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커는 안락을 따라 마을 한가운데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사무실은 우아했지만 사치스럽지는 않았다. 납테를 끼운 창문 사이로 자연광이 은은하게 스며들었고, 벽은 질 좋은 목재 판넬로 마감되어 있었다. 풍경화 한 점과 지구본, 책장이 조용한 권위를 더해 주었다. 한쪽 벽에는 푹신하지만 절제된 소파가 놓여 있었고, 커다란 원목 책상 앞에는 등받이가 높은 나무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책상 뒤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흰 머리카락과 품위 있는 자세에서는 오랜 세월과 깊은 지혜가 자연스레 느껴졌다.
“아버지,” 안락이 말했다. “이분은 시커예요. 오늘 막 오셨어요. 기쁨에 집을 짓는 일을 아버지께서 기꺼이 도와주실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는 고개를 들어 시커를 바라보았다. 얼굴은 엄숙했지만 눈빛만큼은 충분히 온화했다. “시커, 환영하네.”
“실례하겠습니다.” 안락이 말했다.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요.” 그녀는 가볍게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젊은 시커.” 촌장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기쁨까지 오게 되었는가?”
“선생님…” 시커가 입을 열자, 촌장이 그의 말을 막았다.
“살면서 여러 이름으로 불려 봤지만, ‘선생님’이라는 말은 처음이군.” 그가 미소를 지었다. “야발이라고 부르게.”
시커는 아름과 한 약속을 이야기했다. 그녀와 함께 살아갈 삶을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아, 그렇군.” 야발이 말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생명나무니라.’ 수천 년 전에 솔로몬 왕이 한 말이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예전에는 이 마을 이름이 기갈이었네.” 그는 검은 바인더 하나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와 함께 걸어 보세.”
그는 시커를 데리고 마을 거리를 걸었다. “기쁨에서는 누구나 자기 몫을 다하고, 누구나 마땅한 보상을 받네.” 그는 아름다운 꽃밭이 있는 한 집을 가리켰다. “부지런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자네와 다를 바 없었네. 지금은 헌신과 함께 이런 삶을 일구었지.”
그들은 계속 걸었고, 야발은 다른 집들도 하나씩 가리키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일구어 왔는지 들려주었다.
마을 끝에 이르자 시커가 말했다. “맞아요. 여기예요! 안락을 처음 만난 곳이요. 절 도와주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야발은 들고 있던 바인더를 펼쳐 몇 장을 넘겼다. “그렇네.” 그가 말했다. “이 땅은 지금 매물로 나와 있네. 부지런의 땅이지만, 보다시피 이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 값은 금화 오십 닢이네. 아담한 집 하나 짓는 데는… 음, 백 닢이면 충분할 걸세. 계약금은 보통 십 퍼센트. 그러니 금화 열다섯 닢이면 공사를 시작할 수 있네.”
시커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돈이 없습니다.”
야발은 시커의 어깨에 손을 얹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렇겠지.” 그가 말했다.
두 사람은 다시 야발의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기쁨에서는 모두 왕의 일을 하네.” 그가 말했다. “모두가 일하고, 모두가 그에 맞는 보상을 받지. 내 딸들도 예외는 아니네. 자네가 나를 잘 섬기면, 곧 왕을 잘 섬기게 되는 것이고… 그러면 내 딸들도 자네를 성심껏 돌볼 걸세.”
“품삯은 하루에 은화 한 닢. 그게 이곳의 기준일세.” 그는 손을 내밀었고 시커는 악수를 했다. “일은 언제나 있네. 제분도 있고, 가을에는 수확도 하지. 겨울에는 나무도 해야 하고.” 야발은 주머니에서 금화 몇 닢을 꺼내더니 그중 하나를 시커의 손에 쥐여 주었다. “시작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특별히 주는 보너스일세.”
그때 맞은편에서 안락이 걸어오고 있었다. “딸아.” 야발이 말했다. “시커가 머물 곳이 필요하구나. 방으로 안내해 주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