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은 시커와 손을 맞잡고 걸었다. 평소 같으면 앞으로 달려가 그가 자신을 쫓아오게 만들고 싶은 익숙한 충동이 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아름은 아무리 봐도 그 풍경이 질리지 않았다. 멀리 산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그 물은 아래 시냇물로 흘러들어 계곡을 따라 굽이치고 있었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시커는 다른 손에 작은 벨벳 상자를 숨기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궁금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슬며시 시커를 바라보며 웃음을 삼켰다. 그는 떨고 있었다. 가엾은 사람.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주먹 하나로 불한당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던 사람이, 이제는 어깨에도 채 닿지 않는 여자 하나 때문에 떨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 잘하고 있어. 시커는 처음 둘이 함께 앉았던 그 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모든 모험이 시작된 곳이었다. 그녀가 실수로 남편이라는 말을 내뱉었던 곳. 돌이켜 보면,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밀밭에서 그가 처음 자신을 향해 미소 지어 주던 순간부터였다. 그는 그녀를 보아 주었다.
시커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정말이지, 가끔은 너무 우스웠다. 너무 뻔한 장면 아닌가.
“아름.” 시커가 입을 열었다. “나와…”
아름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응? 그녀는 기다렸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더는 못 참겠다. 그녀는 처음 둘이 함께 앉았던 그 돌 위에 털썩 앉았다. 자기 샌드위치를 나누어 주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생각해 보니, 그는 그것을 한 번도 이상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그녀는 시커의 손을 잡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일부러 시간을 끌며 신발을 벗고 발끝을 시냇물에 담갔다. 시원한 물결이 발을 감싸고 흘렀다. 이번에는 시커의 장화도 벗겨 그의 발을 자기 옆으로 물속에 담가 버렸다. 물이 튀어 온몸을 적셨지만 상관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람 애를 태울 생각인 거지?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아름은 그의 손에서 반지 상자를 홱 빼앗았다.
“이걸 주려고 했던 거예요?” 그녀는 뚜껑을 열었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지였다. 순금으로 만든 섬세한 반지 위에는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빛을 머금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고, 그녀의 발끝에서 춤추는 물결처럼 반짝였다. 아름은 하나씩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일곱 개였다. 이걸… 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아니. 상관없었다. 이제 이건 자기 것이었다. 아름은 몸을 기울여 시커에게 입을 맞추었다.
“네, 시커. 당신의 아내가 될게요.”
시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거기 그렇게 바보처럼 앉아만 있지 말고…” 아름은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지 끼워 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