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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of the Elect

Tears of the Elect

Beautiful – Chapter 1

6월 2, 2026 by theauthor

아름은 그날 아침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그녀는 쿵쿵거리며 공동실로 내려갔다. 늘 그렇듯 이야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그게 싫었다. 좋다. 오늘은 모험을 떠날 것이다. 필요하다면 혼자서라도.

늘 먹던 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명랑 양이 고기와 치즈를 남겨 두었다. 마치 아름에게 계획이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아름은 빵 두 장 사이에 고기 한 장, 치즈 한 장을 턱 집어넣었다.

남편 것 하나도 만들어.

아름은 홱 돌아보았다.

누가 말했지?

아무도 없었다.

그냥 자기 머릿속이었다. 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분명 너무 심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새 두 번째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녀는 그것마저 정성껏 천으로 감쌌다.

새들이 먹겠지.

여기서 친구라고는 새들뿐이니까.

뭐… 새들 말고도 그레이셔스. 그리고 스테드패스트. 킨드. 페어-글랜스. 그리고—

아름은 밀밭 사이를 거닐며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개울?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계단은 끔찍하게 길어 보였다.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 노래에 맞춰 손가락으로 밀 이삭을 톡톡 두드렸다. 새들이 멈추면 그녀도 멈췄다. 이삭을 하나 뽑아 박자 사이에 휙 던져 버렸다.

그래도 심심했다.

그때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그를 보았다.

저 사람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는 거지?

그녀는 돌아보았다. 머리카락이 얼굴 앞으로 휘날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자기에게 웃고 있다는 것을.

그는 계속 웃고 있었다.

이건 좀 어색해지고 있었다.

아름은 곧장 걸어가 그의 배를 콕 찔렀다.

남편.

그 단어가 막을 새도 없이 머릿속을 가로질렀다.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전 아름이에요.”

대체 부모님은 왜 자기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네, 정말 아름다우세요!”

그가 말했다.

놀리는 건가?

아름은 킥 웃어 버렸다.

그녀는 벌써 그의 유머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개울 보러 갈래요?” 그가 물었다. “내일이라도?”

도대체 무슨 문제지?

자기가 오늘 심심하다는 걸 모르는 걸까?

그는 오늘 모험에 딱 맞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가 폐허를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뭐… 동행인이 떠난 뒤에.

그전에는 길 잃은 강아지처럼 동행인만 졸졸 따라다녔지만.

내일?

아마 계단을 못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뿐.

좋다.

보여 주겠다.

“오늘은 뭐가 문제죠?”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같이 갈 것이다.

좋든 싫든.

“따라와 봐요!”

아름은 계단 꼭대기에서 속도를 늦추었다.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뒤처지는 시커를 보며 씨익 웃음이 났다. 다음번에는 자기를 얕보지 않을 것이다.

맨 위 계단은 미끄러웠다. 발이 갑자기 미끄러지며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그녀는 허우적거리며 손을 뻗어 아무거나 붙잡으려 했다. 그가 그녀를 붙잡았다. 아름은 민망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 아래까지 한참이었다.

그는 보기보다 힘이 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손을 잡는 방식이 그랬다. 너무나 다정했다.

아름은 손을 빼려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좋았다.

물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손을 잡아 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애도 아니고.

그의 든든한 손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안정되자, 아름은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이런 계곡은 처음이었다. 푸르고 야생적이었다. 폭포는 힘차게 쏟아져 내렸고, 물은 가느다란 층계를 따라 흘러내렸다. 맑고 자유롭게 바위 위를 춤추며 흘러갔다.

아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모험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름은 시커와 나란히 개울가에 앉아 수정처럼 맑은 물에 발끝을 담갔다. 시커. 이름이 그랬던가?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동행인이 그렇게 부르는 걸 들은 것 같았다.

개울 건너편에는 장엄하고 웅장한 궁전이 우뚝 서 있었다. 저곳을 탐험한다면 정말 멋진 모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는 가 보자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자기가 개울을 건너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물에 빠질 거라고.

솔직히 말하면, 계단에서 거의 굴러떨어질 뻔했던 걸 생각하면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그는 늘 오두막 근처 폐허를 탐험하고 있었다.

대체 거기 뭐가 있길래 저렇게 관심을 갖는 걸까?

알아낼 것이다.

내일.

누가 오늘로 모험이 끝나야 한다고 정했단 말인가?

아름은 가방을 내려놓고 열었다. 그 낡고 헤진 모습이 시커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면서.

안에는 천으로 곱게 감싼 샌드위치 두 개가 들어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철렁했다.

남편 것 하나도 만들어.

설마 그 말을 정말 입 밖으로 내뱉은 건 아니겠지?

너무 창피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제발 못 들었기를.

그러면 분명 자기를 바보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모험도 끝이다.

남편.

그 단어는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사실 자기 이상형도 아니었다.

시커가 물통을 건네주었다.

아름은 그것을 알아보았다.

동행인의 것이었다.

그녀도 저런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커 입가에 붙은 빵 부스러기가 자꾸 눈에 거슬렸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그것을 닦아 주었다.

훨씬 나았다.


그는 어딘가 정신이 팔린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아름은 자신이 절망의 수렁에 빠졌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이제 그는 자기를 덜렁거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궁전도 끝이었다.

그런데 그는 듣고 있었다.

정말로 듣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판단이나 비난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 이야기했다.

계속 떠들어 댔다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두운 땅에서의 어린 시절.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에겐 사람을 믿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든든한 무언가가.

아름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순간 가슴속에서 거부감이 치밀어 올랐다.

“울지 마요.”

그녀는 날카롭게 말했다.

그녀는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소리치는 건 봤다.

화를 내는 것도.

하지만 우는 것?

한 번도.

“우는 건 애기들이나 하는 거예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그는 자기 때문에 울고 있었다.

그건 약함이 아니었다.

그를 비웃을 이유도 없었다.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어떻게 방금 한 말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애기.

그 말은 다정한 뜻일 수도 있었다.

사랑스러운 뜻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시커도 그렇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앞으로는 애기라고 부를 거예요!”

그녀는 거의 스스로를 설득할 뻔했다.

“서둘러요, 애기! 해가 지고 있잖아요!”

아름은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자기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차례였다.

“키스해도 될까요?”

그 말에 아름은 순간 당황했다.

계단 꼭대기에서는 그의 손을 놓게 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했다.

강하고.

조심스럽고.

다정했던 손.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입 맞추기를 원했다.

그런 사람은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었다.

단 한 사람에게만 입 맞추겠다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만.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그 사람에게만 하겠다고.

한 번 그 말을 하고 나면, 다시는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남편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정말 멋진 하루였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첫날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그녀는 단 한 사람에게만 입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름은 시커에게 뺨을 내밀었다.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입 맞춘 적이 있다면, 그건 그의 일이었다.

그의 입술이 피부에 닿은 자리에서 간질거림이 퍼져 나갔다.

“보고 싶을 거예요.”

시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뇨, 안 그럴걸요.”

아름은 빙긋 웃었다.

“내가 꿈에 찾아갈 거니까요.”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소년은 정말로 그 말을 믿었다.

아름이 눈을 떴을 때도 하늘은 아직 어두웠다. 은빛 기운이 희미하게 지평선 끝을 스치고 있었다.

그녀는 촛불을 밝히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빗어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하룻밤만 자도 머리가 명랑 양만큼 엉망이 되다니.

뭐…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같은 옷을 또 입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진 옷도 별로 없었다.

시커에게 잘 보이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폐허를 탐험하기에 적당한 옷이 필요했을 뿐이다.

시커는 보통 언제 아침을 먹을까?

잘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일찍 가는 편이 좋겠다.

그녀는 식기를 두 개 꺼내 놓았다.

하나는 자기 것.

그리고 바로 옆에는 하나 더.

기다리는 동안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접시가 두 개?

자기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시커가 보면 자기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바로 알 것이다.

아름은 황급히 접시 하나를 치우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시커가 문간에 나타났다.

“좋은 아침이에요, 애기.”

그녀는 애써 두 번째 접시를 보지 않으려 했다.

대신 하루 묵은 빵을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사과는 아니지만, 이걸로 만족해야겠네요.”

혼자만 아는 농담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커는 두 번째 접시 앞에 앉았다.

그러니까—

눈치챘다는 뜻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향해 움직였다.

“여기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어쩌면 그냥 놔둬도 되었을지 모른다.

꿈속에서 그의 손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직도 기억나니까.

하지만 결국 그녀는 손을 빼 버렸다.

“시커, 그 탑에서 대체 뭘 하는 거예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너무 궁금해하는 티가 났다.

분명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역시나 그도 눈치챘다.

당연히 그랬다.

자기가 전에부터 그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금 흘려버렸으니까.

아름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다들 알아요, 우리 애기.”

그녀는 일부러 우리를 넣었다.

애기라는 말이 너무 다정하게 들리지 않도록.

“그럼 와서 봐요, 애기.”

시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감히 자기를 애기라고 부르다니.

“저를 애기라고 부르지 마요!”

아름은 작은 모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너무 들뜬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앞장서는 건 시커에게 맡겼다.

그도 그게 좋은 모양이었다.

“여기가 먼지 낀 응접실이에요.”

시커가 말했다.

그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둘은 무너진 돌무더기에 막힌 문 앞에 도착했다.

“해석자는 저 너머 방들에서 크리스천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 주었죠.”

그가 말했다.

자기가 이 폐허의 역사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끔은 정말 얄미울 정도였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나에게도요.”

아름이 덧붙였다.

시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좋았다.

그가 모르는 걸 자기는 알고 있었다.

저녁이 지나면 보여 줄 것이다.

“여기서 안내는 끝이에요.”

시커는 자기 키보다도 낮은 무너진 벽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까지 데려와 놓고 끝이라고?

좋은 것은 언제나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그는 그것도 모르는 걸까?

좋다.

보여 주겠다.

아름은 한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팔에 힘이 들어가고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했다.

그래도 도움을 청할 생각은 없었다.

절대로.

그녀는 반대편으로 내려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올 거죠, 우리 애기?”

그녀는 씨익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여 줬을 것이다.

“애기라고 부르지 마…”

시커가 말하다 말았다.

아름은 킥킥 웃었다.

끝까지 말도 못 하는구나.

그녀는 탑 문이 있는 계단까지 냅다 달려갔다.

잠겨 있었다.

설마 이게 끝인가?

모험이 벌써 끝났다고?

그녀는 문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무 빨랐다.

아직 끝날 수는 없었다.

시커는 언제나처럼 태연하게 걸어왔다.

그리고 배낭에서 주머니칼을 꺼내더니 딸깍 소리와 함께 펼쳤다.

처음 보는 칼이었다.

그건 확실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꿈속에서는 그가 이미 자신에게 보여 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는 칼을 문틈 사이에 밀어 넣었다.

마치 천 번도 넘게 해 본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아름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체 자기가 모르는 모습이 얼마나 더 있는 걸까?

그녀는 손을 내밀고 기다렸다.

그런데 시커는 이미 자기 혼자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름이 말했다.

정말 눈치가 없었다.

손을 잡고 싶은 건지 아닌 건지.

시커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손이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손을 맞잡은 채 둘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생각보다 훨씬 좁았다.

아름은 거의 그의 등에 기대다시피 해야 했다.

그래도 손은 놓지 않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천천히.

규칙적으로.

그리고 강하게.

그 울림이 그녀의 몸으로 전해졌다.

이상하게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심장도 그에 답하듯 뛰었다.

한 박자도 어긋나지 않게.

도대체 탑 꼭대기에 무엇이 있길래 저토록 집착하는 걸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책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사이자 시인이었던 건가?

어쩌면 정말 자기 취향일지도 몰랐다.

말도 안 돼.

요 며칠 자신은 완전히 이상해져 있었다.

아름은 책등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었다.

『한 사람의 척도』

『숨겨진 샘』

『멍에와 쟁기』

정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러다 한 권이 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자로 적혀 있었다.

“이건 뭐예요?”

그녀가 물었다.

“신약성경이에요.”

시커가 대답했다.

“그리스어로 쓰여 있죠.”

전사이자 시인.

마치 오디세우스처럼.

물론 그리스어도 읽을 줄 알겠지.

하지만 확인해 봐야 했다.

“그럼…”

아름은 반 박자쯤 머뭇거리다가 불쑥 물었다.

“‘사랑해’는 어떻게 말해요?”

그건 괜찮았다.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 바보 같은 소년은 말했다.

“아가파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아름은 그 말을 듣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해 준 건 처음이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속으로 킥 웃었다.

점점 능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시커에게만큼은.

그날 밤, 아름은 다시 꿈속에서 시커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일부러.

시커는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당신이네요?”

아름이 나직이 속삭였다.

시커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을 지켰군요.”

아름은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바로 오두막 앞에서.

여기는 꿈이었다.

그들의 꿈.

그들의 규칙.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여기서는 손 잡아도 돼요.”

그녀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

“여기 말고는 안 되고요.”

시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계단을 따라 계곡 쪽으로 달려 내려갔다.

아름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따라 흩어졌다.

그녀는 미끄러질 걱정도 없이 개울을 건넜다.

바위에서 바위로 가볍게 뛰어다녔다.

웅장한 궁전이 곁에 우뚝 솟아 있었지만 그녀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래된 궁전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그녀에게는 오디세우스가 있었다.

둘은 계곡을 따라 걸었다.

개울은 옆에서 장난치듯 튀어 오르며 함께 흘렀다.

시커는 매끈한 바위 위에 털썩 앉아 발을 물속에 담갔다.

그리고 웃으며 손짓했다.

“이것도 해 봐요!”

아름은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치마도 신발도 신경 쓰지 않았다.

빛나는 물은 시원했다.

밝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했다.

물은 바람처럼 그녀를 감싸며 흘렀다.

손가락 사이로.

발목 주위로.

하지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아름은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둘은 폭포 아래에서 함께 춤을 추었다.

주변의 물은 부드럽고 살아 있었으며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내 아름은 시커 곁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단단했다.

든든했다.

따뜻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히.

하지만 결국 헤어질 시간이 찾아왔다.

시커가 몸을 기울였다.

입맞춤하려고.

이건 그녀의 꿈이었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진짜이기도 했다.

중요했다.

의미가 있었다.

아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술을 마주하는 대신—

조용히 뺨을 내주었다.

아름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해는 이미 하늘 중턱까지 올라와 있었다.

애기처럼 푹 자 버렸다.

그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시커가 뭐라고 생각할까?

그녀는 허둥지둥 머리를 빗었다.

얼굴에는 물을 끼얹었다.

공동실은 비어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름은 목초지로 냅다 달려갔다.

거기에 시커가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킨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름은 킨드의 눈빛에서 꾸밈없는 호감을 읽을 수 있었다.

킨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나쁜 사람일 리 없지.

그렇지?

킨드는 늦었다고 그녀를 놀렸다.

공정한 지적이었다.

아름은 원래 시간 감각이 형편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자기 잘못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그렇게 밤새도록 저를 붙잡아 두면 안 돼요.”

아름은 시커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뺨이 뜨거워졌다.

제발 킨드가 못 들었기를.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

“낮에는 함께 있잖아요. 그거면 충분하죠.”

하지만 나한텐 충분하지 않은데.

그 말은 현명하게 삼켰다.

방금 킨드가 두 사람을 왕자님의 탄생 축하 행사에 초대한 건가?

아름은 말없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킨드는 미소를 지었다.

“아름도 시커도 언제든 내 천막에 놀러 와도 돼.”

그가 말했다.

“둘 다 말이야.”

그는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름이 고개를 돌리자 그레이셔스가 웃고 있었다.

시커가 무슨 말을 한 모양이었다.

동행인이 분명 나쁜 영향을 끼친 게 틀림없었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전날이 찾아왔다.

아름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음악 상자를 좋아할까?

그녀는 들키지 않으면서도 그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끔 시커는 정말 뻔한 것도 놓치곤 했다.

물론 그는 음악 상자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아름도 새 손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분명 예전 가방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녀의 전사 시인은 장인이기도 했다.

대체 언제쯤 그녀를 놀라게 하는 걸 멈출까?

아름은 킨드의 가족과 함께한 저녁 식사가 무척 좋았다.

예배도 좋았다.

그 여운은 아직도 마음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시커와 함께 크리스마스 별 아래 앉아 있었다.

모닥불은 거의 꺼져 가고 있었고, 희미한 숯불만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완벽한 밤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름은 입술에 닿는 감촉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커의 입술이었다.

그건 계산에 넣지 않아도 됐다.

먼저 키스한 건 시커였으니까.

아니.

그녀도 원하고 있었다.

아름은 몸을 기울여 부드럽고 확신에 찬 입맞춤으로 답했다.

그건 계산에 들어갔다.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입을 맞췄을 때—

이번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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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nce’s Birthday

5월 31, 2026 by K. Blackthorn

세월이 꿈처럼 흘러갔다. 시커와 아름은 낮 동안 늘 함께였다. 그녀는 그가 공부할 때 곁에 앉아 있었고, 둘은 함께 그녀의 책을 읽었다. 가끔 아름은 그의 꿈을 찾아가는 유혹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커는 언제나 그녀가 다음 날 아침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히 쉬게 해 주었다.

마침내 성탄 전야가 찾아왔다. 그들이 킨드의 천막에 도착하자, 리오라가 따뜻하게 시커를 안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아름 양.” 티르자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날카로운 회색 눈을 시커에게 돌렸다.
“이제야 좀 됐네요.”

그들은 촛불 아래에서 소박한 식사를 함께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근처 모닥불가에는 이미 목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킨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 무렵, 허영의 통치자는 온 세상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 요셉은 약혼한 아내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기 위해 성실로 올라갔는데, 마리아는 아이를 가진 몸이었다.

그들이 그곳에 머무는 동안 해산할 때가 되어, 마리아는 첫아들을 낳아 구유에 눕혔다. 여관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즐거운 산들에는 밤에 양 떼를 지키고 있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빛나는 이가 그들에게 나타났고, 왕의 영광이 그들 주위를 비추었다. 그들은 크게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빛나는 이가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모든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좋은 소식을 전하노라.

오늘 성실에서 왕자께서 태어나셨다. 그분이 자기 백성을 구원하실 것이다.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 될 것이다. 너희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수많은 무리가 빛나는 이와 함께 나타나 왕을 찬양하며 노래하였다.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는 왕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요, 사람들에게는 선하신 뜻이로다.”

빛나는 이가 떠난 뒤, 목자들은 가서 그 아기를 찾았고, 그가 말한 그대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았다.

—

킨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야기하는 동안 하늘에 나타난 밝은 별을 가리켰다.

—

임마누엘께서 성실에서 태어나셨을 때, 동방의 현자들이 그분의 별을 따라 먼 곳에서 왔다. 그 별은 그들 앞에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멈추었다.

그들이 집에 들어갔을 때, 아기는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엎드려 그분께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

목자들은 작은 선물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시커는 직접 손으로 만든 손가방을 아름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아름은 시커에게 오르골을 선물했다—그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오르골이었다.

목자들은 하나둘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킨드와 리오라는 시커와 아름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며, 원한다면 얼마든지 불가에 더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들은 불이 완전히 꺼진 뒤에도 한참 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숯불만 희미하게 붉게 빛났다. 아름은 그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고, 시커도 그녀 곁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커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서 몇 치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밀밭을 닮은 그녀의 향기가 그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느리고 고른 숨결이 그의 얼굴에 부드럽게 닿았다.

그는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부드럽게 입맞춤했다.

그는 천천히 물러나 잠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눈. 입술. 아, 그 입술.

그녀가 눈을 뜨고 미소 지었다—그가 너무도 사랑하는 그 미소였다. 하늘이 환해지는 것 같았고, 성탄의 별조차 그 빛 앞에 희미해 보였다.

그녀는 몸을 기울여 그에게 입맞춤한 뒤 천천히 물러났다.

그들은 서로의 눈빛에 빠져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다가가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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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t Too Long

5월 28, 2026 by K. Blackthorn

그날 밤, 아름은 다시 시커의 꿈을 찾아왔다. 그들은 함께 이야기하고 웃었고, 초원을 거닐고, 개울가에 기대 쉬었으며, 폭포 아래에서 춤을 추었다. 몇 시간이 몇 분처럼 흘러갔다. 시커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시커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햇빛이 방 안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공동실로 내려갔지만, 아름은 없었다. 그는 기다렸다.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의 고개가 떨어졌고, 무거운 한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혹시 그녀가 자신을 아낀다는 건 다 착각이었을까? 그는 말없이 아침을 먹고 목초지로 향했다.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킨드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고, 그는 막 가르침을 마치고 있었다.
“스스로 서 있다고 생각할 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스테드패스트와 그레이셔스가 무리 속에 서 있는 것이 보여 그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오늘 아침 아름 본 적 있나요?” 그레이셔스가 물었다.

설마 알고 있는 걸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 못 봤어요.”

그는 스테드패스트를 향해 갑자기 말을 내뱉었다.
“아름이 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몇 시간이나 같이 이야기했거든요.”

스테드패스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자네는 아직 그 아이를 잘 모르는 거야. 그 애는 말하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 그레이셔스한테 물어봐도 알 거야.”

시커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킨드가 급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시커! 시커! 자네 어디 있었나?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

시커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킨드, 겨우 이틀밖에 안 됐잖아요.”

킨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끔은 이틀도 아주 길게 느껴질 수 있지.” 그의 눈이 반짝였다.
“리오라가 자네를 왕자의 탄생 축하에 초대하고 싶어 하더군. 우리 목자들에겐 큰 행사야—그분을 기리며 잔치를 열고 선물도 주고받지.”

킨드가 시커 옆을 흘끗 바라보았다.
“자네의…”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친구도 데려와도 좋네.”

“또 늦었군요, 아름 양.” 킨드가 짐짓 난처한 척 말했다.
“그 버릇은 정말 고쳐야겠어요. 시커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오늘 좋은 이야기였는데 말이죠—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시커는 듣고 있지 않았다. 아름이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숨을 약간 헐떡이며.

그녀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제 밤새도록 그렇게 날 안 재우면 안 돼요.”
그녀는 킨드가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러고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낮 동안은 당신 거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하죠.”

스테드패스트와 그레이셔스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웃음을 참으며 스테드패스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맞네요. 아름은 절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레이셔스가 들을 만큼 충분히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작게 웃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아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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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ond Book

5월 27, 2026 by K. Blackthorn

시커와 아름이 공동실로 들어서자, 명랑 양이 난로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또 뭘 찾는 시—” 그녀는 아름을 발견하고 말을 멈췄다. 의미심장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어머. 안녕, 아름!”

“또 스튜네요.” 아름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시커는 자꾸만 정신이 흐트러졌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따라 쓸었다—한 번이 아니었다. 그는 그런 입술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시선이 자꾸 떠돌았다. 그녀의 눈빛 속 반짝임, 또렷한 광대뼈의 선, 코와 뺨 위에 흩뿌려진 옅은 주근깨.

문득 생각이 스쳐 갔다. 어쩌면 그녀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그리고 방 안이 밝아졌다.
아니었다. 그녀야말로 그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말해 봐요, 시커. 당신 책 이야기요. 퍼핀이라고 했던 그 그림을 끼워 둔 책.”

“크리스천 이야기예요. 그는 멸망의 도시에서 왔지만, 짐이 너무 무거워 더는 머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는 자기—”

아름이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니죠, 우리 애기. 크리스천 이야기는 알아요.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 이야기예요. 그 책이 당신에게 무슨 뜻이죠?”

“어릴 때 읽었어요—아마 열 살쯤이었을 거예요. 제일 좋아하는 책이에요. 저는 언제나 제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했어요. 아폴리온에게 쓰러져도 끝까지 다시 일어나는 사람.”
그는 낮게 읊조렸다.
“‘내 원수여, 나로 인하여 기뻐하지 말지어다.’”

그녀의 미소는 여전히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책이 제게 불확실을 떠날 용기를 줬어요.”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요?”

그는 침을 삼켰다.
“하지만 아무것도 제가 기대했던 대로가 아니에요. 동행인은 시대가 변한다고 했지만… 그래도요. 굿-윌은 어디 있죠? 그리고 주위를 보세요, 아름—여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렸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크리스천은 혼자 걸었잖아요. 신실한 이가 있었지만 허영에서 죽었고. 나중에는 소망이 있었지만. 그런데 그의 불쌍한 아내와 아이들은—어떻게 두고 떠날 수 있었을까요?”
그는 망설였다.
“저는 그 이름조차 몰라요.”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거의 혼잣말처럼 말했다.
“전 외롭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난로 곁으로 데려갔다.
“여기서 기다려요, 우리 애기.”

그녀가 돌아왔을 때, 검은 가죽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다. 표지에는 은색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무정이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들들은 마태, 사무엘, 요셉, 그리고 야고보였고요.”

시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라고요? 어떻게 그걸—?”

그녀는 책을 그의 손에 건넸다.

그는 첫 페이지를 펼쳤다.

친절한 벗들이여,

얼마 전, 내가 크리스천 순례자와 그가 천성으로 향하며 겪은 위험한 여정에 대한 꿈을 여러분께 들려드린 것이 내게는 즐거움이었고, 여러분에게는 유익이었습니다. 또한 그의 아내와 자녀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순례길을 함께 가기를 꺼렸는지도 이야기했지요.

“무정은 그를 떠난 게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따르기를 거부한 거예요. 더 나쁜 게 뭔지 알아요? 아들들까지 못 가게 했다는 거예요.”
그녀는 잠시 멈췄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에요.”

시커는 더 듣고 싶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책은 크리스티아나 이야기예요. 무은혜가 크리스천이 되었던 것처럼, 무정도 결국 크리스티아나가 되었어요. 그는 길을 올바르게 걸었고, 그녀도… 결국 따라왔죠. 아들들도요. 그리고 그들의 아내들—머시, 피비, 마사.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제가…” 그의 눈이 기대감으로 빛났다.
“읽어도 될까요?”

“그래요, 애기.” 그녀가 말했다.
“읽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이건 내 선물이에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세 번째로, 그는 확신했다.

자신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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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wer of Trust

5월 25, 2026 by K. Blackthorn

시커와 아름은 나란히 걸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한 걸음 물러서서 그가 앞장서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들은 무너져 가는 조각상들을 지나 계단을 올랐고,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로 올라섰다.

“여기가 먼지 낀 응접실이에요.” 그가 말했다.

“정말 꽤 먼지가 많아 보이네요.” 아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젠가 물병이랑 빗자루 묘기라도 한번 써 봐야겠어요.”
그녀는 가볍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지금은 무너진 잔해로 막혀 버린 문간을 가리켰다.
“저쪽에도 방들이 더 있어요. 통역자가 크리스천에게 거기서 많은 걸 보여 주셨죠.”

“그리고 크리스티아나에게도요.”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크리스티아나요?” 시커가 눈을 깜빡였다. 이제 그녀에게 보여 줄 것은 더 없었다. 잔해가 앞길을 완전히 막고 있었다.
“여기서 구경은 끝인 것 같네요.”

도전적인 빛이 그녀의 눈에 번쩍였다. 순식간에 그녀는 한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벽을 기어올라 넘어가 버렸다.

그는 입을 벌린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알았다—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올 거예요, 우리 애기?” 그녀가 벽 너머에서 외쳤다.

“날 애기라고—” 그는 말을 멈췄다. 벽 너머에서도 그녀의 노려보는 기색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가 벽을 넘어갔을 때쯤, 그녀는 이미 계단 꼭대기에 서서 탑의 잠긴 문 앞에 있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 접이식 칼을 꺼내 문과 문설주 사이에 밀어 넣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걸쇠를 들어 올렸다.

감탄의 불꽃이 그녀의 눈에 번쩍였다.
“정말 놀라움 투성이네요!”

그는 첫 번째 계단을 절반쯤 올랐다가 멈췄다. 계단실에는 자신의 발소리만 메아리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그녀는 여전히 문간에 서서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녀가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시 내려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계단은 너무 좁아 손을 잡고 오르기엔 비좁았다—하지만 그녀는 손을 놓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그녀의 몸이 가까이 밀착되었고, 그의 심장은 가슴속에서 천둥처럼 뛰었다. 분명 그녀도 들었을 것이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그녀의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졌다.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책상 위에 놓인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책은 종이 쪽지 하나에 표시된 페이지에서 펼쳐졌다—이상한 새를 그린 아이의 그림이었다.

“이건 뭐예요?”

시커는 미소 지었다.
“퍼핀이에요. 제 남동생이 저를 위해 그려 준 거예요.”

그녀는 한동안 그것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시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의 책등들을 천천히 훑다가 H Καινή Διαθήκη에서 멈췄다.

“이건 뭐예요?” 그녀가 물었다.

“신약성경이에요.” 그가 대답했다. “그리스어로 되어 있죠.”

“읽을 수 있군요.” 그녀는 물은 것이 아니라 단정했다.

“조금은요.”

“좋아요, 그럼 말해 봐요, 우리 애기.” 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사랑해요’를 어떻게 말해요?”

그는 잠시 멈췄다. 잘난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 가… 파…오.” 그는 음절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발음하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 전에 보지 못한 표정이 떠올랐다. 장난기와 만족감이 묘하게 섞인 표정이었다.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이제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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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After the Dream

5월 19, 2026 by K. Blackthorn

시커가 눈을 떴을 때, 햇빛은 어제보다 더 황금빛으로 느껴졌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더 달콤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까운 밀밭에서 풍겨오는 향기에는 기억이 스며들어 있었다—아름의 기억이.

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그들은 그의 꿈속에서 몇 시간이나 함께 보냈다—초원을 거닐고, 과수원에서 서로에게 사과를 먹여 주며. 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를 다시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공동실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이미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자기 옆에 접시 하나를 더 놓아두고—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애기.”
그녀는 하루 지난 빵을 흘끗 바라보았다.
“사과는 아니지만, 이걸로 만족해야겠네요.”

그는 그녀 곁에 앉아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의 손을 탁 피했다.

“여기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들은 함께 먹으며 이야기하고 웃었다. 시커가 마지막 빵 한 조각을 다 먹었을 때, 그녀가 문 쪽으로 살짝 고개를 까딱였다.

“시커, 당신은 저 탑에서 대체 뭘 하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가 눈을 깜빡였다.

“다 알죠, 우리 애기.” 그녀가 씩 웃었다.
“매일같이 거기 올라가잖아요.”

그녀는 전부터 그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이지. 그제야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도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스턴의 모임에서. 단지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늘 늦게 슬쩍 나타났다가 일찍 떠나곤 했다. 그는 스스로가 믿기지 않았다. 그 몇 달 동안 그녀를 봐 놓고도 어떻게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와서 봐요, 애기.” 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날 애기라고 부르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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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rting at the Door

5월 19, 2026 by K. Blackthorn

시커와 아름은 내려올 때보다 두 배는 더 오래 걸려 계단을 올랐다. 자주 멈춰 숨을 고르며, 서로를 보며 웃었다. 올라오는 내내 그들의 손은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계단 꼭대기에 이르자, 그녀는 그의 손에서 자기 손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여기선 안 돼요.”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누가 우리를 볼지도 모르잖아요.”

그는 마지못해 손을 놓았다. 누가 본다고 뭐 어때?

그는 걸음을 늦추었다. 오두막 문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침내 그들은 그녀의 방 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아름다운 아몬드 모양의 눈—오직 자신만을 위해 빛나고 있는 듯한. 그는 그 순간을 붙잡아 기억 속에 깊이 새기려 했다.

“키스해도 될까요?”
그 말은 그가 막기도 전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어떻게 이렇게 어색할 수가 있지? 어떻게 완벽했던 하루를 망칠 수가 있지?

“입술은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눈에는 번개 같은 빛이 스쳤다. 그녀는 시선을 돌렸고,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그의 쪽으로 뺨을 내밀었다.

“보고 싶을 거예요.” 그가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어 하며 말했다.

“아뇨, 안 그럴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당신 꿈에 찾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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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ath the Surface

5월 18, 2026 by K. Blackthorn

시커와 아름은 개울가에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었다.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 하루가 끝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이 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아름은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녀는 왕의 부르심에 대해, 자신의 여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절망의 수렁에서 어떻게 미끄러져 빠졌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 진흙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시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정신은 그녀의 눈에 빠져 있었다.

“난 어둠의 땅에서 왔어요.” 그녀가 덧붙였다.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는지 이야기했다. 그녀의 눈에 슬픔이 스며들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그는 진짜 그녀를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눈부신 아름다움 아래에는, 그녀가 숨기고 있던 슬픔이 있었다. 나와 똑같아.

그녀가 계속 이야기하는 동안,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손에서 손수건을 받아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어떻게 이런 슬픔을 품고 있을 수 있을까? 그의 눈에서도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예고도 없이 그녀의 눈에 번개가 번쩍였다.
“울지 마요!” 그녀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우는 건 애기들이나 하는 거예요.”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그 불꽃은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의 돌발적인 반응에 스스로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표정이 부드러워졌고, 장난기 어린 빛이 다시 돌아왔다.
“이제부터 당신을 애기라고 부를 거예요.”

“빨리 와요, 애기. 해 지겠어요!”
아름은 벌떡 일어나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시커는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 생각엔… 저 말이 자기가 생각하는 뜻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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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nks of the Stream

5월 8, 2026 by K. Blackthorn

시커와 아름은 개울가에 앉아 있었다. 물은 햇빛 아래 반짝이며 매끄러운 돌들 사이를 장난스럽게 흘러갔다. 물 건너편에는 장엄한 궁전의 당당한 실루엣이 솟아 있었다. 그는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바라던 보상을 얻기 위해 불가능해 보이는 시련들을 이겨내는 용감한 전사의 모습이 거의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통역자는 단순한 진리를 가르치기 위해 어떤 대가도 아끼지 않았었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반드시 싸워서 얻어야 한다는 것. 그는 서재에서 읽었던 비유를 떠올렸다—완벽한 진주 하나를 사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팔아버린 상인. 그는 그녀 같은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아름은 신발을 벗어 두고 발끝을 물에 담근 채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옆 바위 위에 손가방을 내려놓고, 끈으로 단정히 묶인 작은 삼베 꾸러미를 꺼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것을 풀자 샌드위치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명랑 양이 아침에 구운 빵 사이에 향신료를 넣은 고기와 치즈가 끼워져 있었다.

“이상하네,” 그녀가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남편한테 만들어 주는 거라고 생—”
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췄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시선을 떨군 채 작게 웃었다. 그는 그녀가 그럴 때마다 절대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 말도 안 돼.” 그녀가 외쳤다. “무슨 그런 생각을 한 거람!”

시커는 한때 동행인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행인만큼 재미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웃었다—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음악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그는 자신의 수통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것은 동행인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남겨 준 작별 선물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입술에 가져갔다—그 아름다운 입술에—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돌려주었다.

“가만히 있어 봐요.” 그녀가 손수건으로 그의 입가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닦아 주며 말했다. 그녀가 닿았던 자리에는 따끔한 감각이 오래 남아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어디선가 가까운 곳에서 새 한 마리가 동의하듯 지저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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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in Hand

5월 7, 2026 by K. Blackthorn

시커는 순간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섰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는 너무도 자유로워 보였다. 너무도 생기 넘쳤다. 그리고 빨랐다—따라잡으려면 거의 뛰어야 할 정도였다.

계단 꼭대기에서 그녀는 미끄러운 돌을 밟았다—발이 아래로 홱 미끄러졌다. 그녀는 두 팔을 뻗으며 균형을 잡으려 허우적거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넘어지기 전에 몸을 바로 세워 주었다. 그녀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그는 놓지 않았다.

그녀의 손은 그의 손 안에서 작았다.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그녀는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돌리고 키득 웃었다. 그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그녀는 그럴 때 정말 귀여웠다. 그는 천천히 손을 놓으려 했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그녀가 손을 움직여 그의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끼워 넣고는 꼭 붙잡았다.

그들은 손을 맞잡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디뎠다. 두 사람의 심장이 함께 뛰었고, 그 리듬이 맞잡은 손을 통해 전해졌다. 그들은 아래로 내려갔다. 한 걸음씩.

협곡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개울은 폭포를 타고 흘러내리며 굽이쳐 숲 속으로 사라졌다. 폭포수는 산에서 곤두박질쳐 아래 개울로 쏟아졌고, 물안개가 차갑고 부드러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장엄한 궁전은 물 건너편에 서 있었고, 세월의 손길조차 닿지 않은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는 길은 길었다. 하지만 충분히 길지는 않았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소녀—아름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계단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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