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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of the Elect

Tears of the Elect

Archives for 8월 2026

Portrait of Wonderful

8월 30, 2026 by K. Blackthorn

시커는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양들마저도 오늘은 유난히 조용한 듯했다.

아름이 그를 돌아보았다. “오늘은 무슨 계획 있어요?”

“글쎄, 애기. 탑에서 책이나 좀 읽을까 생각 중이에요. 당신은요? 새로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어요?”

“심심해요, 시커.” 아름이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새삼스럽네요, 아름. 당신은 늘 심심하잖아요.”

“재미있는 거 해요.” 그녀가 말했다. “모험 같은 거요. 예전처럼.”

“시냇가에 갈까요?”

“시시해요.”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게다가 어젯밤에도 거기 갔잖아요. 꿈에서는 흠뻑 물장구를 쳐도 안 젖어서 훨씬 재미있는데.”

“물은 젖으라고 있는 거예요.”

“그건 당신이나 그렇죠.” 아름이 말했다. “당신은 나처럼 길고 곱슬거리는 머리가 아니잖아요.” 그녀는 곱슬이라는 말을 일부러 또박또박 강조했다. 시커가 자신의 곱슬머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도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때 어린 양치기 소년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한 손에는 종잇조각 몇 장을, 다른 손에는 짧은 숯막대를 들고 있었다. 검은 숯가루가 볼과 코에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소년이 아름을 향해 외쳤다. “초상화 하나 그려 드릴까요?”

“양이에요.” 아름이 곧바로 정정했다.

소년은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신경 쓰지 않은 것인지 이번에는 시커를 향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저씨, 동전 몇 개만 주세요. 엄마가 많이 아프세요. 아내분 초상화 하나 그려 드릴게요.”

“그냥 시커라고 불러도—”

“아직은 저 사람 아내 아니에요.” 아름이 웃으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가지런히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갰다. 머리를 뒤로 넘기고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소년은 많아야 열 살쯤 되어 보였지만 솜씨는 놀라울 만큼 좋았다. 천천히, 신중하게 연필을 움직이는 동안 아름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유지했다. 비례도 정확했고, 명암도…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 소년은 가끔씩 고개를 들었다. 먼저 아름를 바라보고, 다시 시커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림을 완성한 소년은 스케치를 시커에게 건넸다.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선은 깔끔했고, 명암도 균형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무엇이 다른지 알 수가 없었다. 시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름이 그의 손에서 그림을 홱 낚아챘다. “이거 전혀 저 안 닮았잖아요.” 그녀는 그림을 바라보다가 시커를 바라보고, 다시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히려 저보다… 이 사람을 더 닮았네요, 이 장난꾸러기.” 그러다 문득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소년이 시커를 한번 바라봤다가 다시 아름을 향해 말했다. “아주머니를 그린 게 아니라, 따님을 그렸어요.”

아름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잠깐만…” 그녀가 그림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설마… 우리 둘을 합쳐서 그렸다는 거니?”

소년은 그저 씩 웃었다.

시커는 그림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름도 아니었다.

자신도 아니었다.

두 사람을 조금씩 닮은 아이였다.

“정말… 멋진 그림이네요.”

시커가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아름은 손가방에서 은화 하나를 꺼내 소년의 손에 쥐여 준 뒤, 그 손가락을 꼭 감싸 쥐었다. “어머니는 괜찮아지실 거야.”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금방 낫지 않으시면 오두막으로 모셔 오렴. 어디인지 알지?”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편찮으셔서 못 오시면 네가 와.” 아름이 덧붙였다. “아름을 찾아도 되고… 명랑 양을 찾아도 돼.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꼭 도와드릴게.”

소년은 어색하지만 정성껏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금세 달려가 버렸다.

시커는 한참 동안 그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마침내 그가 말했다.

“저도요.”

아름이 그의 손을 꼭 쥐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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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buke in the Pasture

8월 30,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의지가 약한 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킨드가 하신 말씀을 한마디도 못 들으셨어요?” 그녀는 분노에 몸을 떨며 소리쳤다.

의지가 약한 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아름은 그를 똑바로 가리키며 쏘아붙였다. “당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다들 알아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신 아내는 알고 있어요.”

의지가 약한 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를 보면… 젊었을 때의 아내가 떠오릅니다.”

아름은 두 발을 단단히 딛고 허리에 두 손을 얹었다. 그녀의 키는 의지가 약한 이의 어깨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녀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커는 불편한 마음으로 몸을 움직였다. 은혜로운 이는 난처한 듯 웃었고, 티르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킨드는 마치 자랑스러운 딸을 바라보듯 아름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커는 왠지 의지가 약한 이가 안쓰러웠다. 아름은 지금 그를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당신은 아내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어요.” 아름이 말을 이었다. “아내는 창피해서 죽고 싶을 거예요. 차라리 남자답게 행동하세요. 평온한 시선 양을 똑바로 바라보세요. 곁눈질하지 말고요. 빵 한 조각 훔쳐 먹는 도둑처럼 몰래 훔쳐보지 말란 말이에요.”

“저… 저… 저는…” 그가 더듬거리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게 왕자께서 양 떼를 사랑하시는 방식인가요?” 아름이 되물었다.

“죄송합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시커는 그의 사과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한테 사과하지 마세요. 왕께 용서를 구하세요. 그리고 아내에게도 용서를 구하세요.”

폭풍은 지나갔다. 아름의 눈빛에 다시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그래요.”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내는 용서할 수 있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니… 용서할 거예요. 용서는 언제나 있으니까요.”

의지가 약한 이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고맙습니다, 아름 양.” 그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의 충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날 이후, 더 이상 아무도 그를 의지가 약한 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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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nal Acceptance

8월 20, 2026 by K. Blackthorn

시커는 오두막 앞에서 아름에게 잘 자라는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그 느낌에 끝내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부드럽게 닿는 그의 입술. 두 사람을 감싸며 봄바람마저 숨을 죽이는 듯한 그 순간. 완벽한 하루의 가장 완벽한 끝이었다.

“사랑해요.”

아름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벌써부터 익숙한 짜증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저도요.”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시커의 눈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 주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모든 것을 말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느끼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누구보다도 깊이. 시커는 입으로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마음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는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굳이 완벽했던 하루를 망치려는 걸까?

아름은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세어 보았다. 그는 여섯 번 청혼했고, 그녀도 여섯 번 승낙했다. 물론… 입으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는 알았어야 했다. 그녀의 삶에는 시커 말고 다른 남자는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아름, 내 아내가 되어 주세요.”

아내. 그 말은 참 달콤하게 들렸다. 사실 그녀는 첫날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그걸 말로 해야 하는 걸까? 순간 성미가 욱 치밀었다. 정말 가끔은… 이 바보 같은 애기. 아니. 아름은 스스로를 멈추었다. 이제 그 말은 그의 것이었다. 자신은 그의 애기였고, 그는 자신의 든든한 오디세우스였다.

이 일 때문에 그녀는 그레이셔스와도 이야기해 보았다. “가끔은 남자들에게도 똑바로 말해 줘야 해.” 그레이셔스가 그렇게 말했다. 스테드패스트가 이렇게까지 답답한 사람일 거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 해 보자. 다른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아름은 시커의 손을 잡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난롯가 앞에 앉은 뒤 그의 손을 잡아 자기 곁으로 끌어당겼다.

“시커, 저는 당신을 온 마음으로 사랑해요. 당신의 아내가 될 거예요.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영원히.”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레이셔스 말이 완전히 틀린 것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레이셔스가 스테드패스트에게 이렇게 말하는 모습은 여전히 상상되지 않았다. 시커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아름도 행복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한 슬픔이 다시 밀려왔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녀는 이 문제로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시커가 바라는 것은 그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녀는 언제까지나 그를 사랑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되는 것은… 닿을 수 없는 꿈이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는 있지 않을까. 시커는 늘 그랬다. 언제나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으니까.

“하지만 시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잘못된 사람에게 청혼하고 있어요. 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당신과 결혼하게 될 거라는 걸요. 처음 샌드위치를 만들어 드렸던 그날부터요.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당신이에요. 저는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당신도 알잖아요.” 됐다. 이번에는 정말 말로 했다. 분명하게.

시커는 웃었다. 방금 그녀가 한 말을… 정말 들은 걸까?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결국 저를 좋아하게 되실 거예요.”

아름은 그의 눈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한숨을 내쉰 뒤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난롯불은 따뜻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의심은, 마침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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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ar in the Coat

8월 19, 2026 by K. Blackthorn

다음 날 아침, 아름은 가장 수수한 드레스를 골라 입었다. 향수도 뿌리지 않았다. 머리를 명랑 양처럼 헝클어진 채 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시커는 그녀의 곱슬머리를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게 해 주자. 모든 것이 끝나면 킨드를 찾아가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이것도 또 하나의 이기심이었다.

그녀는 아침 내내 어디에서 그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 그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곳. 자신에게도 아무 의미 없는 곳. 하지만 그런 곳은 차마 떠올릴 수 없었다.

그녀는 접시 하나를 꺼내 놓고, 그 옆에 하나를 더 놓았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아침 식사. 그녀의 마지막 이기심이었다. 시커가 문간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든든했고, 굳게 마음을 다잡은 모습이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슬픈 소년이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그러면 조금은 쉬울 것이다. 그녀의 가슴은 그를 향한 사랑으로 저려 왔다. 모든 것을 잃더라도 적어도 이 모습만은 기억 속에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시커는 접시에 손도 대지 않았다. 그저 손짓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문을 나서 탑을 향해 걸어갔다. 안 돼. 거기는 안 돼. 아름은 그의 손을 붙잡아 다른 길로 이끌었다. 탑에서 멀리. 계단에서도 멀리. 그리고 시냇가에서는 더더욱 멀리.

시커의 손이 잠시 머뭇거렸다. 아주 잠깐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그녀를 따라왔다. 두 사람은 밀밭을 지나갔다. 처음 서로에게 미소 지었던 그곳. 아니. 여기도 안 돼. 좁은 길 건너편에는 버려진 농가가 있었다. 여기다. 무너진 울타리. 잡초가 뒤덮은 땅. 마치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말들 같았다.

“시커… 이제 이건 안 돼요. 떠나세요. 저를 잊고 행복하게 사세요.”

끝났다.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이었다.

시커는 얼음처럼 차갑고 강철처럼 단단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나도 당신은 필요 없어요. 사랑하지도—”

아름은 숨을 들이마시며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크게. 처절하게. 멈출 수 없을 만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사라졌다.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시커의 팔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강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울지 마요, 아름. 당신은 괜찮을 거예요. 당신을 사랑해 줄 남자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동정이 없었다.

오직 냉정함뿐이었다.

아름은 잠시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 고통마저도…

간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커는 그녀를 조용히 밀어냈다.

“안녕히.”

그는 그렇게 마지막이라는 듯 등을 돌렸다.

아름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찔레 가시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제야 혹독한 1월의 추위가 피부에 와 닿았다. 가시 하나가 시커의 낡은 재킷에 걸려 거칠게 찢어졌다. 그녀는 그가 몸을 떠는 모습을 보았다.

자기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소년을 남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그 소년의 마음을 산산이 부수어 버렸다.

이 안에는 간직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대로는 살아갈 수 없었다.

바로잡아야 했다.

그 순간 그녀는 떠올렸다.

몰래 만들어 두었던 재킷을.

“시커… 시커, 잠깐만요…”

그녀가 애원하며 그를 불렀다.

“당신이 그렇게 추워하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요.”

“제발, 시커…”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속삭였다.

“떠나기 전에…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시커는 난롯가에 앉아 있었다. 나무잔이 손안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향신료를 넣은 따뜻한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름이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따라 준 것이었다.

그에게는 몇 시간이 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을 시간. 그녀가 바라던 남자가 될 시간. 그녀를 속일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녀는 남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는 방금 했던 잔인한 말들을 떠올릴 때마다 자기 혀를 잘라 버리고 싶었다. 그녀의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와 함께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진 힘을 모두 끌어모아야 했다.

아름이 외투를 품에 안고 내려왔다.

“이거… 당신 드리려고 만들었어요.”

외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바느질은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고 반듯하게 되어 있었다. 마치 그의 몸을 재기라도 한 듯 꼭 맞았다. 아름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입어 볼래요?” 그녀가 다정하게 물었다. “얼어붙은 계단식 폭포를 보러 가요. 정말 아름답다고 들었어요.”

장난기 어린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

그녀는 문을 향해 달려가며 뒤돌아 외쳤다.

“빨리 와요! 느림보!”

마치…

그날 아침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커는 끝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백만 년이 지나도.

그래도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다시는 그녀를 놓지 않겠다고.

영원히.


며칠은 몇 주가 되었고, 몇 주는 몇 달이 되었다. 마침내 해석자의 영역에도 다시 봄이 찾아왔다. 시커와 아름은 언제나 함께였고, 단 한 번도 서로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가끔 시커는 아름에게 아내가 되어 달라고 청혼했다. 어떤 날은 그녀도 “네.” 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그 대답은 언제나 “아니요.“로 바뀌었고, 그녀의 눈에는 다시 조용한 슬픔이 찾아왔다. 그래도 두 사람 사이에 거친 말이 오가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두 사람의 사랑과 헌신은 날마다 더욱 깊어졌다. 아름은 일곱 개의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단 한 번도 손가락에서 빼지 않았다. 그리고 시커에게 아름은 여전히,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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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ness in the Dream

8월 12, 2026 by K. Blackthorn

시커는 아름이 방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내려오지 않았다. 오늘 밤에는 꿈에서라도 나를 만나 줄까? 그녀는 나타났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현실에서는 겨울이 찾아왔는데, 꿈속에는 아직도 가을이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붉은빛과 황금빛, 주황빛 잎들이 가지마다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색들은 어딘가 바래 보였다. 빛을 잃은 듯했다. 새는 한 마리도 노래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함께 모든 장소를 찾아갔다. 시냇가도, 폭포도, 과수원도…. 하지만 무언가가 사라져 있었다. 모든 발걸음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설렘도 없고, 불꽃도 없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뜨겁고 아픈 통증만 남아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해. 시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마침내 아름이 그를 바라보았다.

“시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드디어.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것만은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 이제야 그 이유를 말해 주려는 걸까. 그는 다시 모든 일을 머릿속으로 되짚어 보았다. 그래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뭘 놓친 거지?

“하지만 여기서는 안 돼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는…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없어요.”

시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녀가… 나를 떠나려는 거야. 그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붙잡고 싶었다.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혼자였다.

***

아름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킨드의 말이 아직도 가슴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이기적이었다. 시커의 사랑을 너무도 간절히, 욕심껏 원하면서도, 자신은 그의 사랑에 온전히 응답할 수 없었다. 아직은. 어쩌면 영원히. 시커는 더 나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아름다운 순례자들은 많았다. 자신보다 훨씬 더 그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자들도.

그래서 그날 밤에도 그녀는 그의 꿈을 찾아갔다. 함께하는 한순간 한순간을 오래 붙잡아 두고 싶었다. 시간을 늘려 놓고 싶었다. 그의 눈빛도, 웃음도, 모든 순간을 기억 속에 새겨 두고 싶었다. 하지만 죄책감이 그 모든 것을 망쳐 버렸다.

차라리 자신이 잔인해지자. 그가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자. 그러면 그는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홀로 그 사랑을 품고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어떨까. 다른 여자와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아니. 그것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너무 괴로웠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아름은 마음속으로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여기는 안 돼.

이곳은 안 돼.

우리의 꿈은 안 돼.

이곳만큼은 손대지 않은 채 남겨 두어야 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울 수 있는 곳으로. 또다시 죄책감이 밀려왔다. 또 자기 생각뿐이었다. 여전히 시커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필요했다.

내일.

그녀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내일은… 말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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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anishing Spark

8월 6, 2026 by K. Blackthorn

시커는 가만히 누워 있었다. 다이아몬드 무늬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그의 피부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잠시 동안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지난밤, 그는 아름을 꿈에서 만나지 못했다. 밀밭에서 그녀를 만난 이후, 함께 같은 꿈을 꾸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아름이 시냇가에서 자신을 기다렸을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해해 줄 거야. 아름은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는 서둘러 공동 거실로 내려갔다. 아직 아름은 와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접시를 꺼내 놓고, 그 옆에 하나를 더 놓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아름이 문간에 서 있었다. 자세는 여전히 우아했고 어깨도 곧게 펴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울었던 것이다.

아름은 조용히 걸어와 그의 곁에 앉았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찾아왔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하지만 그 손끝에서는 슬픔이 전해져 왔다. 시커는 처음 밀밭에서 만났던 날에도 그녀의 슬픔을 느꼈었다. 그러나 이번은 전혀 달랐다.

“아름, 미안해요.” 시커가 다급히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얼마나 오래…”

아름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시커… 나는… 난…”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지더니 흐느낌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더 조용했고, 더 가슴 아팠다.

“시커…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요.”

그 말은 뺨을 맞은 것처럼 시커를 내리쳤다.

“뭐라고요? 왜요?” 상처가 그의 목소리를 밀어 올렸다. “우리는 행복했잖아요. 정말 행복했잖아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내가 왜 어젯밤 오지 않았는지 묻지도 않았어요. 일부러 안 간 게 아니었는데!”

아름의 눈에 번개가 번쩍였다. 아름답고도 날카로운 번개였다.

“잘 들어요, 시커.”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모든 걸 말로 설명하려고 하지 말아요. 내 마음을 느껴 봐요. 당신은 내 마음을 느끼는 법부터 배워야 해요.”

눈속의 불꽃은 나타났던 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졌다. 그녀는 몸을 기울여 그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춘 뒤, 그의 손을 조용히 잡아끌었다.

“가요.” 그녀가 속삭였다. “킨드의 가르침에 늦으면 안 되잖아요.”

그녀의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시커의 시선이 그 반지에 머물렀다.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좁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금 곁에 있는 아름은 그가 알던 아름이 아니었다. 먼저 달려가며 자신을 놀리려 하지도 않았다. 마치 마음이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 같았다. 걸음에도 생기가 없었다.

“빨리 와요, 느림보.”

시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 특유의 번개 같은 눈빛조차.

시커는 괴로웠다. 무슨 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안아 주고 싶었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상황은 더 나빠지는 것만 같았다.

목초지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안도했다. 아직 킨드는 가르침을 시작하지 않은 참이었다. 시커는 뒤쪽 자리를 골랐다. 아름은 그의 곁에 앉아 조용히 몸을 기대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커는 탑에서 옛사람들의 모든 지혜를 배웠지만, 아름만큼은 영영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천 년이 지나도 말이다. 그녀는 그의 팔을 너무 세게 붙잡고 있었다. 아플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팔을 빼지 않았다.

킨드는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다툼이나 헛된 영광을 위해 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자기를 남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아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킨드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부드럽게 덧붙였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이 그의 어깨에 기댄 채 가슴을 가볍게 들썩이는 것이 시커에게 느껴졌다. 킨드가 왕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는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킨드가 말했다.

“온유함은 자신을 낮게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덜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르침이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 그 어색한 거리가 스며들었다. 그들은 점심을 함께 먹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커, 피곤해요.” 아름이 조용히 말했다. “잠깐 방에서 쉬고 올게요.”

두 사람은 그녀의 방 앞에 멈춰 섰다.

시커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아름, 사랑해요. 온 마음을 다해서.”

“저도요.”

그녀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시커는 몸을 기울여 입을 맞추려 했다.

아름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대신 볼을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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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s Sleepless Night

8월 5,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침대에 옆으로 앉아 두 다리를 몸 아래로 접고, 곱슬머리를 빗질하는 붓질을 하나하나 세어 갔다. 오늘 밤만큼은 시커에게 완벽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다. 참 우스운 생각이었다. 그녀의 모습이 꿈에 무슨 영향을 준단 말인가? …아니, 정말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 여기서 스스로를 더 아름답게 느끼면 꿈속에서도 더 아름다워지는 걸까? 아니면 꿈은 시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걸까? 오늘 밤 그에게 꼭 물어봐야겠다.

그녀는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면 잠옷 아래로 드러난 맨발을 매끄러운 나무 바닥에 디뎠다. 살금살금 걸어가 촛불을 불어 껐다. 달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거의 대낮처럼 밝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시커의 꿈속으로 들어가려 애써 보았다. 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시커와 함께 보낸 날들을 떠올렸다. 그가 자신을 이끌어 준 모험. 그것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궁전에서 같은 침실을 쓰게 될 것이다. 시커는 그녀의 위대한 마음이 되어 죽음의 그림자 골짜기를 안전하게 지나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빈말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그 모습을 그려 볼 수가 없었다. 결혼식 날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끝내 선명해지지 않았다. 킨드가 책을 들고 서 있는 모습도 보였고, 시커도 보였다. 그런데 자신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녀의 마음을 뒤틀리게 만든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부모님.

아름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행복에 취해 있는 동안 부모님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부모님은 가진 것 하나 없는 순례자에게 막내딸을 절대로 시집보내지 않으실 것이다. 상관없어요… 그녀는 속으로 애원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저는 그를 사랑해요. 그도 저를 사랑해요. 그와 함께 도망치면 된다. 아니. 그럴 수는 없었다. 그건 불가능했다.

손가락의 반지가 달빛을 받아 고요한 방 안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그녀의 반지. 그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었다. 그녀의 맹세가 된 상징이었다. 그녀는 결코 이 반지를 빼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목에 걸린 또 다른 반지에 손을 가져갔다. 왕께서 주신 약속.

그래도 여전히 빈말뿐이었다. 그녀는 흐느꼈다. 잠은 오지 않았다. 시커에게 가야겠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다.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런 모습을 그에게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아내.

그 말이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남편.

그저 말일 뿐… 그렇지?

그녀는 그와 함께 걸을 것이다. 한 걸음도 빠짐없이. 비록 아내로는 아니더라도.

그가 이해해 줄까?

당신과 결혼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당신 곁에는 있을 수 있어요.

그녀는 계속 울었다.

그러나 잠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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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Seeker

8월 5, 2026 by K. Blackthorn

아름은 시커와 손을 맞잡고 걸었다. 평소 같으면 앞으로 달려가 그가 자신을 쫓아오게 만들고 싶은 익숙한 충동이 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아름은 아무리 봐도 그 풍경이 질리지 않았다. 멀리 산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그 물은 아래 시냇물로 흘러들어 계곡을 따라 굽이치고 있었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시커는 다른 손에 작은 벨벳 상자를 숨기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궁금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슬며시 시커를 바라보며 웃음을 삼켰다. 그는 떨고 있었다. 가엾은 사람.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주먹 하나로 불한당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던 사람이, 이제는 어깨에도 채 닿지 않는 여자 하나 때문에 떨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 잘하고 있어. 시커는 처음 둘이 함께 앉았던 그 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모든 모험이 시작된 곳이었다. 그녀가 실수로 남편이라는 말을 내뱉었던 곳. 돌이켜 보면,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밀밭에서 그가 처음 자신을 향해 미소 지어 주던 순간부터였다. 그는 그녀를 보아 주었다.

시커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정말이지, 가끔은 너무 우스웠다. 너무 뻔한 장면 아닌가.

“아름.” 시커가 입을 열었다. “나와…”

아름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응? 그녀는 기다렸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더는 못 참겠다. 그녀는 처음 둘이 함께 앉았던 그 돌 위에 털썩 앉았다. 자기 샌드위치를 나누어 주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생각해 보니, 그는 그것을 한 번도 이상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그녀는 시커의 손을 잡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일부러 시간을 끌며 신발을 벗고 발끝을 시냇물에 담갔다. 시원한 물결이 발을 감싸고 흘렀다. 이번에는 시커의 장화도 벗겨 그의 발을 자기 옆으로 물속에 담가 버렸다. 물이 튀어 온몸을 적셨지만 상관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람 애를 태울 생각인 거지?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아름은 그의 손에서 반지 상자를 홱 빼앗았다.

“이걸 주려고 했던 거예요?” 그녀는 뚜껑을 열었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지였다. 순금으로 만든 섬세한 반지 위에는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빛을 머금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고, 그녀의 발끝에서 춤추는 물결처럼 반짝였다. 아름은 하나씩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일곱 개였다. 이걸… 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아니. 상관없었다. 이제 이건 자기 것이었다. 아름은 몸을 기울여 시커에게 입을 맞추었다.

“네, 시커. 당신의 아내가 될게요.”

시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거기 그렇게 바보처럼 앉아만 있지 말고…” 아름은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지 끼워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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