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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of the Elect

Tears of the Elect

Life in Delight

10월 8, 2026 by K. Blackthorn

매혹은 시커를 새로 들어온 일꾼들에게 소개했다. 수레를 싣고 내리는 사람들, 답차를 돌리는 사람들. 앞으로는 그들에게 씨 뿌리는 법과 추수하는 법을 가르치고, 겨울이 오면 나무 베는 일도 맡겨야 했다. 하지만 그의 짐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도록 챙기느라 근무 시간은 더 길어졌고, 대부분의 날은 해가 완전히 진 뒤에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슬기가 잠든 뒤면 아름은 가끔 조용히 울었다. 아이를 깨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밤에는 모험 이야기와 연애 소설 속으로 파고들었다. 시커에게도 책이 있었다. 두껍고 진지한 책들이었다. 그는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고, 아름은 졸린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와 그만 자러 오라고 애원하곤 했다. 시커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책을 읽었다.

슬기는 쑥쑥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혼자 앉을 수도 있었고, 사 준 장난감들을 손으로 툭툭 치며 놀기도 했다. 시커는 그 모든 순간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일하는 동안 흘려보내고 있었다.

매혹은 일주일에 한 번씩 품삯을 가져다주었다. 예전 안락이 하던 것처럼. 어느 날 아름이 “월급은 얼마나 올랐어?” 하고 묻자 시커는 잠시 멍해졌다. 야발과 이야기할 때는 그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분명 예전보다 많아지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늘 남는 돈은 없었다.

가끔 매혹은 야발의 지시를 전하러 집에 들르곤 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돌아가고 나면 정향과 오렌지 향기가 은은하게 집 안에 남았고, 시커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초록빛 눈을 떠올리곤 했다. 그녀에게는 무언가 반짝이는 생기가 있었다. 아름에게서 잃어버린 바로 그 빛. 아니. 시커는 그 생각을 억눌렀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아들이 있었다. 그런 생각은 품어서는 안 되었다.


아름은 그 못생긴 소파에 누워 시커가 슬기와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심했다. 그리고 여전히 피곤했다.

시커는 바닥에 앉아 슬기와 마주했다. 손가락 끝으로 슬기의 아랫입술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혀 내밀어 봐.” 슬기가 조그만 혀를 쏙 내밀었다. “에에엑!” 시커가 장난스럽게 외치며 혀를 톡 건드리자 슬기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이유 없이 우는 법이 없었다. 슬기가 외로움을 달래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외로움은 더 깊어졌다. 이곳 사람들은 냉정했다.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슬기에게도 그랬다. 슬기를 품에 안고 마을을 돌아다녀도 진정한 친구는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오두막에서는 모두가 슬기를 안아 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 밝은 항구에서는 누구나 환하게 웃어 주었는데.

몇 번인가 시커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려 했지만, 시커는 이제 그녀의 눈물을 받아 줄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었기에 시커와 결혼했다. 그런데 지금의 시커는 그저 지쳐 있었고… 화가 나 있었다.

시커는 슬기의 발을 잡았다. “이 새끼 돼지는…” 엄지발가락을 꼼지락거리자 슬기는 숨도 쉬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마지막 발가락에 이르러 “집까지 쭈우욱 갔네!” 하고 외치자 슬기는 또 한 번 배를 잡고 웃었다.

하지만 슬기는 아름을 닮아 여리고 겁이 많았다. 시커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자 슬기의 아랫입술이 떨리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름은 얼른 슬기를 안아 가슴에 꼭 품고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슬기.”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아빠는 그냥 하품하는 거야. 네 책에 나오는 곰처럼.” 슬기는 엄마의 심장 소리가 귓가에 닿자마자 금세 진정했고, 쇄골을 움켜쥐고 있던 작은 주먹도 스르르 풀렸다.

슬기가 아름의 품에서 꼼지락거리자 시커가 아이를 받아 머리에 입을 맞춘 뒤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빠는 이제 일하러 가야 해. 엄마랑 잘 놀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

그는 아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외투를 걸친 뒤 도끼를 어깨에 메었다. 문을 나서기 전 한 번 뒤돌아보며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었다.

문이 닫히자 작은 집은 갑자기 너무 넓게 느껴졌다.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탁탁 소리를 냈고, 바람은 덧문을 흔들며 웅얼거렸다.


“나 왔어.” 시커가 문을 밀어 닫으며 말했다. 그는 도끼를 문가에 세워 두고 장화를 벗은 뒤, 바닥에 흩어진 장난감과 책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 있었다.

슬기는 아름의 무릎에 앉아 있었고, 아름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이 보이니?” 정말 좋은 엄마였다. 어떤 날은 벌써 천 권은 읽어 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마지막 장을 넘기자 슬기의 고개가 꾸벅 떨어졌다. 시커는 아이를 안아 침실로 데려가 침대에 눕힌 뒤, 작은 파란 당나귀 인형을 팔 밑에 꼭 끼워 주었다.

“아, 시커.” 그가 다시 거실로 나오자 아름이 말했다. “여긴 정말 끔찍해.”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아름?”

아름은 눈을 굴리며 흉내 내듯 말했다. “‘애들끼리 언제 오후에 같이 놀게 해요.’”

“무슨 일 있었어?”

“다 빈말이었어. 오늘 슬기를 데리고 헌신의 집에 갔는데, 바쁘대.”

“정말 바빴던 거 아닐까?”

“문도 안 열어 주고 문간에 세워 둔 채 말했어. ‘미안해, 아름. 오늘은 좀 바빠.’”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문은 끝까지 막고 서 있고, 나는 밖에 서 있고… 정말 창피했어.”

시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건 너무했다.”

“그게 제일 나쁜 부분도 아니야.”

“그래?”

아름이 한숨을 쉬었다. “무심도 그 집에 있었어. 안에서 애들이 같이 노는 소리가 다 들리더라. 결국… 나랑 슬기는 함께 놀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잖아.”

시커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아름이 먼저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못 들은 척했어. ‘오늘은 너무 바빠서.’”

시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름를 품에 안고 마음껏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아질 거야, 자기야.” 그가 말했다. 그 자신조차도 그 말을 믿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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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ve and Orange

10월 7,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시커의 눈에는 그녀에게서 생기가 모두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 피부는 창백했고, 눈빛에서는 그 반짝임이 사라져 있었다.

슬기가 밤마다 울면 아름은 젖을 물리려 애썼지만, 슬기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래서 시커는 젖을 조금 짜서 작은 그릇에 담고, 아주 작은 숟가락으로 슬기에게 먹였다. 아이가 겨우 다 먹고 잠이 들 즈음이면, 슬기는 다시 배가 고파 보채기 시작했다. 시커는 마지막으로 한 시간 넘게 이어서 잠을 잔 것이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시커의 어머니는 일주일 동안 머물며 할 수 있는 일을 도왔지만, 곧 멸망의 도성으로 돌아가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 깊은 이도 허영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러 새로 태어난 조카를 만나고 떠났다.

“아름, 자기야.” 시커가 부드럽게 권했다. “조금이라도 일어나서 걸어 봐. 천천히.” 그러고는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잘 지켜 드려, 우리 슬기. 아빠는 너희 둘을 위해 다시 일하러 가야 해.”


시커는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고는 방앗간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넜다. 이렇게까지 지쳐 본 적은 없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지 벌써 이 주가 넘었다. 밀려 있을 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방앗간에 도착하자 한 젊은 여인이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 등까지 느슨하게 흘러내리는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카락. 허리를 감싸는 옷차림에 드러난 어깨. 그녀에게서는 정향과 오렌지가 섞인 포맨더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시커는 무심코 눈을 깜빡였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조금도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시커.” 그녀가 새벽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시커는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이미 허리를 자연스럽게 흔들며 앞서 걷고 있었다. “전 안락의 언니예요.” 그녀가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아버지께서 시커를 뵙고 싶어 하세요.”

야발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그녀는 노크도 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우아하게 안으로 들어섰고, 시커는 그 뒤를 따랐다. “아버지, 말씀하신 시커를 모셔왔어요.” 그녀는 우아하게 인사한 뒤 달콤한 미소를 지었지만 나가지 않았다. 대신 소파로 미끄러지듯 걸어가 단정히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으고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 그래. 시커.” 야발이 그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는 방을 가로질러 딸 곁에 앉더니 빈 안락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앉게.”

“시가 하나 하겠나?” 그가 은빛 케이스를 펼치며 물었다.

시커는 손을 들어 사양했다. “괜찮습니다.”

야발은 작은 커터로 끝을 자르고, 성냥을 그어 시가 끝을 천천히 달군 뒤 두어 모금 빨았다. 가느다란 연기가 천천히 위로 피어올랐다.

“말해 보게, 시커. 자네가 내 밑에서 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안락이 그러더군. 자네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성실한 일꾼이라고. 내가 뭐라고 약속했었지? 기갈에서는….”

“기쁨이죠.” 딸이 비단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바로잡았다.

“그래. 기쁨에서는.” 야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는다네.”

“맞습니다.” 시커가 대답했다. “전 제가 꿈꾸던 모든 것을 얻었습니다.”

“자네 재능을 그런 곳에서 썩히기엔 아깝군. 자네에게는 주도성이 있어. 추진력도 있고. 그런 사람을 답차에만 세워 둘 순 없지.”

시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부로 자네는 현장 감독이네. 매혹이 자네를 도울 걸세.”

매혹은 시커를 향해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 “무엇이든 필요하시면 제가 곁에 있을게요.”

“그럼 내일부터 시작하게.”

현장 감독이라고? 이제 더는 답차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고? 시커는 자세를 바로잡았다가 이내 벌떡 일어섰다. 믿기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아름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문턱을 나설 때까지도 정향 향기가 공기 속에 은은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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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rth of Bright

10월 6, 2026 by K. Blackthorn

다음 날 아침, 아름은 갑자기 몸을 웅크리며 구역질을 했다. 시커는 그녀의 곁에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는 등을 받쳐 주고 다른 손은 조심스레 그녀의 배 위에 얹었다.

“아, 시커.” 아름이 울먹이며 말했다. “배가 너무 아파. 앞으로 여섯 달을 어떻게 버티지?”

–

몇 달이 흘렀다. 날이 갈수록 그녀의 배는 불러왔지만,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시커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웠다. 허리를 받치며 아장아장 집 안을 걸어 다니는 모습마저 더없이 귀여웠다. 하지만 아름에게는 입덧이 끝날 기미가 없었다. 음식만 봐도 속이 뒤집혔고, 메스꺼움은 하루도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온유는 달콤한 감귤 음료를 자주 가져다주었고, 그것은 잠시나마 속을 달래 주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

봄이 지나 초여름이 찾아왔다. 어느 날 밤, 시커가 촛불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짧은 신음이 고요를 갈랐다.

“시커!” 아름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는 곧장 침실로 달려갔다. 아름은 침대 곁에 서 있었고, 맨발 아래로 양수가 바닥에 번져 가고 있었다.

“온유를 데려와.” 그녀가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오늘 밤 아기가 태어나.”

시커는 아름을 침대에 눕히고 젖은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 뒤 속삭였다. “조금만 버텨, 아름. 금방 돌아올게.”

그는 허겁지겁 장화를 신고 잠든 마을을 가로질러 온유의 집으로 달려갔다. 문을 힘껏 두드리며 외쳤다. “온유! 아름에게 당신이 필요해!”

몇 분이 긴장 속에 흐른 뒤, 온유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기쁨에는 산파가 없었지만, 그녀는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 절반은 직접 받아 낸 사람이었다.

“먼저 아름에게 돌아가.”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난 도와줄 사람을 데려올게.”

온유가 도착해 아름을 살펴본 뒤 시커에게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진통이 더 강해지고 간격이 짧아질 때까지는 곁에 있어 줘.”

시커는 그녀 곁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몇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아름의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지만, 단 한 번도 시커에게 모진 말을 하지 않았다.

새벽 첫 빛이 덧문 사이로 스며들 무렵,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름은 횡설수설 중얼거리다가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때 온유가 단호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시커, 밖에서 기다려. 다 끝나면 부를게.”

시커는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였다. 시간이 끝없이 흘러갔다. 해가 지고 밤이 되었지만, 아름은 여전히 닫힌 문 너머에서 산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끔찍한 침묵이었다. 가슴이 조여 왔다. 둘 다 잃은 걸까? 그는 눈물을 삼키며 기도했다. “제발… 제 아름을 지켜 주세요.”

그때 고요를 깨뜨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작지만 힘찬 아기의 울음이었다.

젊은 조수가 문간에 나타났다. “아내분은 괜찮아요.” 그 말을 남기고는 뜨거운 물과 수건을 가지러 다시 뛰어갔다.

마침내 온유가 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품에는 아마포에 곱게 싸인 작은 아기가 안겨 있었다. 시커는 숨을 삼켰다. 아기의 얼굴은 평온했고, 한쪽 눈을 반쯤 감은 채… 꼭 아름을 닮아 있었다.

전에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 시커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사랑이었다. 아름을 향한 사랑만큼이나 강했지만, 또 다른 사랑이었다.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 오늘은 그의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온유는 아이를 조심스레 시커의 품에 안겨 주었다. 시커는 아이를 팔 안에 포근히 감싸 안고, 작은 머리를 팔꿈치 안쪽에 기대게 한 뒤 침실로 들어갔다.

아름은 창백하고 지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두 눈은 감긴 채 미동도 없었다.

시커는 아들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노래했다.

슬기—

숲속 예배당에 비치는

한 줄기 햇살.

어머니처럼 아름답고,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아이.

언제나 네 빛을 비추어라.

온유하고,

정결하게.

마지막 말을 부르며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품속의 아이를 안은 채 아름을 바라보았다.

“아름.” 그가 속삭였다. “우리 아들이야. 슬기.”

“난 싫어.”

아름이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슬기를 그녀의 품에 조심스레 안겨 주었다.

아름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슬기…” 그녀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며 미소 지었다. “엄마가 우리 슬기를 사랑해.”

그리고 아이를 가슴 깊이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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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ristmas Surprise

9월 21, 2026 by K. Blackthorn

여름이 흘러가고, 가을의 추수가 지나고, 곧이어 다시 제분철이 찾아왔다. 시커의 하루는 노동 속에, 저녁은 책과 공부 속에 녹아들었다. 아름의 하루는 길고 공허하게 늘어졌다. 어떤 날은 시커가 점심을 먹으러 집에 왔고, 어떤 날은 그녀가 제분소까지 걸어가 그를 만났다. 하지만 그가 없는 동안에는 적막이 돌처럼 무겁게 그녀를 짓눌렀고, 그녀는 대부분의 날 눈물을 흘렸다.

–

겨울이 찾아왔고, 시커는 다시 위험의 숲에서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이브, 하루 일을 마친 그는 눈길을 헤치고 기쁨 마을 근처 산비탈에서 미리 봐 두었던 작은 소나무까지 걸어갔다. 그는 그 나무를 베어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지는 눈 위에 긴 자국을 남겼고, 거실에는 금세 짙은 솔향기가 가득 퍼졌다.

“보면 안 돼.” 그가 아름에게 말했다.

그녀는 잠옷 차림으로 못생긴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벽난로의 불빛이 그녀의 피부를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장작 타는 소리 위로 나지막이 노래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모든 것이 고요하고, 모든 것이 밝도다.”

그녀는 한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시커는 작은 상자를 열어 리본과 유리 장식들을 꺼냈다. 빨강, 파랑, 초록. 그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나무에 달기 시작했다.

“몰래 보면 안 돼.” 그가 말했다.

그녀는 킥킥 웃으며 두 눈을 더욱 꼭 가렸다.

마지막 장식을 걸자 그녀는 손을 내리고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시커는 그녀 곁으로 가 앉아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메리 크리스마스, 아름.” 그가 속삭였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머물렀고,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은 따뜻했다. 장작불은 조용히 타들어 갔고, 소나무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잠시 동안만큼은 바깥세상이 아주 먼 곳처럼 느껴졌다. 그 고요한 빛 속에서는 아무것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마침내 시커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외로워하는 널 보는 게 너무 마음 아파, 자기야. 나한테는 우리 둘만 있어도 충분해. 하지만 넌 더 많은 걸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아.”

“아니, 시커.” 아름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이젠 우리 둘만이 아니야.”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천천히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셋이야. 나 임신했어.”

시커는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말이 좀처럼 실감나지 않았다. 아름가… 임신했다고? 그의 손 아래, 그녀의 몸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그들의 아이였다. 아름의 미소를 닮은 딸일까, 아니면 자신을 닮은 아들일까?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을 기다리면서. 시커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보물을 안듯, 너무 세게 안으면 부서질까 두려워하며.

“아름…” 그가 경이로움에 목이 메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보다 더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을 거야.”

그가 평생 바라던 모든 것이 지금 여기에 있었다. 그녀의 품 안에,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새로운 생명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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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ng Furniture

9월 21, 2026 by theauthor

시커는 굳이 소리를 죽이려 하지도 않은 채 서둘러 옷을 입었다. 다른 방에서 들려오는 아름의 고른 숨결은 자는 척하고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깨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닫고 나갔다.

오늘도 제분소에서 길고 고된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신음 소리를 내며 손잡이를 밀었다. 벽에는 희미한 주황빛 얼룩이 남아 있었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 얼룩에 주먹을 내리치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억눌렀다. 이를 악물고 계속 밀었다. 속에서는 뜨거운 분노가 끓어올랐다. 젠장. 왜 저 애는 모든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거지?

저 애? 아름은 대체 무슨 말을 했던 거지? 희미한 얼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마치 돌벽 위에서 그를 비웃는 것 같았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 번 내리치면 상처 나는 건 자기 손뿐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아름이 어떻게 생각할지조차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 셔츠를 흠뻑 적셨다. 하지만 노동은 가슴속을 갉아먹는 고통을 조금도 덜어 주지 못했다. 빙글빙글. 이 모든 것이 다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정말 그걸 모르는 걸까?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분노는 무거운 통증으로 가라앉았다. 점심때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해 볼까. 아니.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오히려 더 나빠질 뿐이었다.

“시커?” 문간에서 아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었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손잡이에서 손을 놓은 뒤 그녀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야, 아름?”

“끔찍하네.” 그녀는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쓸었다. 그러고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점심 가져왔어.”

“그래.” 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밖 벤치에 두고 가.”

아름은 발돋움해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같이 먹을 거야. 그리고 우리 얘기도 해야 해.”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밖의 벤치로 이끌었다. 둘은 나란히 앉았고, 그녀는 손수건을 펼쳐 빵 한 덩이와 이미 조금 뜯어 먹은 조각, 치즈 한 덩이, 올리브 몇 알, 토마토 하나를 꺼내 놓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그의 접칼을 꺼내 토마토를 썰기 시작했다.

“그거 내 거야.” 그가 항의했다.

“이젠 내 거.” 그녀가 말했다.

식사를 마치자 그녀는 손가방에서 그의 파이프와 담배 주머니, 부싯돌을 꺼냈다.

“아름.” 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담배 피울 거면 나랑 같이 펴.”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비밀은 싫어. 그게 전부야, 시커.”

그는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손에서 파이프를 낚아챘다. 담배를 조금씩 집어 넣고 엄지로 단단히 눌러 다진 뒤 줄기를 입에 물었다. 부싯돌을 몇 번 쳐 불을 붙이고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셨다. 잠시 머금고 있다가 몸을 돌려 그녀 반대편으로 내뿜었다.

모르고 봤다면 그녀가 그 모습에 푹 빠진 줄 알았을지도 몰랐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나도 해 볼래.”

그는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파이프를 건넸다. “사발은 잡지 마, 아름. 손 데고 싶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파이프를 쥐고 아주 조금 빨아들였다가 곧바로 기침을 터뜨렸다. 콜록거리며 숨을 몰아쉬더니 파이프를 그에게 도로 밀어주었다. “역겨워. 정말 끊는 게 좋겠어.”

그는 파이프를 받아 천천히 한 모금 빨았다. 이번에는 몸을 돌리지도 않고 둘 사이로 연기를 내뿜었다.

아름은 손을 휙 저어 연기를 흩어 버렸다.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무슨 얘기?”

“당신 책은 책장이 필요해.”

“그래.”

“그리고 제대로 된 침대도, 식탁도.”

“알아, 아름.”

“오늘 사러 갈 거야. 당신 일 끝나면 바로. 안락이 어제 가게를 알려 줬어.”

시커는 파이프를 피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돈만 있었으면, 아름. 벌써 다 샀을 거야. 당신도 알잖아.”

그녀는 코를 찡긋했다. “안 사길 잘했어.” 두 사람 사이에는 **못생긴 소파**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맴돌았다.

“기다릴 수밖에 없어. 나한텐 돈이 없어, 아름.”

“잘 들어, 시커.”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열심히 일한 거 알아. 하지만 나도 일했어.”

“하지만, 아름…” 그가 망설였다. “그건 당신 돈이잖아.”

“그래, 시커.” 그녀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긴 내 집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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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y Bride in Delight

9월 21, 2026 by K. Blackthorn

이른 아침, 시커는 아름을 깨우지 않으려 조용히 옷을 입었다. 아름은 그가 사 온 소파는 단호히 거절하고 침실 바닥에 담요를 펼쳐 놓았다. 이제부터 두 사람이 잠을 잘 곳은 바로 여기였다.

“앞으로는 가구를 전부 같이 살 거야.” 아름이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시커는 그저 잠잘 곳이 하나 필요했을 뿐이었다. 바닥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았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아름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춘 뒤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왔다. 점심때가 되면 다시 돌아와 아름을 보고, 그다음 방앗간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방앗간에 도착한 시커는 신음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없는 동안 호밀과 보리, 밀을 가득 실은 수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는 자루 하나를 어깨에 둘러메고 곡물 창고까지 계단을 올라가 쿵 하고 내려놓은 뒤 다시 수레 쪽으로 향했다.

수레들을 훑어보니 적어도 수십 번은 오르내려야 할 것 같았다. 자루를 그대로 밖에 둘 수도 없었다. 여름 더위에 곡식이 상해 버릴 테니까. 죽도록 서두르면 정오쯤 끝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점심을 먹을 시간은 없었다. 이번에는 창고에 쌓인 밀가루 자루들을 다시 밖으로 나르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오후가 되면 마부들이 소를 끌고 돌아올 테고, 그때까지 밀가루를 모두 준비해 두어야 했다. 시커는 또다시 신음 소리와 함께 자루를 어깨에 둘러메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름.

그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제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 자신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울었겠는가?

그는 두 번째 자루를 첫 번째 자루 옆에 내려놓고 다시 하나를 가지러 갔다. 아쉬움이 마음을 갉아먹었다. 계곡이 내려다보이던 그 땅을 얼마나 갖고 싶어 했던가. 조금만 더 열심히 일했더라면. 그래도 마음은 쓰렸다. 아름이 새집을 보자마자 기뻐하며 자신을 꼭 끌어안고, 이 집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말해 줄 거라고 상상했었다.

그는 자루를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오갈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할 말이 맴돌았다. 이렇게 말할까… 아니, 저렇게 말하는 편이 낫겠지. 끝없이 되풀이하며 오갔다. 마침내 마지막 자루를 내려놓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물통을 들어 길게 들이켰다.

이제 남은 것은 밀가루뿐이었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름에게.

***

아름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고는 담요 너머로 손을 뻗었다. 시커는 이미 떠난 뒤였다.

가슴 한구석이 조금 저릿했다. 지난밤 그의 실망한 얼굴이 대낮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벌써 그녀에게 싫증이 난 걸까? 떠나기 전에 살짝이라도 깨워 줄 수는 있었잖아.

그녀는 함께 덮고 잔 담요를 가지런히 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침대였다. 바닥에서 자는 건 상관없었지만 시커는 계속 불평했다. 그래서 그 소파를 산 거라고 했다. 아직도 그의 취향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물건이었다. 게다가 불편하기까지 했다.

거실 한쪽 벽에는 시커의 책들이 쌓여 있었다. 책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식탁이었다.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식탁.

시커는 점심에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마을이나 둘러보다가 그를 위해 맛있는 것이라도 사 오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

아름은 마을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눈길을 끈 것은 단정한 집들도, 잘 가꿔진 꽃밭도 아니었다.

고요함이었다.

웃음소리도 없었다.

사람들 목소리도 없었다. 밝은 항구 골목을 어슬렁거리던 들고양이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적막뿐이었다.

텅 비고, 가슴 저미도록 외로운 적막.

마을 한가운데 가까이 이르러서야 아름은 사람을 발견했다. 자기 또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 둘이었다.

첫 번째 여자는 여우처럼 걸었다. 교활하고, 지나칠 만큼 자신만만했다. 아름이 좋아하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긴 검은 웨이브 머리를 익숙한 몸짓으로 넘기며 몸을 살짝 흔들어 가까이 다가왔다.

“그 유명한 아름이 당신이구나.” 초록빛 눈동자가 그녀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르네.” 아름의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두 번째 여자가 서둘러 다가왔다.

“매혹! 그러면 안 되잖아.”

그녀는 부드러운 얼굴에 온화한 푸른 눈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아름을 향해 몸을 돌렸다. “사촌 대신 사과드릴게요. 기쁨 마을에 온 걸 환영해요. 저는 안락이에요.”

“언니.”

매혹이 부드럽지만 끝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먼 사촌이야.”

안락이 굳어진 목소리로 받아쳤다.

“언니.”

매혹이 다시 강조하더니 거의 다정하게 속삭였다.

“입양됐지만.”

안락은 매혹을 노려본 뒤 아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와요.” 그녀가 따뜻하게 말했다. “마을을 구경시켜 드릴게요.”

–

아름은 보기 흉한 소파 위에 리넨 천을 펼치고 빵 한 덩이와 올리브, 치즈, 그리고 토마토 하나를 올려놓았다. 정말 식탁이 필요했다. 안락은 이미 어디서 살 수 있는지도 알려 주었다.

그녀는 기다렸다.

정오가 되었다.

그래도 시커는 오지 않았다.

그녀는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였다. 빵과 치즈는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눈가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분명 약속했는데.

그녀는 바닥에 앉아 보기 흉한 소파에 등을 기댔다.

시커의 책더미 옆에 놓인 가방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빵을 조금 뜯어 천천히 씹으며 시선을 다시 그 가방으로 돌렸다.

***

시커는 방앗간을 나서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루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고 무겁게 흘렀고, 온몸은 쑤시고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름에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아름에게 줄 맛있는 것을 하나 사 갈까 잠시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단 1분도 아까웠다. 그저 빨리 그녀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아름!”

그가 문을 열며 불렀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름은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눈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시커의 가방이 뒤집혀 내용물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게 뭐야?”

그녀가 그의 파이프를 치켜들며 따져 물었다.

시커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언제 말해 줄 생각이었어?” 아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몰아붙였다. “아니면 애초에 말할 생각도 없었던 거야?”

“그냥…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됐을 뿐이야, 아름. 삼 년은 너무 길잖아.”

아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목소리는 떨리며 낮아졌다. “그 여자도 네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됐어, 시커?”

그 여자?

아름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설마…

안락을 질투하는 건가?

“그런 거 아니야, 아름. 안락은… 그냥 여동생 같은 사람이야.”

“안락?” 아름이 비웃었다. “안락? 내가 바보인 줄 알아? 거짓말하지 마.” 그녀는 일부러 흉내 내듯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아름, 당신 얘기는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녀는 다시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눈에서는 여전히 번개가 번쩍였다. “바보는 네야? 아니면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야?”

“차라리 밝은 항구를 떠나지 말걸 그랬어.”

그녀는 홱 돌아서더니 쿵쿵 발을 구르며 침실로 들어가 그대로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시커는 보기 흉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대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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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ing in Delight

9월 21, 2026 by K. Blackthorn

시커는 아름의 침상 곁에 무릎을 꿇고 젖은 수건을 그녀의 이마에 올려 주고 있었다. 사흘째 그녀는 그곳에 누운 채 신음하고 몸을 떨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결혼 준비를 하느라 자신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 버린 것이었다. 아름이 힘겹게 눈을 뜨자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오디세우스…” 그녀가 속삭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시커는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무리하지 마, 아름.”

“나… 해야…” 그녀가 힘없이 말했지만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아름, 이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시커가 말했다. “다 해 놓고 이렇게 몸까지 망가뜨렸잖아.”

“해야 할 일이었어.”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안 하면 누가 했겠어?”

“아니야, 아름. 너무 많은 걸 혼자 짊어졌어. 내가 말렸는데도 넌 듣지 않았잖아.”

아름의 눈빛이 흔들렸다. “저한테 뭘 경고하셨다는 거예요, 시커?”

“우리 부모님 말이야. 폭포까지 모시고 갈 필요는 없었어. 그 일 때문에 다 망쳐 버렸잖아.”

아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우리 결혼식이 싫으셨군요.”

“아니야, 아름. 싫었던 게 아니야. 내가 본 결혼식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어.”

“그런데도…” 그녀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넌 하품했잖아.” 그 장면이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너무 피곤했어, 시커.” 그녀가 힘없이 속삭였다. “그렇다고…”

“그러니까 내 말을 들었어야지.”

아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배고파.”

“생선 스튜가 기다리고 있어.” 시커가 미소 지었다. “그런데 명랑 양이 도대체 어디서 생선을 구해 오셨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네.”

그녀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방 안까지 밝아지는 것만 같았다.

“이제 집으로 갈 준비 됐어? 우리 집으로.”

아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커를 가까이 끌어당겨 깊이 입을 맞춘 뒤, 그를 침대 위로 끌어올렸다.

***

두 사람은 함께 좁은 길을 걸어 나섰다. 아름은 시커의 팔에 꼭 매달려 그의 힘에 몸을 의지했고, 시커는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진 모든 것을 어깨에 멘 가방 하나에 담아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걸었다. 서두를 이유도, 급할 이유도 없었다. 이제 시간은 그들의 것이었다. 좁은 개울에 이르자 시커는 무릎을 꿇어 물통에 물을 채운 뒤 아름에게 건넸다. 아름은 목을 축일 만큼 마시고 다시 돌려주었다. 그러더니 신발을 벗고 개울로 들어가 첨벙거리며 건너가기 시작했다.

“아가, 다리가 있잖아!” 시커가 앞을 가리키며 외쳤다. 하지만 아름은 그저 까르르 웃기만 했다.

“안 깊어, 자기!” 그녀가 반대편 언덕에 오르며 대답했다.

시커는 어깨를 으쓱하고 신발을 벗은 뒤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 “네 짐을 물에 빠뜨려도 나 원망하지 마.” 그는 씩 웃으며 덧붙였다. “물론 실수로 말이야.”

시커는 물을 첨벙거리며 건넜다. 발걸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아름은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는 절대로 자신의 가방을 떨어뜨리지 않을 테니까. 앞에는 백합이 드문드문 피어 있는 완만한 언덕이 이어졌다. 언덕 꼭대기에 이르자 아름은 풀밭에 주저앉아 다리를 접었고, 시커도 가방을 내려놓고 그녀 곁에 앉았다.

시커의 얼굴에 잠시 알 수 없는 표정이 스쳤다. 이곳 어딘가가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분명했다. 아름은 확신했다. 그는 언제나 너무 큰 기대를 품었고, 현실이 그 기대를 채워 주지 못할 때마다 깊이 실망하곤 했다. 자신에게도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걸까?

아름은 가방에서 나무 그릇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숟가락이 함께 들어 있었다. 단단히 닫힌 뚜껑을 열자 진한 생선 스튜 냄새가 퍼졌고, 그녀는 큼직한 생선 조각 하나를 떠 올렸다.

“벌써 또 배고파, 아름?” 시커가 웃으며 물었다.

정말 바보 같기는. 생선 스튜는 배가 고파야만 먹는 게 아니잖아. 아름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웃었다. “한입 먹을래?”

시커는 코를 찡그렸다. “감히 네… 맛있는 스튜를 뺏어 먹을 순 없지.”

아름은 몇 숟갈 먹은 뒤 뚜껑을 다시 꼭 닫았다. 그리고 백합 한 송이를 꺾어 시커의 귀 뒤에 꽂아 주었다. 스튜를 안 먹겠다면 다른 방법으로 맛보게 해 주면 되지. 그녀는 몸을 기울여 시커에게 입을 맞추었다.

시커는 계곡 건너 산기슭에 자리한 마을을 가리켰다. 아름의 마음에 문득 그림자가 드리웠다. 외로워 보였다. 딱 그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래도 외로웠다.

두 사람은 다시 길을 걸었다. 아름은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다. 시커는 아직도 머리에 꽂힌 백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덕 아래 오래된 비석 앞에 이르자 그녀의 미소는 사라졌다. 세월에 닳은 비석에는 뼈들이 매달려 있었고, 그녀는 걸음을 늦추어 새겨진 글을 읽었다.

“징그러워…” 그녀가 중얼거렸다. 단순한 이와 게으른 이와 추정의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시커를 바라보니 그는 오히려 마음이 놓인 듯 보였다. 이상했다. 백합은 불편해하면서 뼈를 보면 안심하다니?

앞으로는 어려움의 언덕이 우뚝 솟아 있었다. 가파르고 메마른 바위길은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두려움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 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끊임없이 이끌고 있었다. 시커는 갈림길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그를 향해 돌아섰을 때, 마음속 어딘가가 찢겨 나가는 듯했다. 자신의 일부가 언덕 아래에 남겨진 채 끝내 따라오기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곡식 창고와 수레 곁을 지나자 그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기쁨으로 향하는 길 한쪽에는 오래된 건물이 서 있었다. 세월에 검게 그을린 들보와 빛을 잃은 구리 지붕. 낮게 울리는 기계 소리 사이로 낡은 나무가 삐걱거리고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신 나올 것 같아…” 그녀가 속삭였다.

“내가 일하는 곳이야.” 시커가 담담하게 말했다.

아름의 마음이 저려 왔다. 자신을 위해 그가 그곳에서 보낸 날들. 그리고 앞으로도 자신을 위해 보내야 할 수많은 날들. 그 생각은 차마 견디기 어려웠다.

***

시커의 마음속에서 짜증이 서서히 치밀어 올랐다. 아름은 조용해졌고, 그는 그녀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것이 좋은 침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기쁨 마을을 가리켰을 때부터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그 뒤로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기분이 점점 더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다리 위에서 한동안 걸음을 멈춘 채 계곡의 폭포를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시커는 원래 자기 것이 되었어야 할 땅을 지나며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계곡 위에 자리한 그 집은 자신이 아무리 애써도 살 수 없었을 만큼 훌륭했다. 아름은 분명 자신에게 실망한 것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무엇 때문이겠는가?

두 사람은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걸어 마침내 자신들의 집 앞에 이르렀다. 시커의 가슴은 뿌듯함으로 벅차올랐다. 그래, 계곡가에 있는 집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부지런한 이와 그의 아내 헌신한 이의 집 바로 옆에 집을 지었다. 어쩌면 헌신한 이가 아름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줄지도 몰랐다.

그는 몸을 굽혀 아름을 안아 문지방을 넘어 들여보내려 했지만, 그녀는 코웃음을 치더니 스스로 문을 밀어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천장은 낮았고 굵은 들보가 드러나 있었다. 널찍한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발걸음 소리가 울렸고, 아직도 톱밥과 송진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한쪽 벽에는 거칠게 다듬은 돌벽난로가 튀어나와 있었고, 주전자를 걸 수 있는 쇠갈고리가 달려 있었다.

시커는 그녀를 부엌으로 데려갔다. 새 회반죽과 석회 냄새가 아직 희미하게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조리대는 아무 장식 없는 나무였고, 한쪽에는 깊은 질그릇 개수대가 놓여 있었다.

침실은 작은 창문 하나만 있는 아담한 방이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덧문이 희미하게 삐걱거렸다. 흰 회칠을 한 벽에는 옷을 걸 나무못 하나만 외롭게 박혀 있었다.

시커의 책들은 거실 한쪽 벽에 가지런하지 않은 더미를 이루고 쌓여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집 안에 있는 유일한 가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긴 나무 소파였다. 황갈색 방석에는 붉은 점과 자주색 점이 줄지어 수놓아져 있었다. 시커는 활짝 웃으며 그것을 앞으로 끌어당겨 침대로 펼쳐지는 구조를 보여 주었다.

“어때, 아름?” 시커가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아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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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edding

9월 21, 2026 by theauthor

이 년 반이 지나 마침내 집은 완성되었다. 그러나 아름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커에게는 둘이 함께 도망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혼은 남자와 여자 둘만의 일이 아니었다.

시커는 집을 마무리하느라 바빴다. 아버지는 밤이면 바다에 나갔고, 어머니는 밭과 장터를 오갔다. 결국 결혼 준비는 모두 아름의 몫이 되었다. 밝은 항구 사람들은 모두 올 예정이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걸어오고, 나머지는 수레를 타고 올 터였다. 아름은 그 모든 일을 의논하려고 도시까지 다녀왔다. 마부들은 새벽 동틀 무렵 출발해 정오 전에 도착하겠다고 약속했다. 예식이 끝나면 함께 음식을 나누고, 다시 수레를 타고 모두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아름은 혼자 오두막으로 향했다. 시커는 데리러 가서 함께 걸어오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그래도 혼자 길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다리는 욱신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구원자가 멀리 기쁨에 있어, 자신이 소리쳐도 달려와 줄 수 없는 지금만은 더욱 그랬다.

“아름, 아무도 굶지 않게 할게.” 명랑 양이 필요한 물품 목록을 건네며 말했다. “여기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야.”

킨드와 그의 가족은 다시 아름다운 산으로 돌아갔고, 스턴이 돌아왔다. 그는 기꺼이 두 사람의 결혼식을 집례하겠다고 했다. “자네 둘만을 위한 특별한 설교도 준비해 두겠네.”

아름은 오두막의 옛 침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다시 길을 나섰다. 한 번도 쉬어 먹지 않고 곧장 밝은 항구까지 걸었다.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을 때마다 잠시 멈춰 숨만 돌렸을 뿐이었다.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어지러울 정도였다.

다음 날 아침에는 온몸이 쑤셨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허영의 즐거움 외곽에서 작은 예식 용품점을 찾았다. 그들은 하루 먼저 와서 목초지에 의자를 설치해 주기로 했다. 꽃으로 엮은 아치와 곳곳에 놓을 꽃다발, 그리고 촛불까지 준비해 준다고 했다. 심지어 예식 장면을 그려 줄 화가도 있었다. 아름은 명랑 양에게 받은 목록을 건네주었고, 그들도 함께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수레와 음식, 장식까지 모두 합쳐 이 골드가 조금 넘게 들었다. 그래도 새집에 둘 가구를 살 돈은 충분히 남아 있었다.

다음은 시커의 부모님 차례였다. 두 분은 하루 먼저 아름과 함께 와서 오두막에서 묵기로 했다. “두 분은… 아무에게도… 그…” 아름의 말끝이 흐려졌다.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시커의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지만, 그의 어머니는 단호히 거절했다.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걸까? 하지만 아름도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

시커는 목초지에 들어서다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들은 분주히 벤치를 나르며 가지런한 줄로 놓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아름이 서서 이리저리 손짓하며 지시하고 있었다. “꽃은 저쪽에 놓아 주세요.”

아름은 시커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멈추지도 않고 다시 바삐 움직였다. “네, 그 탁자는 바로 거기요. 맨 앞에요. 그리고 촛불은 그 위에 올려 주세요.” 그녀는 성큼 다가가 촛대의 위치를 직접 옮겼다. 가운데에는 가장 큰 것을, 양옆에는 키 큰 촛대를 하나씩 세웠다.

꽃으로 장식된 아치 뒤, 벤치 줄 옆에는 시커의 부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커는 그들에게 다가가 아버지와는 악수하고, 어머니는 꼭 안아 드렸다.

“너는 정말 상상도 못 할—” 어머니는 말을 하다 아름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멈추었다.

아름은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에는 피곤이 어려 있었다. “시커, 자기.” 그녀가 다정하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준비가 다 끝나면 어머님, 아버님이랑 저녁 먹고 폭포도 구경시켜 드리자.”

“아름.” 시커가 말했다. “좀 쉬어. 너무 무리하고 있어.”

“아니.” 아름이 대답했다. “거룩이 오빠가 꼭 모시고 구경시켜 드리라고 했어.”

“거룩이 뭐라고 했든 난 상관없어.” 시커가 날카롭게 말했다. “오늘은 너의 날이야. 우리의 날이라고.”

아름의 얼굴에는 시커가 너무도 잘 아는 그 완고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이 말다툼에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린 그냥 방으로 돌아가 있을까?” 시커의 아버지가 말했다. 너무도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커의 어머니는 먼저 남편을, 그리고 아름을 노려보았다. 두 여인 사이에 날카롭지만 말로는 하지 않은 무언가가 오갔다.

해는 이미 지고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질 무렵이 되어서야 그들은 돌아왔다. 늦어도 한참 늦은 시간이었지만, 명랑 양은 두 사람을 위해 촛불 하나를 켜 두고 있었다. 시커와 아름은 부모님께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를 드린 뒤, 함께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배고파.” 아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문을 두드리는 조용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명랑 양이 들어오며 수프 한 그릇과 숟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시커와 아름은 침대 위에 마주 앉아 말없이 수프를 나누어 먹었다. 그러고는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아침을 먹고 나자 아름은 침대 위에 시커의 옷을 가지런히 펼쳐 놓았다. 그녀가 그를 흘겨보았다. “설마 방앗간에서 입던 그 옷 그대로 입고 결혼할 생각은 아니었지?”

명랑 양이 분주히 들어왔다. “쉿, 쉿! 얼른 목초지로 가세요. 결혼식 전에 신랑이 신부를 보면 재수가 없어요.” 그녀는 “물 좀 길어 오—” 하다가 시커의 옷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요. 어머님, 아버님만 모시고 가세요.”

아름은 곁탁자 위에 놓인 놋거울을 들어 올렸다.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온몸이 쑤셨다. 지금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다시 침대로 기어 들어가 푹 자는 것뿐이었다.

명랑 양은 아름의 손을 잡고 세면실로 데려갔다. 그녀는 직접 물통과 주전자에서 물을 길어 욕조를 채우고, 항아리에서 로즈메리 향이 나는 가루를 한 숟갈 떠 넣었다. 아름이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자, 명랑 양은 리넨 수건을 거품에 적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다. “자, 자.”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우리 아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될 거예요.”

아름이 몸을 말리자 명랑 양은 천천히, 정성스럽게 머리를 빗겨 준 뒤 머리를 올려 베일을 고정해 주었다. 이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드레스 뒤쪽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 주었다. “이제는 좀 쉬어요, 아가.” 그녀가 다정하게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정오가 되기 조금 전 수레들이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은 우르르 오두막 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곧장 명랑 양이 준비해 둔 음식으로 달려갔다.

“그건 결혼식 끝나고 먹는 거예요!” 명랑 양이 외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적어도 신랑 신부 먹을 건 좀 남겨 주세요.” 그녀가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음식이 바닥나자 사람들은 다시 수레에 올라타 목초지로 향했다. 아름은 어머니와 아버지 곁에서 함께 걸어 목초지로 향했다.

***

Missing따스한 햇살이 목초지를 비추고, 구름은 느릿느릿 흘러가며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린양 한 마리가 울었고, 참새의 노랫소리는 마치 겨울은 지나가고 봄이 왔네 하고 속삭이는 듯했다. 탁자 곁에 놓인 백합에서는 향기가 은은히 퍼져 나왔다.

스턴은 손에 책을 들고 앞에 서 있었다. 굳센 이와 은혜로운 이는 아이들을 곁에 둔 채 함께 와 있었고, 거룩도 아내와 함께 자리했다. 아름의 다른 오빠인 실속도 아내와 함께 나와 있었다. 아름의 언니들인 배려와 생기, 그리고 온유도 각자의 남편과 함께 자리를 메우며 익숙한 얼굴들로 벤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커는 킨드와 리오르나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 깊은 이도.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한쪽 맨 앞줄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 통로 건너편에서는 한 목자가 아름의 어머니를 다른 쪽 자리까지 안내했다.

아름이 아버지의 팔을 잡고 꽃아치를 지나 들어서자 군중 위로 고요가 내려앉았다. 햇빛이 그녀의 하얀 드레스를 비추며 레이스와 어깨, 그리고 목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세상이 빙글 도는 것 같았고,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동안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아름의 아버지는 시커와 눈을 마주친 뒤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딸의 손을 시커의 손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돌아가 아내 곁에 앉았다.

아름은 시커를 향해 미소 지었지만,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입을 가리며 하품을 삼켰다. 두 사람은 스턴 앞에 서 있었지만, 시커는 그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오직 아름에게만 가 있었다. 스턴의 설교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벤치 위에서 몸을 고쳐 앉았고, 여기저기서 나지막한 속삭임이 일어났다.

마침내 스턴이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돌아서 손을 맞잡았다. 시커는 떨리는 목소리로 서약을 했지만, 아름의 서약은 흔들림 없이 또렷했다.

시커와 아름은 각각 탁자 위에 놓인 긴 촛불 하나씩을 들었다. 두 사람은 함께 가운데 놓인 큰 초에 불을 붙인 뒤, 동시에 자신의 촛불을 입김으로 껐다.

“이제,” 스턴이 미소 지으며 선언했다. “신부에게 입을 맞추어도 좋습니다.”

시커는 아름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리고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함께 통로를 걸어 내려갔다.

***

마침내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두 사람은 함께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밝은 항구로 향하는 마지막 수레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악수하고 미소를 지었다. 아름은 돌아오는 내내 시커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지만,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명랑 양은 식사를 준비해 주겠다고 했지만, 아름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두 사람은 그녀의 방으로, 이제는 두 사람의 방으로 올라가 문을 닫았다. “시커, 단추 좀 풀어 줄래?” 아름이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시커는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드레스가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고, 아름은 속옷 위에 잠옷을 걸쳐 입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시커를 바라보았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미안해, 시커.” 그녀가 나직이 속삭이더니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 시커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자, 불이 날 듯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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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Stretch

9월 21, 2026 by K. Blackthorn

방앗간 일도 끝나고, 이어 위험의 숲에서의 벌목도 끝났다. 꿈은 다시 선명해졌다. 아름은 재잘거리며 노래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 밝게 울려 퍼졌다. 둘은 손을 맞잡고 입을 맞추었다. 이제는 서로를 가르는 먼 거리조차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가 되자 시커는 아름을 만나기 위해 밝은 항구를 찾아갔다. 아름은 손님채 바닥에 둘이 함께 잘 담요를 펼쳐 놓았다.

아름의 아버지는 “정말로 우리 아름을 데리러 다시 올 줄은 몰랐구나.” 하고 말했고, 그녀의 어머니마저도 따뜻한 미소로 그를 맞아 주었다.

봄이 되자 집의 기초가 완성되었고, 벽도 모두 세워졌다. 시커는 일을 마친 뒤면 종종 들러 두 사람의 집이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씨를 뿌리는 계절이 오자 지붕도 올라갔다. 그것은 기쁨에서 가장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오두막이었다. 큰방 하나와 부엌 하나, 그리고 침실 하나. 아직 가구는 하나도 없었다. 자기 집은 아름이 직접 꾸며야 했으니까. 게다가 그때쯤에는 그의 주머니에도 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시커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이 년 반. 정말 해낸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결혼식과, 아름을 기쁨으로 데려오는 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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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ether Again

9월 21, 2026 by K. Blackthorn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시커는 다시 해석자의 영역에서 밭에 씨를 뿌렸다. 여름도 왔다가 지나갔다. 날마다 노동이 이어졌고, 날마다 그의 가슴속 그리움은 더욱 깊어져 마침내 견딜 수 없는 불길이 되었다.

밤이 올 때마다 꿈은 더욱 희미해졌다. 처음에는 둘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때로는 아름이 노래를 불러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마저 점점 사라져 갔다. 시간이 흐르자 둘은 몇 시간이고 말없이 함께 앉아 있기만 했다. 아름은 자주 울었다. 이제는 그녀의 모습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둘은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아름가 무언가 말했지만, 그 말은 시커의 귀에 닿기도 전에 흩어져 버렸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손바닥을 스쳤다. 스쳐 지나가는 산들바람처럼 차가웠다.

“아름.” 그가 몸을 가까이 기울이며 말했다. “계약금 열다섯 금화를 냈어. 다음 주부터 집을 짓기 시작해.”

그녀는 눈에 이해하지 못한 기색을 띤 채 고개를 저었다.

“우리 집!” 시커가 크게 외쳤다. 순간 꿈이 환해졌고, 아름이 미소 짓고 있었다. “다음 주에 시작해!”

“내일… 시냇가에서… 만나.” 그녀의 말이 겨우 들렸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시커는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협곡으로 내려가 시냇물을 따라 걸었다. 여울을 지나고, 폭포를 지나 마침내 계단에 이르렀다. 머리 위에는 해석자의 집 폐허가 서 있었고, 물 건너편에는 장엄한 궁전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는 아름에게 청혼했던 바위 위에 앉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청혼했던 곳이었을까? 그는 피식 웃었다. 정말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그는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는 동안 물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자신이 그녀의 말을 잘못 들은 걸까? 잘못 이해한 걸까?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지쳐 있었다. 힘겨운 노동을 두 해나 견뎌 냈고, 계약금도 모두 마련했다. 방앗간 일은 아직 일주일 뒤에나 시작했고, 안락이 며칠 쉬라고 허락해 주었다.

계단 위에 나타난 아름을 그는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 건강해진 몸, 그리고 곱슬머리는 사라지고 곧게 펴서 말총머리로 묶고 있었다.

아름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그녀는 계단을 뛰어내려와 그의 품에 안겼다. 둘은 오래도록 깊이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또 한 번. 아름은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몸을 떨며 그의 체취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 사이에도 태양은 조금씩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였다.

마침내 그녀가 몸을 떼어 내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수염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너무 좋아요, 시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네요.”

시커는 그녀의 말총머리를 살짝 잡아당겼다. “그 곱슬머리는 어떻게 된 거야?”

그녀의 눈에 번개가 번쩍였다. “내 머리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요!” 그러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럼 나 그냥 집에 갈까요?”

“정말 아름다워.” 그가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혼자 여기까지 온 거야? 하루도 안 걸려서? 우리 느림보가?”

그녀는 킥 웃었다. “계속 그렇게 놀려 봐요.”

둘은 함께 시냇가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숙여 물을 마셨다. 물은 시원하고 달았으며, 그들의 지친 몸을 새롭게 해 주었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자 달이 떠올라 협곡을 은은한 빛으로 물들였다. 나무 사이에서는 반딧불이가 반짝였다. 둘 다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공기 속에서 둘은 손을 꼭 맞잡은 채 풀밭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시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름의 시선에 눈을 떴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내밀며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배고파요.”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아침으로 사과가 먹고 싶어요.”

둘은 손을 가볍게 맞잡고 함께 계단을 올랐다. 아름은 그에게 기대지도 않았고, 앞서 달려가지도 않았다. 사방에서 폭포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지만 시커는 거의 듣지 못했다. 다시 아름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목장의 양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예요.” 아름이 말했다. “여기서 우리 결혼식을 올릴 거예요. 우리 부모님도 오실 거고, 당신 부모님도 오실 거예요. 그리고 밝은 항구 사람들도 모두요.”

“계약금은 다 냈어.” 시커가 말했다. “집을 짓는 데 반년 정도 걸릴 거야.”

“네.” 아름가 말했다. “그리고 저는 꽃도 준비해야 하고, 마을 사람들 음식도 준비해야 하고, 또…”

“이런.” 시커가 말했다. “우리 그냥 둘이 도망가면 안 돼?”

“갈 수 있죠.” 아름이 말했다. “지금 우리가 그러고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당신은 우리 엄마와 약속했잖아요. 당신은 집을 짓고, 저는 결혼식을 준비할게요.”

사과 과수원에는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눈먼 늙은 목자가 무릎 위에 책을 펼쳐 놓은 채 사과를 먹으며 앉아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이상했다. 눈먼 목자가 책을 읽어서 무엇 하겠는가?

노인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모든 것을 내려놓기 전, 시온의 대리석 강당에서 가르치던 시절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 그는 마을에서 마을로 떠돌며 사람들을 가르치고, 부부를 혼인시켜 주고 있었다.

“저희를 결혼시켜 주실 수 있나요?” 아름이 물었다. “저는 아름이고, 이 사람은 시커예요.”

노인은 아름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틀림없이 그렇겠구나.” 그리고 다른 손으로 시커의 손을 잡아 둘의 손을 맞잡아 주었다. “아름아, 평생 시커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겠다고 약속하느냐?”

“네.” 아름이 대답했다.

“시커야, 평생 아름을 사랑하고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느냐?”

“네.” 시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제 너희는 부부다. 왕께서 맺어 주신 것을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다.”

아름은 목자를 와락 껴안았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녀는 은화 한 닢을 그의 손에 쥐여 주려 했지만, 그는 사양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시커를 향해 말했다.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는 것이다. 왕께서 보고 계시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목자는 떠나갔다. 시커와 아름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방금 뭐 한 거죠?” 아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아내를 배고프게 둘 거예요?”

그는 손을 뻗어 사과 하나를 따고 접칼로 잘라 한 조각을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명랑 양의 빵만큼은 아니지만, 이걸로 만족해야겠네.”

아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일주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둘은 기쁨에도, 오두막에도 가지 않았다. 들판과 목장을 거닐고, 시냇물에서 헤엄치고, 별빛 아래 서로를 품에 안고 잠들었다. 그녀가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도 이별의 그늘은 조금도 없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아내를 만나러 와요.” 그녀가 말했다. “그때 같이 결혼식을 준비해요.” 그녀는 그의 수염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는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잘 가요, 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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