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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of the Elect

Tears of the Elect

Bright-Harbor

9월 7, 2026 by K. Blackthorn

마을에 들어서자 아름은 시커의 손을 조용히 놓고 그의 앞에 섰다. “시커.”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어둠의 땅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모두 잊어버려요. 선원들, 술집, 창녀촌… 여긴 밝은항이에요.”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덧붙였다. “여기서는 제 손을 잡으면 안 돼요. 그리고…” 그녀가 얼른 말을 이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키스도 안 돼요.”

“여긴 모두가 서로를 아는 마을이에요. 소문도 정말 빨리 퍼지고요. 우린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 벌써 다들 이야기하고 있을 거예요. 난 당신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시커. 그냥… 여긴 원래 그래요.”

시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은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파도가 모래사장을 부드럽게 적셨고, 짙은 소금 냄새가 공기 가득 배어 있었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등불들이 바다를 은은하게 비추며, 어둠 속에서 작은 고깃배들이 물결에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집들은 모두 아담했다. 세로로 세운 널빤지로 벽을 만들고 나무 너와지붕을 얹은 집들이었다. 집마다 작은 마당이 있었고, 어떤 곳에는 채소밭이, 어떤 곳에는 빨랫줄이, 또 어떤 곳에는 장대를 세워 그물들을 널어 두었다. 허리 높이쯤 되는 하얗게 회칠한 돌담이 집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름은 집 두 채 사이의 골목으로 몸을 돌려 들어갔고, 시커도 손짓으로 따라오게 했다. 검은색으로 칠한 쇠문 앞에 이르자 그녀는 그의 손을 놓았다.

그녀는 편안해 보였지만, 어딘가 긴장한 기색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가 제가 태어난 집이에요, 시커.” 그녀가 문을 밀자 쇠문이 조용히 열렸다.

시커는 몸을 조금 숙여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은 아늑하면서도 제법 넓었다. 집은 낮은 슬레이트 지붕을 얹고 있었고, 미닫이문이 달린 툇마루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정성껏 지은 집이었지만 아름다움보다는 살아가기 위해 지은 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옆에는 작은 별채가 하나 있었고, 마당 건너편에는 창고와 변소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시커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대문도, 건물도, 모든 것이 아름의 키에 꼭 맞게 지어진 것 같았다.

마당 한쪽에는 정성껏 가꾼 채소밭이 있었고, 그 둘레를 수십 그루의 과일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다. 가지마다 주황빛 열매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과육이 두툼하고 표면은 매끈했다. 시커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열매였다.

거룩이 집 밖으로 나와 시커의 손을 힘 있게 잡았다. “드디어 왔군.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었어.”

그때 아주 작은 체구의 여인이 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름보다도 머리 하나는 작아 보였다. 하지만 시커는 평생 이렇게 강인해 보이는 여인을 본 적이 없었다. 마르고 단단한 몸, 힘겨운 삶을 견뎌 온 흔적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짧고 곱슬곱슬했고, 눈빛은 너무도 매서워 시커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녀는 시커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왜 왔는지 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난 절대로 내 딸을 너와 결혼시키지 않을 거야. 내 아름을 빼앗아 갈 순 없어.”

“나가!” 그녀가 소리쳤다.

“엄마!” 아름과 거룩이 동시에 외쳤다.

거룩은 시커의 어깨에 손을 얹고 조용히 손님채 쪽으로 이끌었다. 아름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손님채는 무척 작았다. 팔을 벌리면 양쪽 벽에 거의 닿을 것만 같았다. 좁은 침대 하나 외에는 아무런 가구도 없었다. 거룩은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담요와 베개를 들고 돌아왔다. “아버지는 고기 잡으러 나가셨어. 오늘 밤은 거의 들어오지 않으실 거야. 푹 쉬어, 시커. 내일 아침에 보자.”

시커는 어둠 속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잠이 들었다.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시커는 이마에 닿는 입맞춤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름이 몸을 굽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장난기로 반짝였다. “엄마가 아침을 차려 주셨어요.” 그녀가 말하더니 킥킥 웃었다. “우리 둘 다요.”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이끌었다. “엄마한테 꼭 엄마라고 불러야 해요.”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아름은 그를 안채로 데려갔다. 아궁이에는 작은 불이 따뜻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미 가운데 놓인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시커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얼굴은 어젯밤보다 조금은 누그러져 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상은 세 사람 몫으로 차려져 있었다. 아름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 그리고 시커의 자리. 식탁 한가운데에는 짙은 갈색 껍질을 두른 작은 빵들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갓 구운 생선이 담긴 접시가 있었다. 껍질은 아직도 지글거렸고, 눈은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시커의 눈도 덩달아 커졌다. 어부의 딸과 사랑에 빠지면서도, 아침부터 생선을 먹게 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아름에게 몸을 기울여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혹시… 배낭에 커피는 아직 남아 있어?” 그러고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는… 별로 배가 안 고픈데요.”

“어머.” 아름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그럼 증명해 봐요.” 그녀는 가장 큰 생선을 골라 시커의 접시에 올려놓더니, 그의 포크를 집어 손에 쥐여 주었다.

아름도, 어머니도 모두 시커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선도 그런 것 같았다. 그는 포크로 살을 조금 떼어 냈다.

“껍질은 먹지 말아요, 바보…” 아름은 어머니를 힐끗 보고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름은 접시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생선을 가운데로 갈라 껍질을 벗겨 냈다. 그리고 흰 살을 포크로 떠서 자기 포크로 시커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름!” 어머니가 날카롭게 말했다.

“엄마!” 아름도 번개 같은 눈빛으로 받아쳤다.

“맛있네요.” 시커가 최대한 그럴듯하게 말했다.

아름의 어머니는 피식 웃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아름도 시커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름은 다시 접시를 그의 앞으로 밀어 주었다. “가시는 되도록 드시지 마세요.”

시커는 아름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식사를 이렇게 맛있게 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한입 먹을 때마다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 갔다. 아침 생선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지막 한입까지 다 먹은 시커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아름이 그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그리고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엄마, 잘 먹었습니다.

“엄마, 잘 먹었습니다.” 시커가 조용히 말했다.

“나가!” 아름의 어머니가 소리쳤다.

아름은 웃음을 참지 못해 거의 사레가 들릴 뻔했다. 웃느라 눈물까지 흘렀다.

“아빠가 당신을 위해 특별한 걸 준비하셨어요.” 그녀가 겨우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분명 마음에 들 거예요.”

***

시커와 아름은 거룩과 함께 해변을 따라 난 길을 걸었다. 바다는 눈 닿는 곳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아침 햇살이 물결 위에서 반짝였다. 머리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길게 울었다.

아름은 시커의 손을 잡으려다 문득 멈추었다. 거룩이 두 사람 사이를 걸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무 예고도 없이 걸음을 멈췄다. 그는 한 손으로는 시커의 손을, 다른 손으로는 아름의 손을 잡더니 두 사람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아 주었다. “왕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마을 반대편의 작은 집에 이르자 아름이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온유! 나야, 아름!”

젊은 여인이 문을 열었다. 누가 봐도 아름의 언니였다. 아름보다 조금 나이가 들어 보였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시커.” 그녀가 따뜻하게 말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거룩 오빠에게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목소리는 조용하고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수줍음이 묻어났다.

도대체 거룩은 자기 이야기를 언제 그렇게 많이 했다는 걸까? 만나고 나서 열 마디도 채 하지 않았는데.

방은 아담했다. 어린 여자아이가 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늘어놓고 놀고 있었다. 벽에는 책장이 가득 놓여 있었고, 책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온유는 한쪽 소파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고, 자신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아름은 시커 곁에 바싹 붙어앉아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었다.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 남편이에요. 배움.” 온유가 소개했다. 그의 인상은 무척 강렬했다. 밝은 눈과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시커는 아름의 귀에 손을 가리고 속삭였다. “당신, 형부가 이렇게 잘생긴 줄은 한 번도 말 안 했잖아.”

아름은 소리 내어 웃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려 언니 남편을 보면 깜짝 놀랄걸요. 당신도 분발해야겠네요.”

온유는 시커에게 아름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순례자가 되었는지 물었다. 그들은 불확실 마을 이야기와 음악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 공부하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다 온유는 그의 책에 대해 물었다.

배움은 시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시커는 행상인에게서 너무 갖고 싶었지만 살 돈이 없어 포기했던 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배움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는 은색 글씨가 새겨진 검은 가죽 장정의 책 한 권을 꺼내 시커의 손에 올려놓았다.

에바의 속량.

시커는 책을 펼치는 순간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온유도. 배움도. 심지어 아름까지도.

거대한 붉은 용이 에바 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

“또 돌아왔군, 에바드네 부인.” 용이 쉿쉿거리며 말했다. “작가가 이야기를 몇 번을 다시 시작하든, 넌 절대로 이길 수 없어.”

용은 비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페레그린 경.” 그 칭호는 그의 입에서 썩은 냄새처럼 흘러나왔다. “그는 언제나 죽는다, 부인. 너도 알잖아.”

에바는 믿음의 방패를 들어 몸을 숨겼다. 간신히 제때였다. 그 순간 두려움의 군주 바알세불이 불길을 가로질러 태연히 걸어 나와 그녀의 곁에 섰다.

“배신자!” 용이 침을 튀기며 외쳤다.

아름이 그의 팔을 흔들었다. “시커!”

그가 눈을 깜빡였다. “응?”

배움이 다시 말했다. “가져가세요. 제 선물입니다.”

“고맙습니다.” 시커와 아름이 동시에 말했다.

시커는 바닥으로 내려앉아 장난감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어린 여자아이는 방긋 웃으며 인형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

“나도 이런 딸을 하나 갖고 싶다.” 그가 말했다.

아름도 그의 곁에 앉아 아이를 무릎에 올리고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우리도 가질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약속해요.”

아름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커의 손을 잡았다. “아빠를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하면 안 돼요. 당신, 약속 지켜야 하잖아요.” 그리고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한테 한 약속.”

***

아름의 아버지는 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 이미 일어나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오랜 세월 바람과 비를 맞아 거칠게 변해 있었다. 그는 우물 뚜껑을 치워 두고 긴 밧줄로 무언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빠가 어젯밤에 문어를 잡으셨어요.” 아름이 얼굴을 환하게 밝히며 말했다. “아주 특별한 음식이에요.”

아름의 아버지는 문어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문어는 그녀의 손안에서 꿈틀거렸고, 아름은 기쁨에 작은 비명을 질렀다. 시커의 눈은 커졌다.

아름의 아버지가 손을 내밀었다. 시커는 그렇게 힘세고 거친 손을 난생처음 잡아 보았다.

“시커.” 그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나랑 한잔하자. 이야기 좀 하자꾸나.”

아름의 아버지는 그를 집 안으로 데려가 나무 마루에 앉더니 시커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 벽 한쪽에는 이불과 베개가 가지런히 개켜 쌓여 있었다.

아름은 작은 상 하나를 들고 와 시커와 아버지 사이에 내려놓고는 아버지 곁에 앉았다. 이어 어머니가 포크 몇 개와 문어가 담긴 접시를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그것들을 상 위에 올려놓고 남편의 다른 쪽에 자리를 잡았다.

익히지도 않았다. 접시 위의 문어 다리들은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시커는 목이 바짝 말랐다. 그는 아름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장난기가 전혀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먹거나… 그녀를 잃거나.

아름의 아버지는 뒤에서 병 하나와 잔 두 개를 꺼내 상 위에 올려놓았다. 병마개를 뽑은 뒤 병을 시커에게 건네고 자신의 잔을 내밀었다.

아름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커는 그녀의 아버지 잔에 술을 따르고 자기 잔에도 따르려 했다. 그러자 아름은 고개를 저으며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안 돼요.

하지만 아름의 아버지는 병을 가져가 직접 시커의 잔을 채웠다.

아름의 아버지는 투명한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시커도 그대로 따라 마셨다. 목이 타들어 갈 듯 뜨거웠지만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아름의 아버지는 포크로 문어 다리 하나를 찍어 한입 베어 물고 천천히 씹었다. 아름과 어머니도 각자 포크를 들어 먹기 시작했다.

아름은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나쁠 리는 없겠지. 시커는 포크를 들어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집어 씹지도 않고 삼켰다. 문어가 목구멍 뒤에 달라붙었다. 거의 헛구역질이 나올 뻔했다. 아름이 조용히 킥 웃었다.

아름의 아버지는 다시 그의 잔을 채워 주고 병을 건네주었다. 시커가 이번에는 답례로 아버지 잔을 채우려는 순간, 어머니가 잔을 홱 빼앗아 갔다.

“안 돼.”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시커는 문어를 한 점 더 집어 이번에는 천천히 씹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질겼다. 그는 술로 그것을 넘겼다.

아름의 아버지는 다시 세 번째 잔을 따르기 시작했다.

“아빠!” 아름이 눈을 번쩍이며 날카롭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듣지 않은 척 술을 끝까지 따랐다.

시커는 그것마저 단숨에 들이켰다. 아름의 아버지는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넌 아름을 사랑하는구나.”

질문이 아니었다.

갑자기 아름의 어머니가 외쳤다.

“난 절대로 아름을 저 아이와 결혼시키지 않을 거예요!”

아름의 아버지는 차분히 아내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아름은 상 반대편으로 돌아와 시커의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었다.

“전 아름을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사랑할 겁니다.” 말이 놀랄 만큼 쉽게 흘러나왔다. 술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도요.”

아름의 눈이 불타올랐다. 태양보다도 밝게 방 안을 환히 비추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아버지는 다시 한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은 여기 남는다.” 그가 말했다. “넌 혼자 돌아가거라.”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손짓했다. “아름이 살 집을 짓고… 그녀를 책임질 수 있게 되면… 다시 오너라. 내 허락을 주마.”

아름은 그의 손을 힘껏 쥐었다. 그러고는 아직도 꿈틀거리는 문어 한 점을 포크로 찍어 그의 입속에 쏙 밀어 넣었다.

***

시커는 등을 꼭 끌어안고 잠든 아름의 온기에 눈을 떴다.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아름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길고 오래 이어진 키스였다. 두 사람은 숨이 찰 때까지 서로를 놓지 않았다.

“오늘은 떠나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나도 당신과 함께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우린 허락을 받았잖아.” 시커가 말했다. “그것만 있으면 돼. 이제 시간문제야.”

아름은 몸을 일으켜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 허락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허락은 아니에요, 시커.”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아빠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거라는 걸 아세요. 그리고…” 그녀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당신이… 나를 데리러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도 생각하세요.”

“하지만 아버님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시잖아.”

“당신에게 줄 게 있어.” 시커가 배낭을 뒤적이며 말했다. 그러다 작게 웃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가에서 몇 구절을 베껴 적은 거야.”

남쪽에서 올라오는 이가 누구인가?
달처럼 아름답고,
해처럼 찬란한 이여.
나와 함께 가자,
내 사랑,
나의 비둘기,
나의 순결한 이여.
겨울은 지나갔고,
봄이 찾아왔으며,
노래할 계절이 왔다.
일어나라,
나의 아름이여.
사과로 나를 먹여 다오.
나는 사랑으로 병들었노라!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지만…
너처럼 아름다운 이는 없다.

아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정말… 아름다워요.” 그녀가 말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공기에는 말보다 더 무거운 그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아름.” 시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아픔을 견딜 수가 없어. 당신이 너무 보고 싶을 거야.”

“며칠처럼만 느껴질 거예요, 자기.”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이 그랬잖아요. 게다가… 난 매일 밤 당신 꿈에 찾아갈 거예요. 약속해요.”

“가기 전에…”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에게 줄 게 하나 있어요.”

그녀는 손을 들어 반지를 살짝 돌렸다. 햇빛이 일곱 개의 눈부신 다이아몬드 위로 폭포처럼 쏟아졌다. “난 이 반지를, 내가 당신의 사람이라는 약속으로 끼고 있어요. 절대 의심하지 말아요.”

그녀는 드레스 목선을 따라 손을 넣어 가느다란 은목걸이를 꺼냈다. 그 끝에는 황금 반지 하나가 달려 있었다. 그녀는 등을 돌려 머리카락을 들어 올렸다. “목걸이 좀 풀어 주세요, 시커.”

목걸이를 푼 뒤 그녀는 반지를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검은 오닉스가 박혀 있었고, 양옆에는 나무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왕의 사자 비밀이 제게 이 반지를 간직하라고 했어요. 함께 하늘 도성까지 걸어갈 사람을 만날 때까지요. 그 사람의 것이니까요.”

그녀는 다시 반지를 집어 시커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놀랍도록 꼭 맞았다. “이건…” 그녀가 경이로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거예요.”

“이 반지를 거룩한 약속으로 간직해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나에게만 하는 약속이 아니라… 왕께 드리는 약속으로요.”

그리고 그녀는 눈에 번개를 번뜩이며, 햇살처럼 빛나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기억해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내 사람이에요. 영원히… 나만의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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