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커는 다시 밝은항에 서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바위 해안을 향해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는 어린 소녀 하나가 두 발을 모래사장에 단단히 딛고 서서 주먹을 허공에 흔들고 있었다.
“우와, 봐라. 아름이 또 화났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사내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름이라고?” 한 아이가 비웃으며 외쳤다. “어둠 속에 있으면 훨씬 예쁘겠네!”
소녀는 분노에 몸을 떨며 서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무릎의 상처가 드러날 만큼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햇볕에 거의 금발처럼 탈색된 곧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에는 번개 같은 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입술만은 틀림없었다.
“너… 네가 아름이야?” 시커는 그것이 질문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 소녀가 쏘아붙였다. “눈탱이 맞고 싶어?” 한동안 그를 빤히 바라보던 그녀의 주먹이 천천히 풀렸다. 이내 얼굴에 깨달음이 번져 갔다. “시커? 바보야! 못 알아봤잖아!” 그녀는 활짝 웃었다. 그러자 한순간에 투박하고 수수한 어린 소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사로 변해 버렸다.
“빨리 와!” 그녀는 이미 해안을 따라 달려가며 뒤돌아 외쳤다. “보여 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