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커는 서둘러 자기 방으로 돌아와 배낭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손바닥 위에 모두 쏟아 놓고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금화 여섯 닢, 은화 열 닢. 그리고 오늘 받은 은화 다섯 닢. 모두 합쳐 금화 일곱 닢이었다. 그는 곧장 야발의 사무실로 향해 문을 두 번 두드렸다.
“들어오게.”
시커는 성큼성큼 책상 앞으로 다가가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약속했던 땅 계약금입니다. 금화 일곱 닢. 전부 여기 있습니다.”
“그렇군.” 야발이 천천히 말했다. “부지런의 땅을 원했지? 마을 끝에 있는.” 그는 바인더를 펼쳐 뒤쪽 몇 장을 넘겨보다가 시커를 바라보았다. “유감이지만, 그 땅은 더 이상 매물이 아니네.”
“더… 이상… 매물이… 아니라고요?” 시커는 한 단어씩 천천히 되뇌었다. 그 말의 뜻을 이해하려는 듯.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바로 지난주에 다른 사람이 그 땅을 샀네.” 야발이 말했다. “구매자의 이름은 밝히고 싶어 하지 않더군.”
“하지만…” 시커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우린 약속했잖습니까.”
“그렇지. 젊은 시커.” 야발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화 일곱 닢을 가져오면 그 땅을 확보해 주기로 했지. 금화 오십 닢짜리 땅치고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네. 우리가 이 대화를 지난주에 나눴더라면 결과는 달랐겠지.”
“구매자와 이야기해 주실 수는 없습니까? 제게 그 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걸 설명해 주십시오.”
“정말 미안하네, 시커.” 야발이 말했다. “지난 일 년 동안 자네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나도 잘 알고 있네. 나 역시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촌장님이시잖습니까. 뭔가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유감스럽지만 없네.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야.” 그러다 야발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기쁨에는 그 땅만 있는 것이 아니네.” 그는 바인더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바로 옆 필지가 하나 있지. 전망도 못지않게 좋네. 값은 금화 일흔다섯 닢. 계약금은 금화 열 닢과 은화 여덟 닢이면 되네.” 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에게는 특별히 금화 열 닢만 받겠네.”
“이번에도 또 값을 바꾸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믿습니까?” 시커가 따져 물었다.
“이런, 이런!” 야발이 당황한 듯 말했다. “제발 진정하게. 그렇게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시커는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풀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야발의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용서하십시오, 야발.” 그가 말했다. “그저…”
야발은 손을 가볍게 내저은 뒤 바인더를 책상 너머로 밀어 시커 쪽으로 돌렸다. “기쁨에는 집을 지을 곳이 얼마든지 있네.” 그는 첫 장을 펼쳤다. 마을 지도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 필지들이 가지런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계곡에서 멀리 떨어진 반대편 한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쪽에도 자네에게 꼭 맞는 땅이 많이 있을 걸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