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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of the Elect

Tears of the Elect

theauthor

Beautiful – Chapter 1

6월 2, 2026 by theauthor

아름은 그날 아침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그녀는 쿵쿵거리며 공동실로 내려갔다. 늘 그렇듯 이야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그게 싫었다. 좋다. 오늘은 모험을 떠날 것이다. 필요하다면 혼자서라도.

늘 먹던 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명랑 양이 고기와 치즈를 남겨 두었다. 마치 아름에게 계획이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아름은 빵 두 장 사이에 고기 한 장, 치즈 한 장을 턱 집어넣었다.

남편 것 하나도 만들어.

아름은 홱 돌아보았다.

누가 말했지?

아무도 없었다.

그냥 자기 머릿속이었다. 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분명 너무 심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새 두 번째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녀는 그것마저 정성껏 천으로 감쌌다.

새들이 먹겠지.

여기서 친구라고는 새들뿐이니까.

뭐… 새들 말고도 그레이셔스. 그리고 스테드패스트. 킨드. 페어-글랜스. 그리고—

아름은 밀밭 사이를 거닐며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개울?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계단은 끔찍하게 길어 보였다.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 노래에 맞춰 손가락으로 밀 이삭을 톡톡 두드렸다. 새들이 멈추면 그녀도 멈췄다. 이삭을 하나 뽑아 박자 사이에 휙 던져 버렸다.

그래도 심심했다.

그때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그를 보았다.

저 사람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는 거지?

그녀는 돌아보았다. 머리카락이 얼굴 앞으로 휘날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자기에게 웃고 있다는 것을.

그는 계속 웃고 있었다.

이건 좀 어색해지고 있었다.

아름은 곧장 걸어가 그의 배를 콕 찔렀다.

남편.

그 단어가 막을 새도 없이 머릿속을 가로질렀다.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전 아름이에요.”

대체 부모님은 왜 자기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네, 정말 아름다우세요!”

그가 말했다.

놀리는 건가?

아름은 킥 웃어 버렸다.

그녀는 벌써 그의 유머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개울 보러 갈래요?” 그가 물었다. “내일이라도?”

도대체 무슨 문제지?

자기가 오늘 심심하다는 걸 모르는 걸까?

그는 오늘 모험에 딱 맞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가 폐허를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뭐… 동행인이 떠난 뒤에.

그전에는 길 잃은 강아지처럼 동행인만 졸졸 따라다녔지만.

내일?

아마 계단을 못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뿐.

좋다.

보여 주겠다.

“오늘은 뭐가 문제죠?”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같이 갈 것이다.

좋든 싫든.

“따라와 봐요!”

아름은 계단 꼭대기에서 속도를 늦추었다.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뒤처지는 시커를 보며 씨익 웃음이 났다. 다음번에는 자기를 얕보지 않을 것이다.

맨 위 계단은 미끄러웠다. 발이 갑자기 미끄러지며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그녀는 허우적거리며 손을 뻗어 아무거나 붙잡으려 했다. 그가 그녀를 붙잡았다. 아름은 민망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 아래까지 한참이었다.

그는 보기보다 힘이 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손을 잡는 방식이 그랬다. 너무나 다정했다.

아름은 손을 빼려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좋았다.

물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손을 잡아 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애도 아니고.

그의 든든한 손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안정되자, 아름은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이런 계곡은 처음이었다. 푸르고 야생적이었다. 폭포는 힘차게 쏟아져 내렸고, 물은 가느다란 층계를 따라 흘러내렸다. 맑고 자유롭게 바위 위를 춤추며 흘러갔다.

아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모험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름은 시커와 나란히 개울가에 앉아 수정처럼 맑은 물에 발끝을 담갔다. 시커. 이름이 그랬던가?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동행인이 그렇게 부르는 걸 들은 것 같았다.

개울 건너편에는 장엄하고 웅장한 궁전이 우뚝 서 있었다. 저곳을 탐험한다면 정말 멋진 모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는 가 보자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자기가 개울을 건너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물에 빠질 거라고.

솔직히 말하면, 계단에서 거의 굴러떨어질 뻔했던 걸 생각하면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그는 늘 오두막 근처 폐허를 탐험하고 있었다.

대체 거기 뭐가 있길래 저렇게 관심을 갖는 걸까?

알아낼 것이다.

내일.

누가 오늘로 모험이 끝나야 한다고 정했단 말인가?

아름은 가방을 내려놓고 열었다. 그 낡고 헤진 모습이 시커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면서.

안에는 천으로 곱게 감싼 샌드위치 두 개가 들어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철렁했다.

남편 것 하나도 만들어.

설마 그 말을 정말 입 밖으로 내뱉은 건 아니겠지?

너무 창피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제발 못 들었기를.

그러면 분명 자기를 바보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모험도 끝이다.

남편.

그 단어는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사실 자기 이상형도 아니었다.

시커가 물통을 건네주었다.

아름은 그것을 알아보았다.

동행인의 것이었다.

그녀도 저런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커 입가에 붙은 빵 부스러기가 자꾸 눈에 거슬렸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그것을 닦아 주었다.

훨씬 나았다.


그는 어딘가 정신이 팔린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아름은 자신이 절망의 수렁에 빠졌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이제 그는 자기를 덜렁거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궁전도 끝이었다.

그런데 그는 듣고 있었다.

정말로 듣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판단이나 비난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 이야기했다.

계속 떠들어 댔다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두운 땅에서의 어린 시절.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에겐 사람을 믿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든든한 무언가가.

아름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순간 가슴속에서 거부감이 치밀어 올랐다.

“울지 마요.”

그녀는 날카롭게 말했다.

그녀는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소리치는 건 봤다.

화를 내는 것도.

하지만 우는 것?

한 번도.

“우는 건 애기들이나 하는 거예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그는 자기 때문에 울고 있었다.

그건 약함이 아니었다.

그를 비웃을 이유도 없었다.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어떻게 방금 한 말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애기.

그 말은 다정한 뜻일 수도 있었다.

사랑스러운 뜻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시커도 그렇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앞으로는 애기라고 부를 거예요!”

그녀는 거의 스스로를 설득할 뻔했다.

“서둘러요, 애기! 해가 지고 있잖아요!”

아름은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자기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차례였다.

“키스해도 될까요?”

그 말에 아름은 순간 당황했다.

계단 꼭대기에서는 그의 손을 놓게 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했다.

강하고.

조심스럽고.

다정했던 손.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입 맞추기를 원했다.

그런 사람은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었다.

단 한 사람에게만 입 맞추겠다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만.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그 사람에게만 하겠다고.

한 번 그 말을 하고 나면, 다시는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남편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정말 멋진 하루였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첫날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그녀는 단 한 사람에게만 입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름은 시커에게 뺨을 내밀었다.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입 맞춘 적이 있다면, 그건 그의 일이었다.

그의 입술이 피부에 닿은 자리에서 간질거림이 퍼져 나갔다.

“보고 싶을 거예요.”

시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뇨, 안 그럴걸요.”

아름은 빙긋 웃었다.

“내가 꿈에 찾아갈 거니까요.”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소년은 정말로 그 말을 믿었다.

아름이 눈을 떴을 때도 하늘은 아직 어두웠다. 은빛 기운이 희미하게 지평선 끝을 스치고 있었다.

그녀는 촛불을 밝히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빗어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하룻밤만 자도 머리가 명랑 양만큼 엉망이 되다니.

뭐…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같은 옷을 또 입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진 옷도 별로 없었다.

시커에게 잘 보이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폐허를 탐험하기에 적당한 옷이 필요했을 뿐이다.

시커는 보통 언제 아침을 먹을까?

잘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일찍 가는 편이 좋겠다.

그녀는 식기를 두 개 꺼내 놓았다.

하나는 자기 것.

그리고 바로 옆에는 하나 더.

기다리는 동안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접시가 두 개?

자기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시커가 보면 자기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바로 알 것이다.

아름은 황급히 접시 하나를 치우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시커가 문간에 나타났다.

“좋은 아침이에요, 애기.”

그녀는 애써 두 번째 접시를 보지 않으려 했다.

대신 하루 묵은 빵을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사과는 아니지만, 이걸로 만족해야겠네요.”

혼자만 아는 농담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커는 두 번째 접시 앞에 앉았다.

그러니까—

눈치챘다는 뜻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향해 움직였다.

“여기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어쩌면 그냥 놔둬도 되었을지 모른다.

꿈속에서 그의 손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직도 기억나니까.

하지만 결국 그녀는 손을 빼 버렸다.

“시커, 그 탑에서 대체 뭘 하는 거예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너무 궁금해하는 티가 났다.

분명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역시나 그도 눈치챘다.

당연히 그랬다.

자기가 전에부터 그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금 흘려버렸으니까.

아름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다들 알아요, 우리 애기.”

그녀는 일부러 우리를 넣었다.

애기라는 말이 너무 다정하게 들리지 않도록.

“그럼 와서 봐요, 애기.”

시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감히 자기를 애기라고 부르다니.

“저를 애기라고 부르지 마요!”

아름은 작은 모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너무 들뜬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앞장서는 건 시커에게 맡겼다.

그도 그게 좋은 모양이었다.

“여기가 먼지 낀 응접실이에요.”

시커가 말했다.

그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둘은 무너진 돌무더기에 막힌 문 앞에 도착했다.

“해석자는 저 너머 방들에서 크리스천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 주었죠.”

그가 말했다.

자기가 이 폐허의 역사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끔은 정말 얄미울 정도였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나에게도요.”

아름이 덧붙였다.

시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좋았다.

그가 모르는 걸 자기는 알고 있었다.

저녁이 지나면 보여 줄 것이다.

“여기서 안내는 끝이에요.”

시커는 자기 키보다도 낮은 무너진 벽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까지 데려와 놓고 끝이라고?

좋은 것은 언제나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그는 그것도 모르는 걸까?

좋다.

보여 주겠다.

아름은 한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팔에 힘이 들어가고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했다.

그래도 도움을 청할 생각은 없었다.

절대로.

그녀는 반대편으로 내려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올 거죠, 우리 애기?”

그녀는 씨익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여 줬을 것이다.

“애기라고 부르지 마…”

시커가 말하다 말았다.

아름은 킥킥 웃었다.

끝까지 말도 못 하는구나.

그녀는 탑 문이 있는 계단까지 냅다 달려갔다.

잠겨 있었다.

설마 이게 끝인가?

모험이 벌써 끝났다고?

그녀는 문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무 빨랐다.

아직 끝날 수는 없었다.

시커는 언제나처럼 태연하게 걸어왔다.

그리고 배낭에서 주머니칼을 꺼내더니 딸깍 소리와 함께 펼쳤다.

처음 보는 칼이었다.

그건 확실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꿈속에서는 그가 이미 자신에게 보여 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는 칼을 문틈 사이에 밀어 넣었다.

마치 천 번도 넘게 해 본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아름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체 자기가 모르는 모습이 얼마나 더 있는 걸까?

그녀는 손을 내밀고 기다렸다.

그런데 시커는 이미 자기 혼자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름이 말했다.

정말 눈치가 없었다.

손을 잡고 싶은 건지 아닌 건지.

시커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손이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손을 맞잡은 채 둘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생각보다 훨씬 좁았다.

아름은 거의 그의 등에 기대다시피 해야 했다.

그래도 손은 놓지 않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천천히.

규칙적으로.

그리고 강하게.

그 울림이 그녀의 몸으로 전해졌다.

이상하게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심장도 그에 답하듯 뛰었다.

한 박자도 어긋나지 않게.

도대체 탑 꼭대기에 무엇이 있길래 저토록 집착하는 걸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책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사이자 시인이었던 건가?

어쩌면 정말 자기 취향일지도 몰랐다.

말도 안 돼.

요 며칠 자신은 완전히 이상해져 있었다.

아름은 책등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었다.

『한 사람의 척도』

『숨겨진 샘』

『멍에와 쟁기』

정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러다 한 권이 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자로 적혀 있었다.

“이건 뭐예요?”

그녀가 물었다.

“신약성경이에요.”

시커가 대답했다.

“그리스어로 쓰여 있죠.”

전사이자 시인.

마치 오디세우스처럼.

물론 그리스어도 읽을 줄 알겠지.

하지만 확인해 봐야 했다.

“그럼…”

아름은 반 박자쯤 머뭇거리다가 불쑥 물었다.

“‘사랑해’는 어떻게 말해요?”

그건 괜찮았다.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 바보 같은 소년은 말했다.

“아가파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아름은 그 말을 듣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해 준 건 처음이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속으로 킥 웃었다.

점점 능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시커에게만큼은.

그날 밤, 아름은 다시 꿈속에서 시커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일부러.

시커는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당신이네요?”

아름이 나직이 속삭였다.

시커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을 지켰군요.”

아름은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바로 오두막 앞에서.

여기는 꿈이었다.

그들의 꿈.

그들의 규칙.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여기서는 손 잡아도 돼요.”

그녀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

“여기 말고는 안 되고요.”

시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계단을 따라 계곡 쪽으로 달려 내려갔다.

아름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따라 흩어졌다.

그녀는 미끄러질 걱정도 없이 개울을 건넜다.

바위에서 바위로 가볍게 뛰어다녔다.

웅장한 궁전이 곁에 우뚝 솟아 있었지만 그녀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래된 궁전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그녀에게는 오디세우스가 있었다.

둘은 계곡을 따라 걸었다.

개울은 옆에서 장난치듯 튀어 오르며 함께 흘렀다.

시커는 매끈한 바위 위에 털썩 앉아 발을 물속에 담갔다.

그리고 웃으며 손짓했다.

“이것도 해 봐요!”

아름은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치마도 신발도 신경 쓰지 않았다.

빛나는 물은 시원했다.

밝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했다.

물은 바람처럼 그녀를 감싸며 흘렀다.

손가락 사이로.

발목 주위로.

하지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아름은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둘은 폭포 아래에서 함께 춤을 추었다.

주변의 물은 부드럽고 살아 있었으며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내 아름은 시커 곁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단단했다.

든든했다.

따뜻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히.

하지만 결국 헤어질 시간이 찾아왔다.

시커가 몸을 기울였다.

입맞춤하려고.

이건 그녀의 꿈이었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진짜이기도 했다.

중요했다.

의미가 있었다.

아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술을 마주하는 대신—

조용히 뺨을 내주었다.

아름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해는 이미 하늘 중턱까지 올라와 있었다.

애기처럼 푹 자 버렸다.

그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시커가 뭐라고 생각할까?

그녀는 허둥지둥 머리를 빗었다.

얼굴에는 물을 끼얹었다.

공동실은 비어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름은 목초지로 냅다 달려갔다.

거기에 시커가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킨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름은 킨드의 눈빛에서 꾸밈없는 호감을 읽을 수 있었다.

킨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나쁜 사람일 리 없지.

그렇지?

킨드는 늦었다고 그녀를 놀렸다.

공정한 지적이었다.

아름은 원래 시간 감각이 형편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자기 잘못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그렇게 밤새도록 저를 붙잡아 두면 안 돼요.”

아름은 시커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뺨이 뜨거워졌다.

제발 킨드가 못 들었기를.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

“낮에는 함께 있잖아요. 그거면 충분하죠.”

하지만 나한텐 충분하지 않은데.

그 말은 현명하게 삼켰다.

방금 킨드가 두 사람을 왕자님의 탄생 축하 행사에 초대한 건가?

아름은 말없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킨드는 미소를 지었다.

“아름도 시커도 언제든 내 천막에 놀러 와도 돼.”

그가 말했다.

“둘 다 말이야.”

그는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름이 고개를 돌리자 그레이셔스가 웃고 있었다.

시커가 무슨 말을 한 모양이었다.

동행인이 분명 나쁜 영향을 끼친 게 틀림없었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전날이 찾아왔다.

아름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음악 상자를 좋아할까?

그녀는 들키지 않으면서도 그의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끔 시커는 정말 뻔한 것도 놓치곤 했다.

물론 그는 음악 상자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아름도 새 손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분명 예전 가방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녀의 전사 시인은 장인이기도 했다.

대체 언제쯤 그녀를 놀라게 하는 걸 멈출까?

아름은 킨드의 가족과 함께한 저녁 식사가 무척 좋았다.

예배도 좋았다.

그 여운은 아직도 마음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시커와 함께 크리스마스 별 아래 앉아 있었다.

모닥불은 거의 꺼져 가고 있었고, 희미한 숯불만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완벽한 밤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름은 입술에 닿는 감촉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커의 입술이었다.

그건 계산에 넣지 않아도 됐다.

먼저 키스한 건 시커였으니까.

아니.

그녀도 원하고 있었다.

아름은 몸을 기울여 부드럽고 확신에 찬 입맞춤으로 답했다.

그건 계산에 들어갔다.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입을 맞췄을 때—

이번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Filed Under: Beautiful, Chapter

Hill of Deliverance

2월 20, 2026 by theauthor

시커는 북쪽으로 계속 걸음을 옮겼다. 작은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산이 좁아지며 길이 담장으로 둘러싸인 곳에 이르렀다. 구원의 벽. 그러나 그것은 군데군데 무너져 있었다. 길은 완만하게 언덕을 올라가며, 옆으로 하나의 틈이 나 있었다. 구원의 언덕. 그러나 십자가는 없었다.

그는 불안해졌다. 분명 이곳이어야 했다. 그는 언덕 꼭대기를 살폈다. 공기에는 달콤한 향기가 떠돌고 있었다. 정상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백합만이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새들이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묘하게 엄숙한 노래를 부르며 꽃잎의 사각거림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를 기억하듯이.

그는 무덤 안으로 내려갔다. 돌은 손끝에 차갑게 느껴졌고, 매끄럽고 생기 없이 그의 손가락 아래 놓여 있었다. 발걸음 소리가 아래에서 울렸다. 비어 있었다. 하지만 물론, 비어 있어야 한다. 원래 비어 있어야 하는 곳이니까.

그는 밖으로 나왔다. 산들이 길 위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맑은 산 공기 속에는 평안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아린 결핍이 서려 있었다. 그는 지평선을 훑어보았다. 십자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곳이어야 했다. 그런데 사라져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지평선을 살폈다. 여전히 십자가는 보이지 않았다. 멀리 협곡 건너편에는 산들 사이에 아담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옆길 하나가 그곳으로 이어져 있었고, 아치형 돌다리가 협곡을 가로지르며 당당하고 굳건하게 놓여 있었다. 이쪽 편에는 장엄한 곡물 저장고가 우뚝 솟아 있었고, 그 옆에는 거대한 발바퀴가 서 있었다. 반짝이는 몸체가 끊임없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백합의 흰 꽃잎을 살며시 쓸어보았다. 너무도 여리고 부드러웠다. 그가 기대했던 거칠고 투박한 십자가와는 전혀 달랐다. 불안이 그의 마음을 채웠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조용히 돌아섰다.

***

진리를 찾는 이를 지켜보던 꿈꾸는 이는 혼란에 휩싸였다. 굿-윌의 부재, 버려진 베엘제붑의 성, 폐허가 된 통역자의 집—그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통역자가 그에게 그것들을 보여 주기 위해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 아니었는가?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이것은 이해를 넘어섰다. 십자가는 그의 꿈의 땅의 중심이었다—어쩌면 세계가 그 축을 중심으로 도는 중심축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져 있었다. 수백 번 이곳을 찾았을 때마다, 십자가는 늘 거기 있었다. 언제나.

그리고 저 발바퀴는 무엇인가? 곡물 저장고는 또 무엇인가? 기계에서 낮고 일정한 윙윙거림이 들려왔다—정밀하고 거의 기계적인 소리였다. 그는 이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곡물 저장고도, 발바퀴도. 그는 눈을 깜빡였다—그리고 갑자기 그것 곁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장치는 말이 아니라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이것은 노동의 도구가 아니었다.

잔혹함의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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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epherd

2월 18, 2026 by theauthor

시커는 통역자의 서재를 나서며 익숙한 솜씨로 문을 다시 잠갔다—접이식 칼로 걸쇠를 들어 올린 채 문을 닫고, 문과 문설주 사이에서 칼을 빼냈다. 딸깍 소리와 함께 걸쇠가 제자리에 들어갔다. 그는 보물들이 안에 안전히 보관되어 있다는 확신을 품고 걸음을 옮겼다.

그는 폐허를 뒤로하고 밀밭을 지나 좁은 길로 돌아왔다. 통역자의 집을 지나자, 푸르른 목초지가 넓게 펼쳐졌다. 풀은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고, 양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이따금 고개를 들어 조용히 울었다. 아침 햇살이 그의 등을 따뜻하게 덥혔고, 바람이 그의 튜닉 자락을 스치며 목초지의 흙내음—양털 냄새와 멀리서 풍겨오는 들꽃의 희미한 달콤함이 섞인 향기—를 실어 왔다.

해와 바람에 빛바랜 검은 천막들이 들판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양 떼를 돌보는 목자들의 집이리라 그는 짐작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낮고 흔들림 없는 음성이었다. 한 건장한 사내가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었고, 그의 지팡이는 땅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그 주위에는 여행자들과 순례자들이 모여 있었고, 어떤 이는 서 있고 어떤 이는 풀과 매끈한 돌 위에 앉아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그러므로 친구들이여, 항상 ‘양의 탈을 쓴 이리를 경계하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가 말을 마치자 군중 사이에서 조용한 동의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시커는 군중 속에서 동행인을 발견했다. 동행인은 곧바로 돌아섰고,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시커!” 그는 그를 훑어보며 씩 웃었다. “푹 쉰 것 같군—그리고 훨씬 깨끗해졌고. 자, 가자. 스턴에게 소개해 주지.”

밤색 머리와 도드라진 코,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사내가 스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키는 작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그는 너무나도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가늘고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는데, 허리까지 흐르는 긴 검은 머리를 하고, 그의 팔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녀는 반 머리만큼 더 작았고, 조용한 존경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동행인은 걸음을 늦추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분들이 바로 확고한 이와 은혜로운 이야. 너무 겁먹지는 말게. 그는… 음, 가끔은 조금 직설적이거든.” 그는 알맞은 표현을 찾으며 웃었다. “약간… 옛날식이라고 할까.” 그 말에는 어딘가 ‘별나다’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저들보다 더 좋은 본보기를 찾기 힘들지.”

“스턴, 이쪽은 내 친구 시커야. 불확실에서 왔어.”

스턴은 손을 내밀었다.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다. 거칠게 일한 흔적이 있었지만, 악수는 단단하되 거칠지 않았다. 눈빛은 부드럽고, 미소는 따뜻했다—넓은 어깨와 힘있는 팔과는 대조적으로.

“시커, 만나서 반갑소.” 스턴이 말하려던 찰나, 확고한 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말을 이어가며 시커를 대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틀림없이 양의 탈을 쓴 이리지. 조심해야 해, 시커. 시대가 변했어. 예전엔 이 영역이 순례자들의 안식처였지. 하지만 지금은? 오두막은 아무나 들여보내. 이리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알 수 있어. 사소한 말에서. 눈길에서.”

시커는 확고한 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의지가 약한 이가 평온한 시선 양을 힐끔 바라보던 장면으로 흘러갔다. 혹시 그를 말하는 것일까? 마음속에 불안이 스며들었다. 그 말들은 어딘가 날이 서 있었고, 조금은 너무 쉽게 판단하는 듯했다. 스턴의 얼굴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동행인이 끼어들었다.

“자, 난 이제 수렁으로 돌아가야겠네. 시커, 스턴과—아니, 모든 목자들과 함께라면 걱정 없을 거야. 근무가 끝나면 또 보자.”

은혜로운 이는 시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은 뒤 확고한 이를 돌아보았다.

“여보, 저녁에 우리 집으로 초대해요.”

확고한 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냄비에 콩 한두 개 더 넣으면 되겠지!”

따뜻함이 그의 가슴에 번졌다. 동행인, 그리고 명랑 양, 의지가 약한 이와 평온한 시선 양. 새로운 삶, 새로운 친구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십자가가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감사를 전했고, 다음번 저녁 약속을 기쁘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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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and the Ruins

2월 6, 2026 by theauthor

시커는 완전히 쉰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 햇살의 온기가 다이아몬드 무늬 창을 통해 스며들어 방 안에 금빛 줄무늬를 드리웠다.

깨끗이 빨아 접어 놓은 그의 옷이 문 바로 밖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난롯가에서 데워진 듯 아직도 희미하게 따뜻했다. 그는 동행인의 옷을 벗고 다시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배낭을 어깨에 메고 아래층 공동실로 내려갔다. 탁자 위에는 빵 바구니와 신선한 버터 단지, 그리고 자르고 바르기 위한 칼들이 놓여 있었다.

아침은 고요했고, 바깥에서 희미한 소리들만이 가끔씩 흘러들어왔다. 공동실에는 아무도 없었다—명랑 양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혼자 탁자에 앉았다.

그는 두툼한 빵 한 조각을 잘라 황금빛 버터를 발랐다. 바삭한 껍질과 녹아드는 버터가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그는 만족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 물병에서 주석 컵으로 물을 따랐고, 물소리가 부드럽게 정적을 깨뜨렸다.

동행인과 의지가 약한 이는 수렁을 고치는 일터로 돌아갔을 것이 분명했고, 그래서 그는 홀로 이 영역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개울로 갈까. 아니, 먼저 십자가로. 하지만 그 무엇보다 먼저, 통역자의 무너진 집의 수수께끼를 밝혀야 했다. 어젯밤 대화에서 그는 통역자의 임재가 일시적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적어도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아침을 마칠 무렵, 그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탑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낼 것이다. 문으로 걸어가자 마룻바닥이 삐걱거렸다. 밖으로 나서자 부드러운 바람이 그를 맞이했다. 신선하고 흙 내음이 섞인 바람 속에는 새의 노랫소리가 실려 있었다.

폐허는 전날 밤과 똑같아 보였다—무너져 가는 벽, 흩어진 돌무더기, 그리고 홀로 서 있는 탑이 여전히 그의 시선을 붙잡으며 마치 그를 부르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시커는 통역자의 집으로 이어지는 닳아버린 계단을 올랐다. 넓은 판석 바닥이 거칠게 다듬은 기초 돌 위에 얹혀 있었고, 햇빛과 비에 갈라지고 풍화되어 있었다. 입구에는 문이 없었다. 지붕도 사라져 있었다. 한때 당당하고 매끄럽던 돌벽은 무너져 이끼 낀 돌무더기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바닥을 덮은 두꺼운 먼지 위에 발자국을 남겼다. 먼지 낀 응접실이라, 그는 씁쓸히 생각했다. 계단은 그대로 허공으로 이어져 있었다. 방 건너편의 문간은 떨어진 돌들로 완전히 막혀 있었다. 한쪽 벽은 절반 높이로 무너져 있었고,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반대편이 보였다.

그곳은 길쭉한 방이었다. 아마도 식당이었을 터지만, 탁자나 의자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뒤편에는 2층의 일부가 아직 남아 있었고—넓은 참나무 판자가 굵은 들보에 얹혀 있었다—그 너머로 탑이 솟아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거친 돌을 붙잡고 몸을 들어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돌들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는 방을 가로질러 긴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 끝에는 그가 벽을 넘어온 곳 근처의 막힌 입구가 보였다. 복도는 집 안쪽 깊숙이 이어져 있었고, 끝에는 나무 계단이 있는 작은 방이 나타났다.

계단을 오르자 발밑에서 한 계단이 삐걱거렸다. 그는 멈춰 서서 아주 가만히 있었다. 바람이 폐허 사이를 지나며 희미한 메아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나무는 부러지지도 갈라지지도 않았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겨 2층에 이르렀고,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바닥은 단단했다.

그의 앞에는 홀로 남은 탑이 솟아 있었고, 옆면에는 문이 하나 나 있었다. 손바닥에 땀이 났다. 모든 조심을 내려놓고 그는 나무 바닥을 가로질러 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의 눈이 커졌다. 화강암은 세월의 흔적이 전혀 없었고, 문은 굳건히 서 있었다. 쇠장식과 손잡이에만 약간의 녹이 비칠 뿐이었다.

그는 손잡이를 잡아당기고, 또 밀어 보았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문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았지만—그래도 해도 될까? 그는 손잡이와 문설주를 살펴보다가 망설였다. 그러다 배낭에서 접이식 칼을 꺼내 만족스러운 소리와 함께 펼쳤다. 조심스럽게 칼을 문과 문설주 사이에 밀어 넣으며 나무나 쇠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부드러운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

좁은 대리석 계단이 위로 이어져 있었다. 그의 계산이 맞다면 네 층쯤 올라갔을 것이다. 작은 창문들로 햇빛이 쏟아져 길을 밝혀 주었다.

꼭대기에 이르자 그는 기쁨에 숨을 삼켰다.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이었다—그는 서재 안에 서 있었다. 화려한 양탄자가 나무 바닥 위에 깔려 있었고, 한쪽에는 소파가, 다른 쪽에는 책상과 튼튼한 의자가 놓여 있었다. 책장은 시간의 무게로 기울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책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방 안에는 먼지 한 톨 없었다.

책상 위에는 깃펜과 잉크, 그리고 종이 더미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책들이었다. 낯선 언어로 쓰인 고서들과 사전들, 참고서들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세 권의 제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숨겨진 우물, 한 인간의 척도, 그리고 멍에와 쟁기. 이것은 그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보물이었다.

사방 벽마다 창문이 나 있었다. 그는 북쪽을 향한 창으로 다가가 뒤틀린 유리를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골짜기 전체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폭포와 급류가 산에서 협곡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래 목초지에서는 양들이 풀을 뜯고, 목자들이 멀리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서서 그들의 목소리와 양 떼의 부드러운 울음소리를 상상했다. 그 너머에는 과수원들이 있었고—아마도 사과나무일 것이다—가느다란 개울이 구릉을 따라 이어졌다. 그는 구원의 언덕을 찾으려 애쓰며 십자가를 찾아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너무 멀었다. 그는 그곳까지 걸어갈 것이다.

떠나기 전 책들을 한 번 더 보려 돌아섰을 때, 처음의 열의 속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 위에 작은 보랏빛 벨벳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었고, 그 아래에는 단정한 필체로 적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다.

-I

안에는 일곱 개의 찬란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금반지가 들어 있었다. 빛을 받아 그가 본 적 없는 강렬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반지는 작았다—그의 손가락 중에는 새끼손가락에만 겨우 맞았고, 그것도 마디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그 쪽지는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반지 역시, 비록 맞지 않는다 해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다.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낯선 글자가 적힌, 등 부분에 일곱 개의 돌출 띠가 있는 검은 가죽 책을 집어 들었다. 그는 다시 돌아와 읽는 법을 배우고, 그 비밀을 밝혀낼 것이다. 그는 책을 제자리에 꽂아 두고 벨벳 상자를 배낭 속에 넣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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