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아침, 아름은 갑자기 몸을 웅크리며 구역질을 했다. 시커는 그녀의 곁에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는 등을 받쳐 주고 다른 손은 조심스레 그녀의 배 위에 얹었다.
“아, 시커.” 아름이 울먹이며 말했다. “배가 너무 아파. 앞으로 여섯 달을 어떻게 버티지?”
–
몇 달이 흘렀다. 날이 갈수록 그녀의 배는 불러왔지만,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시커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웠다. 허리를 받치며 아장아장 집 안을 걸어 다니는 모습마저 더없이 귀여웠다. 하지만 아름에게는 입덧이 끝날 기미가 없었다. 음식만 봐도 속이 뒤집혔고, 메스꺼움은 하루도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온유는 달콤한 감귤 음료를 자주 가져다주었고, 그것은 잠시나마 속을 달래 주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
봄이 지나 초여름이 찾아왔다. 어느 날 밤, 시커가 촛불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짧은 신음이 고요를 갈랐다.
“시커!” 아름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는 곧장 침실로 달려갔다. 아름은 침대 곁에 서 있었고, 맨발 아래로 양수가 바닥에 번져 가고 있었다.
“온유를 데려와.” 그녀가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오늘 밤 아기가 태어나.”
시커는 아름을 침대에 눕히고 젖은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 뒤 속삭였다. “조금만 버텨, 아름. 금방 돌아올게.”
그는 허겁지겁 장화를 신고 잠든 마을을 가로질러 온유의 집으로 달려갔다. 문을 힘껏 두드리며 외쳤다. “온유! 아름에게 당신이 필요해!”
몇 분이 긴장 속에 흐른 뒤, 온유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기쁨에는 산파가 없었지만, 그녀는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 절반은 직접 받아 낸 사람이었다.
“먼저 아름에게 돌아가.”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난 도와줄 사람을 데려올게.”
온유가 도착해 아름을 살펴본 뒤 시커에게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진통이 더 강해지고 간격이 짧아질 때까지는 곁에 있어 줘.”
시커는 그녀 곁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몇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아름의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지만, 단 한 번도 시커에게 모진 말을 하지 않았다.
새벽 첫 빛이 덧문 사이로 스며들 무렵,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름은 횡설수설 중얼거리다가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때 온유가 단호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시커, 밖에서 기다려. 다 끝나면 부를게.”
시커는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였다. 시간이 끝없이 흘러갔다. 해가 지고 밤이 되었지만, 아름은 여전히 닫힌 문 너머에서 산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끔찍한 침묵이었다. 가슴이 조여 왔다. 둘 다 잃은 걸까? 그는 눈물을 삼키며 기도했다. “제발… 제 아름을 지켜 주세요.”
그때 고요를 깨뜨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작지만 힘찬 아기의 울음이었다.
젊은 조수가 문간에 나타났다. “아내분은 괜찮아요.” 그 말을 남기고는 뜨거운 물과 수건을 가지러 다시 뛰어갔다.
마침내 온유가 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품에는 아마포에 곱게 싸인 작은 아기가 안겨 있었다. 시커는 숨을 삼켰다. 아기의 얼굴은 평온했고, 한쪽 눈을 반쯤 감은 채… 꼭 아름을 닮아 있었다.
전에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 시커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사랑이었다. 아름을 향한 사랑만큼이나 강했지만, 또 다른 사랑이었다.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 오늘은 그의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온유는 아이를 조심스레 시커의 품에 안겨 주었다. 시커는 아이를 팔 안에 포근히 감싸 안고, 작은 머리를 팔꿈치 안쪽에 기대게 한 뒤 침실로 들어갔다.
아름은 창백하고 지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두 눈은 감긴 채 미동도 없었다.
시커는 아들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노래했다.
슬기—
숲속 예배당에 비치는
한 줄기 햇살.
어머니처럼 아름답고,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아이.
언제나 네 빛을 비추어라.
온유하고,
정결하게.
마지막 말을 부르며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품속의 아이를 안은 채 아름을 바라보았다.
“아름.” 그가 속삭였다. “우리 아들이야. 슬기.”
“난 싫어.”
아름이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슬기를 그녀의 품에 조심스레 안겨 주었다.
아름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슬기…” 그녀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며 미소 지었다. “엄마가 우리 슬기를 사랑해.”
그리고 아이를 가슴 깊이 끌어안았다.

