로 뵬라 땅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어린 여자아이일 뿐인데…

어떻게 혼자 뵬라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함께 갈 친구나 가족은 없습니까?”

시크릿이 물었다.

“저는 막내예요.”

아름이 대답했다.

“오빠들과 언니들은 오래전에 모두 떠났고,

부모님은 그들을 따라가기를 거절하셨어요.”

그녀는 치맛자락을 살며시 움켜쥐었다.

“제게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

“친구들도…

아무도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을 거예요.”

시크릿은 왕의 초대장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봉인에는 왕의 인장이 찍혀 있었고,

그 위에는 아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들어 작은 벨벳 주머니를 올려놓았다.

안에는 검은 오닉스가 박힌 황금 반지가 들어 있었다.

분명 그녀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손가락에는 너무나도 컸다.

시크릿이 미소 지었다.

“왕께서 당신과 함께 걸어갈 이를 보내실 것입니다.

그 반지는 그의 것입니다.”

아름은 깊이 허리를 숙였다.

“왕께 전해 주세요.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녀는 손바닥 위에서 반지를 천천히 굴려 보았다.

“그를 만나면…

이 반지를 건네드릴 거예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를 사랑할 거예요.”

그녀의 눈이 뜨겁게 빛났다.

“오직 그만을.”

시크릿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동의해서가 아니었다.

그녀의 맹세를 증인이 되어 받아들이는 몸짓이었다.

그는 정교하게 장식된 작은 나무 상자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평안히 가십시오.

왕의 딸, 아름.”

그리고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아름은 미리 꺼내 두었던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시커를 처음 만났던 날 입고 있었던,

빨간색과 검은색 드레스였다.

목걸이를 머리 위로 넘겨 걸고,

반지를 가슴 가까이 드레스 안으로 넣었다.

이제 그 반지는 시커의 것이었다.

아직 본인만 모르고 있을 뿐.

왕께서 주신 정교하게 조각된 향수 상자에서 향수를 살짝 손목에 찍었다.

달콤한 백합 향기가 방 안 가득 퍼져 나갔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 번 더 빗으며

머리카락 한 올까지 가지런한지 확인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를 얼마나 오래 기다리게 했을까?

상관없었다.

그를 만나는 순간만큼은…

완벽해야 했다.

마침내 공동 거실로 들어서자,

시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아 주었다.

밀밭에서 처음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바로 그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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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s Return Home

7월 24,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구원자의 품에 몸을 기댄 채 함께 걸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얼굴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었고, 눈은 일주일 내내 흘린 눈물 때문에 퉁퉁 부어 있었다.

불한당들 때문이 아니었다.

시커에게서 돌아선 그날 이후로, 그녀는 울음을 멈춘 적이 없었다.

머리도 엉망이었다.

킨드의 이야기를 들으러 몰래 나오기 전에 빗질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베일을 썼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

하지만 시커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의 구원자.

그녀는 오래전 크리스티아나가 그랬던 것처럼 왕께 부르짖었다.

그리고 왕께서는 그녀의 기도를 들으셨다.

아름은 단 한 번도 그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왕께서 그를 보내 주셨다.

그 생각에 온몸이 가볍게 떨렸다.

자신과 함께 걸어 주라고.

문득 크리스티아나가 안쓰러워졌다.

그녀는 끝내 크리스천과 나란히 걸어 볼 수 없었으니까.

아름은 시커의 손을 더욱 꼭 움켜쥐었다.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오두막 앞에서는 페어글랜스와 명랑 양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페어글랜스는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명랑 양은 활짝 웃고 있었다.

“엉망이네요, 아름.”

시커가 말했다.

“그래도 아름은 아름이에요.”

그의 눈에 장난기 어린 빛이 스쳤다.

“나한테는요.”

그러더니 짐짓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기다릴게요.

그동안… 단장하고 와요.”

아름의 성미가 순간 욱하고 치밀어 올랐다.

아주 잠깐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장난기와 다정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이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름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눈을 감았다.

기다렸다.

다시 눈을 떴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정신 좀 차려!

그녀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입술을 끌어당겼다.

바로 오두막 앞에서.

“다녀와요.”

시커가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애기.”

이번에는 아름도 반박하지 않았다.

애기.

그 말이 좋았다.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이제 그 말은…

그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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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ew Beginning

7월 16, 2026 by K. Blackthorn

시커는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지팡이를 집어 들고 길을 나섰다.

이럴 때는 킨드가 늘 가장 옳은 말을 해 주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지도 벌써 일주일.

생각해 보면 더 일찍 찾아가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분명 킨드에게 한소리 들을 것이다.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고, 하늘은 먹구름으로 잔뜩 흐려져 있었다.

시커는 좁은 길을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회색 드레스에 베일을 쓴 한 여인이 홀로 걷고 있었다.

그때 거친 사내 셋이 나타나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시커의 몸이 굳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그는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아름의 책에서 읽었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크리스티아나와 머시가 길 위에서 습격당했던 장면.

험상궂은 사내는 “너희를 영원히 여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협박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왕께서 구원자를 보내 주셨다.

이번에는 없었다.

그에게는 전도자도 없었다.

굿윌도.

해석자도.

그리고 그녀에게도 구원자는 오지 않을 것이다.

오직…

자기뿐이었다.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사내들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시커는 지팡이를 치켜든 채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온 힘을 실어 휘두른 일격이 가장 가까운 사내의 머리를 정확히 강타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는 돌처럼 쓰러졌다.

다른 사내 하나는 베일 쓴 여인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있었다.

“이 꼬맹이부터 처리하고 나면 네 차례다.”

그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는 여인을 땅으로 밀쳐 버리고 시커를 향해 몸을 돌렸다.

시커는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사내는 그것을 막아 내더니 지팡이를 손에서 튕겨 냈다.

순간 우둔이와 맞섰던 기억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자신은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는 무기조차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뒤로 힘껏 당겼다가 온몸의 무게를 실어 내질렀다.

사내의 코가 그대로 주저앉으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시커는 몸을 숙여 떨어진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돌아섰을 때—

마지막 남은 사내는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

시커는 땅에 주저앉아 떨고 있는 젊은 여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으세요, 아가씨…”

그녀는 천천히 베일을 벗었다.

헝클어진 검은 곱슬머리가 한꺼번에 흘러내렸다.

눈은 울어서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은 눈물과 흙먼지로 엉망이었다.

“아름?”

엉망진창인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아름이었다.

아름은 벌떡 일어나 시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사랑해요, 시커.”

시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대로 굳어 버렸다.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름의 눈에 번개가 번뜩였다.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이 바보!”

화를 내는 모습조차 너무 사랑스러웠다.

“언제부터였어요?”

시커가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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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uet of Restraint

7월 2,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침대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 자국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시커가 만들어 준 손가방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그의 방으로 가고 싶었다.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녀는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다.

딱 일주일이었다.

더는 하루도 기다릴 수 없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그러다 걸음을 멈췄다.

아니.

기다리자.

***

시커는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왔다 갔다.

또 왔다 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책도 읽을 수 없었다.

목록은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한 글자도 쓰이지 않은 채.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라면 백 가지도,

아니, 천 가지도 적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단 한 줄도 적지 못했다.

그는 음악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잔잔한 선율이 방 안의 침묵 속으로 흘러나왔다.

일주일이었다.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미칠 만큼.

한 달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그는 문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녀에게 가자.

사과하자.

하지만 무엇을?

그녀를 사랑한 것을?

그는 그대로 멈춰 섰다.

손은 여전히 문손잡이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한 달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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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Did This Happen?

6월 18,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옅은 서리가 땅 위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양들은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모닥불은 거의 꺼졌지만, 숯불에서는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시커의 팔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아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조금 더 몸을 기댔다.

시커가 눈을 뜨고 미소 지었다.

아름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크고 갈색인 눈.

한없이 다정한 눈.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가볍게, 오래도록 입을 맞추었다.

시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눈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사랑해요.”

그가 말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왜 하필 그런 말을 해서 이 순간을 망치는 거지?

그녀는 약속했었다.

평생 단 한 사람에게만 사랑한다고 말하겠다고.

키스는 나중에 덧붙인 조건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입 맞추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걸.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그녀는 시커를 사랑했다.

온 마음을 다해.

하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안 된다.

아직은 안 된다.

‘사랑해’라는 말은 영원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

어떤 말은 함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시커도 그걸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녀의 마음쯤은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 말을 직접 들어야만 믿을 수 있는 걸까?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순간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뜨겁고 갑작스럽게.

하지만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가까스로 눌러 버렸다.

“언제부터였어요?”

겉으로는 차분하게 물었다.

하지만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당신이 벽을 넘었을 때요.”

시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날 속여서 그 말을 하게 했을 때요.”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랑해.”

아름은 눈을 감았다.

정말이지.

“사랑이 뭔지는 알아요?”

그녀가 따져 물었다.

“왜 나를 사랑하는지 이유를 전부 적어 보세요.”

잠시 머뭇거린 뒤 덧붙였다.

“한 달 후에 가져와요.”

그리고 조금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잠시 떨어져 있는 게 좋겠어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하필 한 달이라고 말한 걸까?

한 달은 너무 길었다.

영원처럼 느껴질 만큼.

일주일이면 충분했을 텐데.

생각하기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이건 전부 시커 때문이었다.

아름은 주먹을 꽉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차가운 회색 숯불 곁에 시커를 남겨 둔 채 걸어가 버렸다.


시커는 얼어붙은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시선은 식어 버린 숯불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떠나 버렸다.

한 달.

어쩌면 영원히.

눈이 따끔거렸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 냈다.

절대로 흘러내리게 두지 않았다.

우는 건 애기들이나 하는 거니까.

그는 스스로 맹세했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절대로.

바로 그때 티르자가 천막에서 나왔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아직 여기 있었어요, 시커?”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아름 양은 어디 있어요?”

시커는 씁쓸하게 웃었다.

“완벽했던 밤을 내가 망쳐 버렸어요.”

그는 시선을 떨구었다.

“우스운 건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제 그녀는 떠났어요.”

티르자는 홱 돌아서더니 시커를 노려보았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요, 시커!”

그녀가 쏘아붙였다.

“아름 양은 시커를 사랑해요.”

“그건 모두가 알아요.”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시커만 빼고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시커를 가리켰다.

“그 사람은 절대로 시커를 떠나지 않아요.”

“절대로요.”

하지만 시커의 마음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

티르자만큼 확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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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ristmas Kiss

6월 17, 2026 by K. Blackthorn

마침내 크리스마스 전날이 찾아왔다.

아름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음악 상자를 좋아할까?

그녀는 들키지 않으면서도 그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끔 시커는 정말 뻔한 것도 놓치곤 했다.

물론 그는 음악 상자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아름도 새 손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분명 예전 가방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녀의 전사 시인은 장인이기도 했다.

대체 언제쯤 그녀를 놀라게 하는 걸 멈출까?

아름은 킨드의 가족과 함께한 저녁 식사가 무척 좋았다.

예배도 좋았다.

그 여운은 아직도 마음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시커와 함께 크리스마스 별 아래 앉아 있었다.

모닥불은 거의 꺼져 가고 있었고, 희미한 숯불만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완벽한 밤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름은 입술에 닿는 감촉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커의 입술이었다.

그건 계산에 넣지 않아도 됐다.

먼저 키스한 건 시커였으니까.

아니.

그녀도 원하고 있었다.

아름은 몸을 기울여 부드럽고 확신에 찬 입맞춤으로 답했다.

그건 계산에 들어갔다.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입을 맞췄을 때—

이번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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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nce’s Birthday

5월 31, 2026 by K. Blackthorn

세월이 꿈처럼 흘러갔다. 시커와 아름은 낮 동안 늘 함께였다. 그녀는 그가 공부할 때 곁에 앉아 있었고, 둘은 함께 그녀의 책을 읽었다. 가끔 아름은 그의 꿈을 찾아가는 유혹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커는 언제나 그녀가 다음 날 아침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히 쉬게 해 주었다.

마침내 성탄 전야가 찾아왔다. 그들이 킨드의 천막에 도착하자, 리오라가 따뜻하게 시커를 안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아름 양.” 티르자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날카로운 회색 눈을 시커에게 돌렸다.
“이제야 좀 됐네요.”

그들은 촛불 아래에서 소박한 식사를 함께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근처 모닥불가에는 이미 목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킨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 무렵, 허영의 통치자는 온 세상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 요셉은 약혼한 아내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기 위해 성실로 올라갔는데, 마리아는 아이를 가진 몸이었다.

그들이 그곳에 머무는 동안 해산할 때가 되어, 마리아는 첫아들을 낳아 구유에 눕혔다. 여관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즐거운 산들에는 밤에 양 떼를 지키고 있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빛나는 이가 그들에게 나타났고, 왕의 영광이 그들 주위를 비추었다. 그들은 크게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빛나는 이가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모든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좋은 소식을 전하노라.

오늘 성실에서 왕자께서 태어나셨다. 그분이 자기 백성을 구원하실 것이다.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 될 것이다. 너희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수많은 무리가 빛나는 이와 함께 나타나 왕을 찬양하며 노래하였다.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는 왕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요, 사람들에게는 선하신 뜻이로다.”

빛나는 이가 떠난 뒤, 목자들은 가서 그 아기를 찾았고, 그가 말한 그대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았다.

—

킨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야기하는 동안 하늘에 나타난 밝은 별을 가리켰다.

—

임마누엘께서 성실에서 태어나셨을 때, 동방의 현자들이 그분의 별을 따라 먼 곳에서 왔다. 그 별은 그들 앞에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멈추었다.

그들이 집에 들어갔을 때, 아기는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엎드려 그분께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

목자들은 작은 선물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시커는 직접 손으로 만든 손가방을 아름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아름은 시커에게 오르골을 선물했다—그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오르골이었다.

목자들은 하나둘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킨드와 리오라는 시커와 아름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며, 원한다면 얼마든지 불가에 더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들은 불이 완전히 꺼진 뒤에도 한참 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숯불만 희미하게 붉게 빛났다. 아름은 그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고, 시커도 그녀 곁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커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서 몇 치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밀밭을 닮은 그녀의 향기가 그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느리고 고른 숨결이 그의 얼굴에 부드럽게 닿았다.

그는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부드럽게 입맞춤했다.

그는 천천히 물러나 잠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눈. 입술. 아, 그 입술.

그녀가 눈을 뜨고 미소 지었다—그가 너무도 사랑하는 그 미소였다. 하늘이 환해지는 것 같았고, 성탄의 별조차 그 빛 앞에 희미해 보였다.

그녀는 몸을 기울여 그에게 입맞춤한 뒤 천천히 물러났다.

그들은 서로의 눈빛에 빠져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다가가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Filed Under: Seeker

Dreamt Too Long

5월 28, 2026 by K. Blackthorn

그날 밤, 아름은 다시 시커의 꿈을 찾아왔다. 그들은 함께 이야기하고 웃었고, 초원을 거닐고, 개울가에 기대 쉬었으며, 폭포 아래에서 춤을 추었다. 몇 시간이 몇 분처럼 흘러갔다. 시커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시커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햇빛이 방 안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공동실로 내려갔지만, 아름은 없었다. 그는 기다렸다.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의 고개가 떨어졌고, 무거운 한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혹시 그녀가 자신을 아낀다는 건 다 착각이었을까? 그는 말없이 아침을 먹고 목초지로 향했다.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킨드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고, 그는 막 가르침을 마치고 있었다.
“스스로 서 있다고 생각할 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스테드패스트와 그레이셔스가 무리 속에 서 있는 것이 보여 그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오늘 아침 아름 본 적 있나요?” 그레이셔스가 물었다.

설마 알고 있는 걸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 못 봤어요.”

그는 스테드패스트를 향해 갑자기 말을 내뱉었다.
“아름이 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몇 시간이나 같이 이야기했거든요.”

스테드패스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자네는 아직 그 아이를 잘 모르는 거야. 그 애는 말하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 그레이셔스한테 물어봐도 알 거야.”

시커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킨드가 급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시커! 시커! 자네 어디 있었나?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

시커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킨드, 겨우 이틀밖에 안 됐잖아요.”

킨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끔은 이틀도 아주 길게 느껴질 수 있지.” 그의 눈이 반짝였다.
“리오라가 자네를 왕자의 탄생 축하에 초대하고 싶어 하더군. 우리 목자들에겐 큰 행사야—그분을 기리며 잔치를 열고 선물도 주고받지.”

킨드가 시커 옆을 흘끗 바라보았다.
“자네의…”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친구도 데려와도 좋네.”

“또 늦었군요, 아름 양.” 킨드가 짐짓 난처한 척 말했다.
“그 버릇은 정말 고쳐야겠어요. 시커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오늘 좋은 이야기였는데 말이죠—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시커는 듣고 있지 않았다. 아름이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숨을 약간 헐떡이며.

그녀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제 밤새도록 그렇게 날 안 재우면 안 돼요.”
그녀는 킨드가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러고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낮 동안은 당신 거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하죠.”

스테드패스트와 그레이셔스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웃음을 참으며 스테드패스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맞네요. 아름은 절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레이셔스가 들을 만큼 충분히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작게 웃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아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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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ond Book

5월 27, 2026 by K. Blackthorn

시커와 아름이 공동실로 들어서자, 명랑 양이 난로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또 뭘 찾는 시—” 그녀는 아름을 발견하고 말을 멈췄다. 의미심장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어머. 안녕, 아름!”

“또 스튜네요.” 아름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시커는 자꾸만 정신이 흐트러졌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따라 쓸었다—한 번이 아니었다. 그는 그런 입술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시선이 자꾸 떠돌았다. 그녀의 눈빛 속 반짝임, 또렷한 광대뼈의 선, 코와 뺨 위에 흩뿌려진 옅은 주근깨.

문득 생각이 스쳐 갔다. 어쩌면 그녀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그리고 방 안이 밝아졌다.
아니었다. 그녀야말로 그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말해 봐요, 시커. 당신 책 이야기요. 퍼핀이라고 했던 그 그림을 끼워 둔 책.”

“크리스천 이야기예요. 그는 멸망의 도시에서 왔지만, 짐이 너무 무거워 더는 머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는 자기—”

아름이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니죠, 우리 애기. 크리스천 이야기는 알아요.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 이야기예요. 그 책이 당신에게 무슨 뜻이죠?”

“어릴 때 읽었어요—아마 열 살쯤이었을 거예요. 제일 좋아하는 책이에요. 저는 언제나 제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했어요. 아폴리온에게 쓰러져도 끝까지 다시 일어나는 사람.”
그는 낮게 읊조렸다.
“‘내 원수여, 나로 인하여 기뻐하지 말지어다.’”

그녀의 미소는 여전히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책이 제게 불확실을 떠날 용기를 줬어요.”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요?”

그는 침을 삼켰다.
“하지만 아무것도 제가 기대했던 대로가 아니에요. 동행인은 시대가 변한다고 했지만… 그래도요. 굿-윌은 어디 있죠? 그리고 주위를 보세요, 아름—여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렸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크리스천은 혼자 걸었잖아요. 신실한 이가 있었지만 허영에서 죽었고. 나중에는 소망이 있었지만. 그런데 그의 불쌍한 아내와 아이들은—어떻게 두고 떠날 수 있었을까요?”
그는 망설였다.
“저는 그 이름조차 몰라요.”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거의 혼잣말처럼 말했다.
“전 외롭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난로 곁으로 데려갔다.
“여기서 기다려요, 우리 애기.”

그녀가 돌아왔을 때, 검은 가죽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다. 표지에는 은색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무정이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들들은 마태, 사무엘, 요셉, 그리고 야고보였고요.”

시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라고요? 어떻게 그걸—?”

그녀는 책을 그의 손에 건넸다.

그는 첫 페이지를 펼쳤다.

친절한 벗들이여,

얼마 전, 내가 크리스천 순례자와 그가 천성으로 향하며 겪은 위험한 여정에 대한 꿈을 여러분께 들려드린 것이 내게는 즐거움이었고, 여러분에게는 유익이었습니다. 또한 그의 아내와 자녀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순례길을 함께 가기를 꺼렸는지도 이야기했지요.

“무정은 그를 떠난 게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따르기를 거부한 거예요. 더 나쁜 게 뭔지 알아요? 아들들까지 못 가게 했다는 거예요.”
그녀는 잠시 멈췄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에요.”

시커는 더 듣고 싶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책은 크리스티아나 이야기예요. 무은혜가 크리스천이 되었던 것처럼, 무정도 결국 크리스티아나가 되었어요. 그는 길을 올바르게 걸었고, 그녀도… 결국 따라왔죠. 아들들도요. 그리고 그들의 아내들—머시, 피비, 마사.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제가…” 그의 눈이 기대감으로 빛났다.
“읽어도 될까요?”

“그래요, 애기.” 그녀가 말했다.
“읽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이건 내 선물이에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세 번째로, 그는 확신했다.

자신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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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wer of Trust

5월 25, 2026 by K. Blackthorn

시커와 아름은 나란히 걸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한 걸음 물러서서 그가 앞장서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들은 무너져 가는 조각상들을 지나 계단을 올랐고,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로 올라섰다.

“여기가 먼지 낀 응접실이에요.” 그가 말했다.

“정말 꽤 먼지가 많아 보이네요.” 아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젠가 물병이랑 빗자루 묘기라도 한번 써 봐야겠어요.”
그녀는 가볍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지금은 무너진 잔해로 막혀 버린 문간을 가리켰다.
“저쪽에도 방들이 더 있어요. 통역자가 크리스천에게 거기서 많은 걸 보여 주셨죠.”

“그리고 크리스티아나에게도요.”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크리스티아나요?” 시커가 눈을 깜빡였다. 이제 그녀에게 보여 줄 것은 더 없었다. 잔해가 앞길을 완전히 막고 있었다.
“여기서 구경은 끝인 것 같네요.”

도전적인 빛이 그녀의 눈에 번쩍였다. 순식간에 그녀는 한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벽을 기어올라 넘어가 버렸다.

그는 입을 벌린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알았다—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올 거예요, 우리 애기?” 그녀가 벽 너머에서 외쳤다.

“날 애기라고—” 그는 말을 멈췄다. 벽 너머에서도 그녀의 노려보는 기색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가 벽을 넘어갔을 때쯤, 그녀는 이미 계단 꼭대기에 서서 탑의 잠긴 문 앞에 있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 접이식 칼을 꺼내 문과 문설주 사이에 밀어 넣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걸쇠를 들어 올렸다.

감탄의 불꽃이 그녀의 눈에 번쩍였다.
“정말 놀라움 투성이네요!”

그는 첫 번째 계단을 절반쯤 올랐다가 멈췄다. 계단실에는 자신의 발소리만 메아리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그녀는 여전히 문간에 서서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녀가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시 내려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계단은 너무 좁아 손을 잡고 오르기엔 비좁았다—하지만 그녀는 손을 놓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그녀의 몸이 가까이 밀착되었고, 그의 심장은 가슴속에서 천둥처럼 뛰었다. 분명 그녀도 들었을 것이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그녀의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졌다.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책상 위에 놓인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책은 종이 쪽지 하나에 표시된 페이지에서 펼쳐졌다—이상한 새를 그린 아이의 그림이었다.

“이건 뭐예요?”

시커는 미소 지었다.
“퍼핀이에요. 제 남동생이 저를 위해 그려 준 거예요.”

그녀는 한동안 그것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시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의 책등들을 천천히 훑다가 H Καινή Διαθήκη에서 멈췄다.

“이건 뭐예요?” 그녀가 물었다.

“신약성경이에요.” 그가 대답했다. “그리스어로 되어 있죠.”

“읽을 수 있군요.” 그녀는 물은 것이 아니라 단정했다.

“조금은요.”

“좋아요, 그럼 말해 봐요, 우리 애기.” 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사랑해요’를 어떻게 말해요?”

그는 잠시 멈췄다. 잘난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 가… 파…오.” 그는 음절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발음하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 전에 보지 못한 표정이 떠올랐다. 장난기와 만족감이 묘하게 섞인 표정이었다.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이제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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